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델리행은 여행의 목적이 아닌 전시를 위한 것이었어서 여행과는 너무나 다른 일들이 많았다. 그것이 내게 엄청 큰 의미로 다가왔다. 델리는 여행을 다닐때 항상 스쳐 지나가는 곳이었고, 나는 관광지를 별로 안좋아해서 델리를 여기저기 둘러본것도 아니었다. 델리에 대해 아는게 거의 없다고 봐야했다. 그런 곳에서의 일주일동안 나는 델리의 여기 저기에 숙소를 정하고, 좀 힘들더라도 안가본 곳들 구석 구석을 다 다녀야겠다고 다짐했다.
어떤 날은 south delhi, 어떤 날은 큰 장이 서는 작은 빌리지 안, 어떤 날은 경비가 있는 주택단지, 어떤 날은 아티스트 부부의 집...어떤 날은 사슴 공원이 있는 동네...그러다보니 생각치도 못한 곳들을 자주 발견했다.
어느 날엔 숙소에서 오전 일찍 나와서 무작정 걸었다. 걷다보니 깔까지 만디르 역이 나왔고, 그 근처를 배회하다가 연기가 폴폴 나는 작은 사원엘 들어갔다. 난 그곳이 어떤 사원인지도 몰랐다. 그냥 저 위의 사진이 그 사원의 입구인데, MOKSH DHAM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서고 껴안고, 위로해주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보니 안에는 태우고 있는 시체 한구와 이제 태워지길 기다리는 시체 한구가 있었다... 어떤 한분께 '내가 들어가도 되나요?'하고 물으니, '눈으로만 보는 건 괜찮다'고 하셨다. 한참을 앉아서 유족들과 시체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12년 전 바라나시가 계속 생각났다. 그때 나는 22살이었는데, 시체 태우는 장면을 처음 봐서 굉장히 멍해졌던 기억이 났다. 잊을 수 없던, 해골이 툭- 하고 떨어지던 그 장면들이 갑자기 눈앞에 촤르륵 펼쳐졌다. 인도 시내의 메트로가 한눈에 보이는 그 곳에 연기가 활활 타오르는 작은 사원이 있었다...그리고 화려하다 못해 키치하다고 느끼게 했던 관의 장식들도.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사원의 입구만 찍고 발걸음을 돌렸다. 숙소로 돌아와 홈스테이 하는 호스트 분께 오늘 봤던 것들을 이야기했는데, 그 분도 그런곳이 있는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그냥 그런 마주침 같은것들이 내게 많은 것을 안겨주었다. 이번 인도행은 그러했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너무나 좋고 고맙고 착한 사람들이었다. 처음에 인도로 떠날때는 조금 무서웠었다. 테러도 일어났고, 델리 위쪽 지역에서 카스트때문에 폭동도 일어났다. 그런데 나는 인도가 더 좋아져서 돌아왔다. 인도에서의 일주일은 2-3주 정도로 길었던 것처럼 몸이 느끼고 있는데, 한국에서의 일주일은 2-3일처럼 금방 간다. 인도에서의 시간은 왜 이렇게 느리게 가는거야? 하고 계속 생각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나는 왜 인도를 이렇게 좋아하게 되었을까. 혹시 전생에 나는 인도인이었을까?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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