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리시케쉬는 요가, 명상으로 유명해서 전 세계 요가, 명상하는 사람들이 다 모여있는 것 같았다. 순례 인파들, 레게머리를 땋은 사람들, 집시같은 행인들, 소와 원숭이들이 많았다. 이곳에서는 위쪽 '하이뱅크'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혀 고기를 팔지 않았는데 다행히도 난 리쉬케시 도착한날부터 3일을 앓았기에 음식을 잘 먹지 못하였다. 체력저하 말고도 소화가 너무 안되서 계속 미식미식거리고 밖에도 잘 못나가고. 이틀을 못먹으니까 정신이 좀 맑아지는 것 같기도 했다.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요가 벽보들 찾아서 요가 클래스도 알아보러 다니고, 강가도 산책하고, 유명하다는 커피집에서 사색에도 잠기고, 사원도 둘러보곤 했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보냈고 아주 조용히 이곳을 느끼고 즐겼다.
리시케쉬에는 10-11일정도 지냈는데, 첫날은 너무 날이 뜨거워서 아예 얼음물 없이는 돌아다니지도 못할정도였고, 3일뒤에는 밤새 비가내리고 폭풍이왔다. 왔다리 갔다리 하는 기상이변으로 여행은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처럼 되어버렸고 마음은 점점 차분해졌다.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건 한개도 없었고, 당장 내일 무엇을 할지도 계획이 없는 시간들을 보냈다. 동행하던 친구가 일주일 뒤 다른도시로 갔고, 나는 혼자 이 방에 묵으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고기가 먹고싶어서 무작정 길도 모르는 하이뱅크까지 갔다. 도로를 걸어서 40-50분. 이번에도 아주 겁없이. 지도도 없이. 달랑 몸 가는데로. 그렇게 가다가 도로에서 짜이도 한잔 마시고, 사원에 들어가서 밥짓는 구경도 하고 그랬다. 뭐니뭐니해도 아무런 일정없이 싸돌아다니는게 내 스타일.ㅎㅎㅎ
하이뱅크로 가는 길에 만난 짜이파는 가게와 락시만 줄라와 하누만 사원, 그리고 다람살라라고 부르는 순례자들이 묵는 곳이다. 소가 사원안으로 들어오니까 사람들이 소 궁둥이를 톡톡 치면서 나가라고 한다. 9년전에는 길거리에서 발로 소를 뻥뻥 차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소가 신성시되는건 맞지만, 길에서 차들을 막고 통행을 불편하게 하니까 (기차 전복사고도 많이나고) 어쩔 수 없나보다. 그런데 발로 차거나 때린다음에 눈치보는 인도사람들은 또 뭐냐. 웃기다.ㅎ
오후 6시부터 2시간정도 매일매일 이렇게 의식이 치러진다. 숙소 가까운 곳에서 매일 뿌자의식 소리가 들렸다. 바라나시보다 리쉬케시가 더 경건하단다. 마지막날에 정말 힘들었다. 이곳에 더 있고도싶고, 아쉬울때 떠나야할것도 같았기 때문에. 열흘 넘게 눈인사만 주고받던 니켈과 마지막날 친해져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럭키호텔의 매니저 니켈을 그려주었다. 마지막날 기념으로. 매니저 일을 8년을 했단다. 인도인들 답지않게 니켈은 항상 정중했고, 쓸데없는 참견도 없었다. 그래서 더 늦게 친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아주 조용조용한 성격의 니켈은 그림을 너무 고마워했고, 지금까지도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며 지내는 친구다. 보고싶네. 마지막날에 니켈이 찍어준 사진.^^
백납이 걸린 이 아저씨는 다른 릭샤꾼들과 달리 나를 1/10 가격으로 태워주었다. 거의 그냥 현지인들 가격으로. 정말 착했던 릭샤 아저씨. 얼굴에 백납을 치료하지 못해 저렇게 얼룩덜룩해져서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인도 여행하면서 나에게 유일하게 사기 안치고 현지 가격으로 태워준 사람이었다. 흥정도 없었다. 인도에는 나쁜 사람도 많지만 좋은 사람도 많다. 그리운 사람들이 생각나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