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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8.01 아. 한강가고싶다.
- 2010.08.01 교감
- 2010.07.30 근황 + 니나이안 2
- 2010.07.28 사루비아다방 _짓다. 백우진, 이혜인 전(~8.8)
- 2010.07.27 잠
# 미셸 우엘벡의 새 소설을 읽다가 '만일 내가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 나머지를 이해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라는 문장에서 갑자기 슬퍼졌다. 누군가가 나를 따뜻하게 안아준적이 언제였지 하는 생각과, 그저 마음을 나눌 수 있고 밤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사람을 만나지 못한게 언제부터였지 하는 생각.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계속 같은 사람인데 왜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걸까.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해서 그 사랑의 감정 자체가 사그러드는 것은 아닌데 점점 힘들고 어려워진다. 내 마음속에서 꺼지지 않는 사랑은 항상 넘치고 흘러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작업에게, 주변의 물건들에게, 신에게마저 주고도 남았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떻지? 하는 생각이 문득 엄습해오는 것이다. 난 오늘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너무 이뻐서 사랑을 마구마구 퍼주고 왔다. 아이들도 나를 사랑하고 나도 아이들을 사랑하고. 뭐니뭐니해도 사람과 사람이 주고받는 교감이 가장 아름다운 일인 것 같다.
# 여행은 내가 추구하는 감각들을 요동하게 하는 유일한 수단이자 장치이다. 내가 외부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게하는 통로같은 것. 어둠속으로 침몰하는 눈부신 추억들을 고스란히 기억의 양 날개 위로 펼쳐놓았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나를 그 환상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듯이.
세상의 곳곳에는 행복의 가루들이 널려있는데 그것들의 밀도를 결정짓는 것은 나의 몫이다. 그것들은 매우 섬세하게 놓여있기도 하고 눈에서 멀리떨어져서 찾기 쉽지 않도록 흩어져있기도 한다. 그것은 매우 한정적이기도 하고 무한하기도 한 시퀀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나는 나로서 행복을 찾고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내가 원하는 열망은 매번 고스란히 피드백된다. 지금은 그런 상태이지만 내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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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 스터디를 못하게 되면서, 혼자 이래저래 책이나 읽으면서 차근차근히 정리하며 내공을 쌓겠다고 다짐했는데, 어찌하다보니 또 철학 공부를 하게되는 계기가 생겼다. 아트앤스터디 철학, 미학 동영상 강의를 듣게된 것. 1년동안이니, 꾸준히 들으면서 스터디도 하고 그럴 수 있으면 참 좋겠다. 고마워, 빽창옹, 명후니옹...알랴뷰 행님들. :D
# 2년전 딱 30분 이야기하고 좋은 느낌이 들었던 윤희언니를 어제 저녁 일본식 선술집에서 만났다. 우리는 너무 금방 만나고 헤어진 사람처럼 반가워했고, 음악얘기, 영화얘기, 사랑 얘기, 일 얘기, 친구, 여행...등등의 소소한 야기기들을 나누었다. 특히 언니와는 영화와 음악취향이 비슷해서 대화가 정말 신이났고, 속옷밴드가 새 앨범을 냈다는 소식에 더 신이났다. "니나이안"(월급타면 꼭 앨범 사고말테야). 눈을 마주하고 나란히 앉아있는데 좋은 느낌이 또 한번 느껴지는것이었다. 좋은 느낌이라는 것이 이유는 없는데, (나도 뭔지는 정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가만히 언니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민트색 호수가 생각났다. 그리고 곳곳에는 흰색과 붉은색, 황금색도 숨어있었고. 언니는 알면 알수록 정의내리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사와를 마셨고, 꼭 다음번에는 2년의 텀이 아닌 더 짧은 시간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랬다. 알라뷰 윤희언니. 다음번에 만날때는 좋은 시집 한권 들고 갈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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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왜 이렇게 피곤하고 힘든지 모르겠다. 이전에 사루비아 오픈 날짜를 잘못알고 이 전시 하루 전에 갔다가 헛탕을 치는 바람에 어제 이곳을 다녀왔다. 전시 제목은 '짓다' 였고, 전시도 좋았지만 백우진, 이혜인 작가의 이전 작업들과 글을 읽으면서 이것저것 느낀 것이 많다. 오랜 시간동안 이곳에 머물렀다.
주변의 쓰레기들을 모아 작업을 하는 백우진 작가. 인도여행에서 모은 것들을 가지고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 그 오브제들과 결과물들이 신선했다. 난 어렸을 적에 나만의 아지트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집 뒤쪽에 나무덩쿨을 엮어놓고 2평정도 되는 동굴을 만들어 놓았었다. 그리고 그 안에 버려진 의자와 잡동사니들을 넣어두고 매일 그곳에 가서 그 의자들이 잘 있는지 확인해보곤 했다. 그러다가 어느날인가 나무덩쿨이 무너져 있기도 했고(누군가가 부숴놓은 것). 그러면 다시 수리를 하고 그 안에 잠깐동안 앉아 있다가 나오곤 했다. 왠지 백우진 작가의 작업은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혜인 작가는 내가 손에 꼽는 몇 안되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데, 이번 신작들도 참 좋았다. 예전 작업들과 지금을 비교해보니, 작업을 진행해가면서 많이 고민하고 치열하게 작업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흔적들이 보여서 더 좋았던 것 같다. 파워풀하면서도 정교한 그림들. 작가가 작업을 하면서 느꼈을 그 감정들을 그녀의 붓질과 글로 느껴보려했다. <'무엇을 그릴까?’를 생각하면 아무런 대답도 얻지 못한다.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가?’를 알기 위해 애쓴다.> 이 글에서 정말 많은 공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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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분, 초침들이 마구 흩날린다. 내가 그곳에 있었던 시간, 여기에 잠깐 머물렀던 순간들이 잠시 사라졌다가 나타나고 잊혀졌다가 다시 되살아난다. 새벽의 시간에는 내가 모르는 가속도 장착기가 들어있나보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창작에 대한 의욕은 끝이없고 내 강박들도 여전하다. 그러나 낮의 강박들은 시간들 틈으로 어디론가 다 사라져버린 것만 같다. 마음이 텅 비어버렸다. 그 텅빔을 어떻게 붙잡아야할지 그 누구도, 신도, 나 조차도 모르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한다. 다 흩어져버려라.
내가 나를 생각하면, 자신에 대한 측은함이나 동정 따위가 적어서 그런지 나의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하고 나를 온전히 바꾸거나 변화시키는데에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열등의식을 느낀다거나 혹은 누구처럼 되고 싶다거나 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려하기 때문인것도 같다. 이것은 그저 겉모습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쉽게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아주 간단히 말하면 자의식이 강하다고밖에 말로 표현이 안되는 것일지도. 나는 사람들에게 내 마음이 움직이려할 때 곧잘 그들의 자의식을 가늠해보려고 하는 습관이 있는데,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반성하고 생각하고 때론 그것조차 너무 두려워서 이타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들까지도 나는 아주 많이 사랑할 수 있다. 그러나 자의식 없이 자신에 대한 생각과 반성과 사고없이 이상야릇한 우정(또는 사랑)의 의무를 운운하며-그것은 마치 가족 이기주의와 같은 형태를 띈다-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은 좋아할 수는 있어도 사랑은 못하겠다. 아니, 진짜 솔직하게 말하면 좋아할수가 없는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그렇게 자기 안에서 몇번이고 넘어지고 일어나는 것들이다. 그렇다고 아주 많이 다듬어져야할 필요는 없다.
아. 오늘도 이렇게 아침 해를 보는구나. 점점 날이 밝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