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Nepal2015. 3. 18. 00:22



후두두둑 하고 내 머리위로 모기떼들이 떨어질 줄 몰랐지. 아침이 되면 모기장 위에 떨어진 모기들을 털어내기 바빴다. 이곳에선 밤이되면 달빛도 보이지 않고 그저 고요한 침묵만 나와 동행하곤했다. 새벽 4시가 되면 일어나 어둑어둑한 길에 렌턴을 비추고 절로 걸어갔다. 5일간 빠짐없이. 스님이 조용히 읊조리는 불경을 들어야했으니까. 나는 두손을 합장하고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해가 뜨자 그곳에서 만난 소란스럽고 조금은 치기어렸던 그 녀석이 스님께 대들듯이 물었지. 왜 한국절인데 한국어로 불경을 외지 않느냐고. 스님이 어떻게 말했었는지 난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 녀석은 스님의 대답에 실망했다했다. 절을 많이 하고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고나면 아침이 되었고, 아침을 먹기 전 보리수 나무를 보았다. 나는 그 보리수 나무를 그렸고, 왠지 모르게 나의 미래에 대해 초연해지기도 했다. 아무런 위협도 없고 너무나 평화로웠던 그곳. 단지 힘든것을 꼽으라면 40도가 넘는 낮 기온이었을 것이다. 



혼자 이렇게 우두커니 앉아 멍때리면서 뜨거운 해가 지기만을 기다리는 나날들이었다. 그러다가 방글라데시에서 온 한국 아주머니 여행자를 만났다. 아주머니는 너무 말이 많았어... 정말이지 너무 많았다고. 왜 혼자 여기에 있어? 심심하지 않아? 뭐 재미있는거라도 해야지...뭐하는 애야? 새벽에 절에는 다녀왔어? 나는 안가. 밥이 너무 맛없어... 이런건 시작에 불과했고, 모기떼와 딱딱한 바닥, 더운 날씨에 대한 불평과 불만도 쉴새없이 늘어놓기 시작했지. 아주머니가 언제쯤 떠날까 하고 기다렸는데 하루만에 방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무도 없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방. 아, 좋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다가 밤이되면 반딧불이를 보러갔다. 절 뒷편에 있는 길을 따라서 쭈욱 가다보면 반딧불을 만날 수 있었다.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그 불빛들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인기척이 나면 자꾸 나와 멀어지니까 조심 조심하면서. 예쁘고 예뻤던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나는 절대로 같은 추억을 경험할 순 없을거야. 배가 허기진게 아니고 정신이 허기질때마다 그날의 보리수를 떠올리면 된다. 조금은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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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Nepal2013. 1. 2. 23:58

 

                                                                                                                                                  _네팔 룸비니에서,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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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Nepal2013. 1. 2. 23:44

 

 

 

정말 어렵게 국경을 넘고 네팔간즈에서 하룻밤을 자고 버스를 두번 갈아타서 겨우겨우 룸비니에 도착했는데, 이미 깜깜한 밤. 한국절 찾기는 포기하고 혼자 주변에 숙소를 찾았다. 겨우 찾은 숙소에서 하루를 묵은 뒤에 아침에 한국절로 이동을 했다. 괜히 자전거릭샤 안탄다고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험한 길에 날도 뜨거워서 신발이 진흙탕에 빠지고 넘어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중간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어깨에 맨 짐들을 잔디에 다 풀어헤쳐놓고 벌러덩 누워있기도 했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다시 30분정도 걸었을 때 온몸은 이미 땀 범벅에 녹초가 되어있었고 그제서야 한국절이 보이기 시작했다. 힘들게 만난, 단청이 되어있지 않던 한국절. 그래도 난 이 절이 좋았다. 기부금으로만 지어지기 때문에 목조가 아닌 싼 콘크리트로 만들었다는데, 하루 빨리 이 절이 완공되어서 많은 이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단청이 그려지면 좋을텐데. 한국식 밥상 3끼와 하룻밤에 5000원. 이곳에서 머물며 하루 3번 예불도 드리고 혼자 많은 생각들을 정리했다.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시간이 참 빨리 갔었다. 이곳에서는.

 

 

 

첫날부터 나는 방을 혼자 썼다. 그리고 3일후에 방글라데시에서 살고 계시는 아주머니 한분과 하룻밤을, 그리고 또 한국에서 오신 아주머니 한분과 또 이틀밤을 보냈다. 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예불을 꼬박꼬박 드렸는데 아주머니들은 쿨쿨 잠을 주무셨...다. 모기가 너무 많아서 모기장이 없었으면 난 산 송장이 되었을것이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모기장 위에 모기 시체가 한 30마리쯤. 후덜덜덜. 사랑해요 모기장.ㅎㅎㅎ 이때쯤 내 발은 정말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열이 콸콸 올라오던 룸비니의 낮. 어마어마하게 뜨거운 이곳의 여름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정도로 힘이들었다. 그래도 나는 마냥 행복했구나. 왜냐하면 여기는 네팔 룸비니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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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Nepal2012. 11. 18. 20:30

 

 

칼리 여신은 그림이든 조각이든 무섭긴 매한가지. 우연히 들어갔던 식당에서.

 

 

 

 

40도 훨씬 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밖에 돌아다니다 일사병 날 것만 같았는데 아이들은 익숙한지 잘 논다. 숙소에서 잠을 잘때면 온몸에서 땀이 흘러 한국 사우나를 경험했다. 룸비니는 이렇게 조용하고 아늑한 동네였지만 날씨때문에 완전 멘붕. 새벽에 일어나고 해가 떠 있을 땐 숙소에 들어가 피신.ㅜㅜ 날씨가 여행에 엄청 중요하다는 사실을 뼈져리게 느꼈던 시간들이다.

Posted by goun
Travel/Nepal2012. 10. 19. 18:02

 

 

단체로 구경나오신 아줌마님들. 어딜가나 아줌마님들의 기 포쓰는...ㅋㅋㅋ 단체컷에 슬쩍 껴서 찍어보려했는데, 너무 화려하셔서 무채색인 나는 위축중이다.ㅋㅋㅋ 개방시간이 지나도 열리지 않는 독일절의 문간에서 오픈을 기다리며.

 

 

 

오픈 시간이 길어져서 절 뒤쪽으로 돌아가봤더니 소가 지나간다. 장난끼발동!!! 무섭게 겁주면서 소 쫓아가기! 에헤- 소가 너무 겁먹고 뛰어간다...아! 실패! 씁쓸한 내 표정...씁.

 

 

 

나보다 5살이나 어린 정섭이. 오랜 여행으로 인해 정섭이는 네팔리로 오해도 종종. 정섭이 두팔벌려 와우! 그림을 다 껴안았네!

 

 

 

여러나라의 절이 있는 룸비니. 그중에서도 독일절은 내 예상과는 완전 다르게 엄청 화려해서 정신없이 눈을 돌렸다. 벽화와 불화들은 모든 세계의 절을 통틀어 가장 디테일했던 것 같은데, 조각들은 반대로 너무 어설프고 조악해서 세련됨과 키치적인 것의 차이를 충분히 즐기면서 본 것 같다. 룸비니 한국절에서 만난 정섭이랑 함께 동행했던 재밌었던 절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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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