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2024. 1. 3. 16:04


-등 뒤로는 오래전 시간들이 사라져가고 발밑으로는 짧은 과거들이 사라져가면서 그래도 매일 한 발은 현재, 다른 한 발은 미래라는 불완전한 땅을 밟으며 나아가고 있다. 각자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몫을 감당하고 있으며, 걸어온 시간에 비해 앞으로 걸어갈 시간에 대해 무지한 건 나이에 상관없이 마찬가지니, 서로의 무지를 따뜻하게 바라봐줄 수 있다면,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다. 모두 자신만의 몫을 감당하면 그만이다. -p.53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얘기했던 고백을 나를 향해 뒤집어보면, 나 또한 누군가에게 지옥이다. 내 의도와는 다르게 그에게 지옥을 선사할 수 있다. 그러나 잠들지 못했던 시간이 지나 잠들 수 있는 시간을 보내면서 울고 싶은 마음도 사라진 지금은, 그래도 내가 누군가를 구원할 순 없어도 지옥을 선사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가지고 싶다. 긴 시공간 속에서 수많은 콤마 중의 하나인 인간이 이미 존재한 이상 서로에게 지옥이 되지 않기를, 내가 언제든 타인에게, 그리고 나에게 타인이 지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하루에 한 번이라도 생각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p.184

 

***

 

성미샘의 책을 읽었다. 성미샘이 살아온 인생들이 스펙트럼처럼 촤르르 펼쳐졌고, '그녀의 인생을 내가 똑같이 살았다면 나는 과연 잘 이겨낼 수 있었을까, 성미샘 정말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많은 트라우마들 속에서 이렇게 굳건히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내고 있는 저자를 보며, 나도 힘을 얻는다. '저자가 이런 사람이라서 타인에게 좀 더 세심할 수 있었구나, 나도 좀 더 성숙해져야 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타인의 무지도 따뜻하게 감싸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에 나도 동감하며 읽었다. 성미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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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Works2023. 12. 30. 09:07

https://youtu.be/dJK7MamUuio?si=yNDjNq3dycTtAori

 

드디어 유투브에 공개되었습니다. 저의 작업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클릭해주세요.

이렇게 아름다운 영상 만들어주신 피디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

Posted by goun
카테고리 없음2023. 12. 30. 09:06

갤러리 박영에서의 전시 오프닝 날. 코비드 이후 이렇게 많이 모여 오프닝을 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인터뷰도 하고, 작가님들과 대표님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작가들을 위해 애써주신 갤러리 박영에 무한 감사드린다.^^

Posted by goun
Works2023. 12. 12. 22:07

https://youtu.be/3b18JeoBflQ?si=v_FhmSJrszGUGeMN

 

갤러리 박영 전시가 중반 이후를 넘어가고 있다. 오픈때 찍었던 인터뷰 영상이 유투브에 올라와서 아기랑 같이 보고 있는데 한번 더 보여달라고 하더니 영상이 끝나자마자 아기가 폭풍 오열을 했다. 자신의 왼쪽 소매가 다 젖을 정도로. 아기의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넘 난감했다. 최대한 아기를 달래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좀 진정이 된 후 아기에게 왜 울었냐고 물으니, 엄마의 작품 설명이 넘 슬프단다. 나는 아기에게 최대한 객관적으로 설명을 해주려고 노력하면서, ‘엄마는 그냥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 뿐이야… 하나도 안힘들어.’ 라고 말해주었지만 아기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고, 잠 들기 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다시 훌쩍거리며 내게 하는 말. "엄마... 작업하면서 너무 힘들었겠다. 이제부터는 딱 10개만 그려, 알았지. 더 많이 그리면 안돼."라고 말하는 것이다. 갑자기 코 끗이 찡해졌다. 나를 이해하는 건 이 작은 아기였구나. 그 이후로도 내 딸은 내 작업 인터뷰를 잘 보지 못했다. 엄마가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는게 그 이유다. 우리 딸이 언제 이렇게 많이 컸지 생각하며 오늘도 많은 생각이 들었네.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