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Nepal2015. 3. 17. 22:32

봄이 되니, 네팔의 봄이 생각난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마치고 홀로 갔던 카트만두. 이곳에선 매일 파업이 있었고 레스토랑은 거의 문을 닫았으며 버스도 다니지 않았다. 그래서 릭샤를 타고 근방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게 일주일이나 되었다. 희한하게도 그 일주일은 크게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서 많은것을 했었던 시간이었다. 카트만두의 곳곳에서 팔던 감자튀김와 양고기 모모가 가끔 그립다.




마음씨 좋게 생긴 릭샤아저씨. 이 나라에선 매번 흥정을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인도에서보단 네팔이 상대적으로 루피가 싸서 그랬는지, 아니면 사람들이 더 선해서 그랬던건지 거의 흥정을 하지 않고 탔던 것 같다. 알고보니 매우 가까운 거리였는데 내가 길을 잘 몰라서 탔던 거. 그래도 아저씨 미소 때문에 기분은 좋았다.^^





라일락 향기에 취해 길가던 네팔분께 촬영을 부탁했다. 물푸레나무과인 연보라색 꽃들은 아카시아처럼 강한 향을 내뿜지도 않으면서 은은하게 내 시선을 빼앗아버렸다. 라일락의 꽃말을 찾아보니 '젊은날의 추억'이란다. 흐으.ㅎㅎㅎ 종종 이때의 향기, 이날의 날씨와 바람 같은 게 기억난다. 어딘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걸어다녔던 네팔의 봄. 그리고 나. 


이곳에도 봄이 오고있다. 이미 와 있는것도 같다. 오늘은 집안의 커튼도 녹색과 레이스로 싹 바꾸고, 봄 나뭇잎이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이불도 샀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참 예쁜 것 같다. 내가 네팔에서 느꼈던 그런 평온한 느낌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바닥에 깔아둔 털러그는 걷어두고, 소파위의 패브릭도 접어두었다. 방은 그새 환해졌고 마음도 차분해졌다. 5월에는 베트남에 가게될 것 같다. 그때까지 난 또 설레어하며 5월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얼른와라,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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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