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어린이집 방학과 딱 겹쳐서 유모차를 끌고, 대중교통으로 더현대까지 감. 이제는 유럽 여행력이 늘어서 유모차로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이 있다. 별로 힘들지도 않음. ㅎㅎㅎ 아기는 빨간옷 언니다! 이러면서 또 엄청 좋아했다. 1시간을 기다려서 입장했구 나는 오늘 또 다시 알게됐지. 덕질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 봄! 봄이다. 최근에는 서촌에 있는 카페 알베르게에서 <감정코칭> 수업을 들으며 새로운 사람들도 만났고, 내 삶과 작업과 육아에 대한 생각들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참 즐거웠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나름 안정된 루틴으로 살고 있는 요즘. 작업만 좀 더 잘 풀리면 좋을텐데. 하지만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하늘에 감사하고 있다. 4월에는 연희아트페어에 출품하고, 하반기에는 갤러리 박영에서 전시를 하게 될 예정이다. 천천히, 내가 원하는 만큼 최선을 다해 작업을 하고,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 요즘 내 삶의 낙은...황소윤의 목소리를 듣는것. 어떨 땐 아침부터 쭉,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허락할때마다 듣고 있는데, 그때마다 너무 너무 너무 행복감이 몰려온다. 정말 좋다. 이걸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서른 다섯 이후로 새로운 음악을 찾아듣지 않다가 새소년을 접하며 완전히 깨져버린 것 같다. 얼마전 대학 동기들을 만나 얘기를 하다가 내가 왜 황소윤이 좋은지에 대해 격렬하게(?) 말하게 되었는데, 내가 너무 눈빛을 반짝이며 얘기를 하니 다들 너무 신기해하더라. "너는 정말 20대때랑 똑같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좋아할 수 있는거냐. 넌 원래 선생님 좋아하고 연예인 좋아하는 타입도 아니었자나."라며 놀라는 친구들. 맞다. 나는 그런걸 정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중 한명이었지. 그런데 나에게 있어 황소윤이라는 존재는 내 인생의 활력이자 함께 창작을 하며 함께 가는 아티스트로서 리스펙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예전에는 그저 단순히 내가 못다한 젊은 시절의 여러가지들을 해내는 그가 멋있어 보여서 좋았다면 이제는 그가 아티스트로서 음악을 대하는 태도, 삶을 살아가며 작은 것들 하나까지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 목표에 매몰되지 않고 아름다운 과정을 하나하나 느끼는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꾸준히 실험하며 성장해나가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존경심 때문에 응원하게 되는 것 같다.
소윤은 창작을 하는 과정을 굉장히 중요시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음악과 공연에 대한 의미라던지, 순기능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친구인 것 같다. 보여지는 것, 장식적인 것, 사람들이 추앙하는 것들에만 몰두되지 않고, 작업에 이렇게 힘을 주는게 맞는 일인지를 되돌아 보고, 자신의 것을 꾸준히 해내려는 그 마음. 정말 아름답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난 이 사람의 10년 뒤, 20년 뒤가 너무 너무 기대된다. 언젠가, 정말 내가 더 좋은 작업을 하게될 때 소윤도 함께 그 자리에서 창작을 하다가 만나게 된다면, 내 전시에 와 준다면, 진심 영광이겠다. 오늘 하루도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음에 감사. 이런게 정말 찐사랑이 아닐까. 여보 미안해. 나 코튼스틱 음악도 좋아하지만 원픽은 새소년이야.ㅋㅋㅋㅋㅋ 알럽 소윤!ㅋㅋㅋㅋㅋ
이제 3돌이 갓 넘은 우리 아기는 작년 펜타포트에서 빨간옷을 입고 등장한 강렬했던 그 모습 때문에 황소윤을 "빨간옷 언니"라 부르며 아침부터 빨간옷 언니의 음악을 틀어달라고 난리다. 근데 요즘 소윤이 빨간옷을 자주 입고 등장하네? 여전히 우리 아기에게는 빨간옷 언니. 롹키드로 열심히 잘 키우고 있다구욧!ㅎㅎㅎㅎㅎ
너무 좋아서 작년 여름 사진을 뒤늦게 블로그에 박제해본다. 소윤을 두번이나 본 아기. 이제 다음에는 또 언제 만나볼까나~
지난 날들에 후회와 미련이 조금도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후회한다해도 달라지는 건 없으니 지금껏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후회가 다 무엇일까. 미련이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요즘 꾸준히 소윤의 음악을 들으면서 소윤이라는 사람이 참 궁금해졌고 오래전부터 팔로우했으나 꼼꼼히 보지 않았던 탓에 지나가버려 놓친 피드의 글을 다시 읽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내 어린시절이 자꾸 복기되면서 자꾸만 그때의 내가 떠오른다. 그래서 소윤의 음악이 나에게는 좀 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릴적의 나는 내가 갈구하는 것들의 실체가 눈 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게 뭔지 너무 명확하게 잘 알았다. 