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부쩍 성도착증의 나라가 되어버린 인도의 기사들을 읽다가, '이제 더 이상 나에게 타지마할은 없는것일까...신혼 여행지로 점찍어둔 우다이도 영영 못가고...요가하러 리시케쉬도 못가는건가.'하는 생각에 낙담하는 마음이 되었었다. 내가 다녀왔던 암리차르나 캘커타에서도 사건 사고가 터지고 있고, 나 또한 그곳에서 위험할 뻔 한 순간들이 있었으니까 더 마음이 심난했던듯. 유독 성에 관련된 기사들이 인도에서만 쏟아져 나오는것도 이상하긴 하지만. 행여 그 기사들에 정치적인 것들이 연루되어 있다 할지라도, 없는 얘기들도 아니고 팩트는 팩트니까 난 더 할말이 없다. 사실 아니라고 부정하기도 어렵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도가 그리워서 오늘도 인도에 관련된 포스팅을 한다. 나에게 인도는 한마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밖에는 얘기할 수 없구나. 언젠가는, 치안이 좀 더 나아지게되면 그때 인도를 다시 갈 수 있을것이다. 나 아직 타지마할 안봤다고요...(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가려고 미뤄두고 있었어...)
네팔로 넘어가기위해 가야했던 하리드와르. 그곳에서 정말 신기한 일을 경험했다! 마야데비사원으로 올라가는 골목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원석들을 잔뜩 바닥에 깔아놓고있었다. 웅성웅성대길래 가서 봤더니, 사람의 손바닥 위에 돌을 얹고 대나무 막대 같은것에 물을 묻혀서 툭!하고 손바닥에 물을 뿌린다. 그러면 어떤 사람 손바닥에서는 우윳빛 물이 나오고 어떤 사람 손바닥에서는 핑크색 물이 되었다. 같은 돌인데 다른 색이 나오는 것이었다. 완전 신기했는데 그냥 가려니까 이 사진위에 남자(아무래도 얘가 삐끼같음)가 할아버지앞으로 나를 끌고갔다. 손바닥을 펴라고해서 폈는데 돌 3-4개가 다 내 손위에서 아무런 반응도 없다가 썬스톤을 올려두자마자 핑크색물이 나왔다. 너무 신기해서 썬스톤을 다른 사람 손바닥에 올려놓고 물 뿌려보라고 하니까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 할아버지는 재차, 이 썬스톤이 나와 맞는 돌이라며 극구 사야한다고 했다. 나는 죄송하다 말하고 가려니까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이 내게 천벌을 받게 될거라고 했다. 그러더니 이건 신의 계시이고 이 돌을 사지 않으면 내게 위험한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오버하며 소리를 꽥꽥 질렀다. 얼마예요? 하니까 200루피란다. 그래서 노, 노, 투 익스펜시브! 라고 말하고 가려는데 막 뒤에서 사람들이 야유를 보내고 난리가 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렇다면 50루피면 사겠다고 했더니 할아버지가 가져가란다. 그래서 50루피를 주고 이 돌을 샀다. (1/4을 깎은 난 쫌 짱인듯.ㅎㅎㅎ)
다음날 시장엘 갔다. 하루종일 반지 만드는 곳만 찾으러다닌 것 같다. 돌을 샀으니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할것만 같아서. 그래서 이 돌을 보여주며 은으로 세공이 가능한 곳을 정말 힘들게 찾아냈다. 현지 사람들 5명에게 묻고 물어서 발견한 곳이었다. 은반지의 디자인을 골랐고, 손가락 사이즈를 쟀고, 돌을 맡겼고 가격흥정을 했다. 시장에 돌아다니다보니 썬스톤은 아주 많았다. 가격은 40루피. 뭐 10루피 정도 더 얹어주고 샀으니 큰 사기는 아니었다.^^ 3시간 뒤에 오라고 해서 나는 또 신나게 갠지스 강가에서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며 노닥거리다가 오후 6시쯤 다시 그곳으로 갔다.
반지가 만들어지기를 기다리다가 알게된 하리드와르의 가족들. 구자라트에 살고 있는데 가족들끼리 이곳으로 나들이를 온 것이었다. 이들 한명한명에게 다 초상화를 그려주었다. 너무 행복해하던 아이들이 생각난다.
검지에 끼워져있는 갈색 돌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하리드와르에서부터 꾸준히 이 반지를 끼고 여행을 다녔다. 왠지 나의 수호신인것만 같고, 무서운 일이 생길때마다 돌을 만지작 만지작거리면 좀 나아졌다. 반지를 아주 이쁘게 만들어준 주인 남자에게 그림을 그려주었고 은반지를 더 싼 가격으로 살 수 있었다. 이 정도면 흥정의 왕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ㅎㅎ
기요미 도마뱀. 이 도마뱀은 내장이 까맣다. 8년전에 본 투명 도마뱀은 심장이 오렌지색이었는데. 이것도 이뿌네.
맛있는 알루 빠라타. 이건 한국에 있는 인도 음식점에도 별로 없다. 파는곳 아시는분은 제게 좀.
하리드와르의 기차역 근처 숙소는 너무 하얗고 너무 조용했고 동네는 아무것도 할 것이 없었다. 과일을 사러 돌아다니다가 짜이 한잔씩 마시고 동네 꼬맹이들하고 놀다가 숙소로 들어와서 셀카를 찍는 일 뿐이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다 아이라인을 짙게 그렸더랬다. 혼자 돌아다니는 아시아 큰 여자가 신기했던지 나를 계속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곳은 갠지스 상류의 2개의 물줄기가 하나로 모여서 바라나시로 흘러가는 곳이다. 아주 성스러운 곳. 그래서 매일매일 이렇게 몇백명의 사람들이 몰리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뿌자의식이 거행되는 곳이다. 제물도 바치고 신나는 음악도 나오고. 주변에는 돈을 걷으러 다니는 사람도 많았다.
나무 아래에서 수행하고 있는 분. 옆에 꼬마는 왠지 아들인 것 같은데, 이런 언밸런스함이 역시 인도의 매력인듯. 아름다운 하리드와르. 나중에 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