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너무 보고싶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잊고 있었는데, 우연히 쿠팡플레이에 떠 있는 걸 발견했고 깜짝 놀라 바로 재생버튼을 눌렀다.^^
니키 노주미라는 이란 작가의 작품을 정말 좋아한다. 그의 작품들이 바라캇 서울에서 처음 전시되었을때도, 그 다음 바라캇이 이사를 간 다음 전시를 봤을때도, 굉장한 울림이 있었다. 이런 작가가 이란에 있었다니...믿기 어려운 느낌이었다. 왜냐면 이란이라는 나라의 정치적 상황들이 너무 어려운데 어떻게 이렇게 작품을 했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문...그리고 너무 세련된 느낌도 있었다.(대부분 세련이라는 표현은 드로잉보다는 페인팅에서. 드로잉은 꽤나 거칠고 직접적이다.)
그러다가 니키 노주미의 삶에 대해 좀 알게되었는데 이 사람은 그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고 진짜 현장에서 시위를 하며 목숨을 잃을뻔 하기도 한, 혁명가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란에서 지낼수가 없어서 거의 미국으로 망명(?)해 생활하면서 이란에서 전시했던 본인의 작품들을 40여년만에 찾겠다고 나선 그런 내용의 다큐였던 것이다. 전시를 보며 니키 노주미가 이란을 떠날수 밖에 없었던 이유라던지, 그가 떠나고 3시간 뒤 공항이 폭발했다는 일화라던지...그런걸 알 수 있었는데, 다큐에서는 그의 아내와 딸이 나와서 그 당시의 일들을 아주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내가 이 다큐에서 정말로 가슴 깊이 씁쓸했던 부분은, 작가로서의 니키 노주미는 너무 대단하지만 결국 아내와 아이를 뒤로한 채 끊임없이 시위를 나가고, 위험을 무릅쓰고, 가정을 돌보지 않은 채 양육은 커녕 가장으로서의 본분을 다 하지 않은 것... 그의 아내는 이란에서 함께 미대를 졸업하고 뉴욕대 석사까지 나온 엄청난 수재였다. 그녀의 작품 또한 너무 훌륭했다... 정말 멋진 작품을 하던 그녀였지만 그녀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돈을 벌었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고, 그렇게 아이를 키워냈다. 그리고 자신의 작품에는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 마이애미에서 자리를 잡고 살고 있었으나 잠깐 이란에서 돌아온 남편은 그 생활이 부르주아적 삶이라며 하루하루가 지옥같았다는 말을 했고, 결국 다시 뉴욕으로 이사를 가게된다. 그리고 니키는 자신의 작업에만 몰두했다. 그의 아내가 살림하고 애 키우고 돈을 벌 동안. 그렇게 몰입을 할 수 있는 건 나르적인 작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신의 작업이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고, 작업이라면 나의 가정도 가족도 다 버릴 수 있는 그런 이기적인 마음도 함께. 할아버지가 된 니키 노주미의 인터뷰가 정말 가슴 먹먹한데, 그때의 일들을 생각하며 후회한다고 말하더라...시간이 흘러 후회해봤자 무슨 소용. 결국 그의 아내와는 이혼을 한 상태이고, 자식도 아버지의 이해되지 않았던 선택들 사이에 자신에 대한 애정이 별로 없었다는 걸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끝끝내 눈물을 보인다. 가정이 해체되었고, 누군가는 희생을 했다. 그랬기때문에 니키 노주미라는 사람이 작업을 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이런 뻔한 레파토리... 그렇지만 이건 우리 아버지 세대에 너무 흔한 이야기들이다. 나는 니키 노주미의 삶을 존중하고 존경하고 싶기도 하다. 그의 작품은 너무 훌륭하고 대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항상 무언가를 밟고, 희생을 깔고 가야만 하는 그런 선택의 사랑도 존재하는걸까.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자신에 대한 사랑, 조국에 대한 사랑, 작업에 대한 사랑은 가득한데 자신의 아내와 딸, 가정에 대한 사랑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상처 가득한 한 인간의 다큐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족 사이에 일어난 작고 큰 일들을 그 누가 알고 다 이해할 수 있겠느냐마는... 그래서, 이 다큐는 오랫만에 본 아주 여운과 울림이 있는 다큐였다. 마음이 굉장히 복잡해졌다. 그의 삶도 하루하루가 역경의 날들이지 않았을까. 그래도 남은 애정이 있기에 가족들이 뜻을 모아 작품을 찾는데 주력한 것일테다. 나는 최소한의 따뜻한 마음이 어딘가에는 꼭 필요하다 믿는다. 그것이 가까운 개인에서 시작되어야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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