직감으로 아는 것이었는데 거의 맹신 수준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치만 너무 바쁘게 살았기에 작게 쪼개져버린 시간들 속에서 손가락 사이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들 처럼 훌 훌 많이도 바람에 날려갔다. 그걸 그저 지켜만 봐야했던 수많은 상황들이 참 슬펐다. 시간이 부족해서 읽지도 못하는 책들이 쌓여가고, 하고싶지 않은 일들을 너무 많이, 그리고 오래 해야만 했던 그 많고 많던 시간들속에서 이해되지 않는 것들과 최대한 부딪히지 않으려 애쓰던 내가, 하고싶은 말들은 너무 많은데 수줍어 말 못하고 자신이 없어 주저하던 내가, 꼭 꼭 눌러담아 꺼내기 싫던 그 치기어린 날들의 내가 있었다. 어떻게든 그 보이지 않는 실체에 다가가기 위해서 너무 많은 애를 썼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렇게까지 매년 개인전을 하고 수술대 위에 올라가야 했을까. 누군가는 내가 그렇게 살아왔기에 지금의 단단한 모습과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애티튜드가 만들어진거라 말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그때와 다른 여유는 없는 것 같다. 단지 상황이 너무 달라졌기때문에 생기는 자의 반 타의 반의 시간 싸움속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소윤은 내가 잃어버렸던 그때의 자기자신을 간직하고 잘 씹어 삼키며 소화하고 있다. 내가 땅을 파야지 생각하고 씨앗을 사야지 생각만 하다가 땅이 말라버린 날들이 많았다면 소윤은 깊이 깊이 땅을 파고 그 땅에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는 것이다. 만일 내가 공교육을 받지 않고 내가 하고자했던 그 명확한 것들에 더욱 더 집중했다면 내 마음속의 화와 불안, 침체된 어둠보다는 나의 내면을 좀 더 다독이고 관찰할 수 있었을텐데. 조금 더 일찍 말이다. 그랬다면 치기어렸던 내 어린 시절을 조금 더 다독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소윤의 당차고 자신감 넘치는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느낀다. 잘한다고 박수쳐주고 너무 멋지다고 응원하고 싶다. 십년 후 이십년 후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꿔본다.
어떤 인터뷰에서 십년 뒤에도 가수를 하고 있을 것 같냐는 질문을 했는데 소윤은 너무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지금은 그 십년이 엄청 길게 느껴질런지도 모른다. 그치만 내 경험으로 비추어보아 25살 이후로 시간은 정말 미친듯이 빠르게 흘러갔다. 정말 하루하루 열심히만 살았는데 그냥 서른이 되어버린 느낌. 그리고 또 열심히 살았는데 정신차려보니 30대 후반이 되어있었다. 지금부터 십년이래봤자 서른 다섯인데,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대도, 그냥 하고싶은 작업을 계속 하고있다보면 언젠가 십년이 되고 이십년이 흘러 있게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매년 전시를 끝내고나면 너무 힘들어서 이제는 그만 할때가 되었나... 좀 쉬어야겠다 하고서 쉴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또 다시 모터가 윙윙 돌아가곤 했다. 그건 약간 관성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나의 작품활동은 이제 15년째가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존버중이다. 소윤도 나도 꾸준히 존버하며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이건 나한테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지도.
소윤이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안경이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된다기에 넘 사고 싶어서 안달나던 차에 직접 그 안경점으로 방문해서 실물 확인하고 다 써보고 골랐다. 안경닦이에 그려진 소윤의 그림도 독특하고 글씨도 귀엽네. 너무 갖고 싶어서 잠도 설쳤다는. 안경잡이들은 아침마다 안경닦이를 외출직전에 손이 잘 닿는곳에 두어야 하니까 매일 매일 보겠네 부엉인간~ㅎㅎㅎ 안경 하나에 왜 이렇게 행복한지. 이런게 덕후의 인생이겠지요.
원래는 골드를 사려고 생각하고 갔었다. 그런데 골드 보단 블랙이 좀 더 얼굴이 또렷하게 보이는 것 같아서 고민끝에 블랙으로 결정. 컬러 그라데이션 렌즈를 꼈을때는 뭔가 엄청 쎄보였는데 렌즈를 바꾸니 세상 부드러운 인상이 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안경이 나오길 기다리며 소윤의 안경 캐비넷에서 기념 촬영. 눈누난나 설레였다.
작업실에 도착해서 찍어본 셀카.ㅎㅎㅎ 마스크를 썼을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오뜨아이 갤러리에선 처음으로 황소윤님과 콜라보레이션을 하신거라 들었는데, 갑자기 현우님이 생각났다. '하현우 안경'이 출시되면 국카스텐 팬분들 난리날텐데 하는 생각. 그땐 나도 그 안경을 또 구매할테지.ㅎㅎㅎㅎㅎ 국카스텐 2집 앨범의 콜라보 인연으로 내가 징검다리가 되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
요즘 소윤이 나오는 영상 찾아보느라고 작업을 제대로 못한다...어쩜 좋지. 개인전 날짜 미뤘는데, 이렇게 여유부리다가 나중에 큰코 다치겠네. 작업에 제발 집중하고 소윤 영상은 하루 10개 이하로만 봐야지. (과연 될까?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