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India2014. 12. 9. 01:46

 

 

요즘 들어 부쩍 여행 생각이 많이 난다. 생각나는대로 열거하자면 정말 밤을 새도 모자를 것 같아서 계속 사진을 보고 혼자 피식거리며 웃고 있다. 혼자 떠났던 2년 전 여행이 가장 많이 생각이 난다. 여행을 다닌다라기 보다도 '나를 스스로 여행한다'는 말이 더 정확한 것 같다. 혼자 떠났으나 둘일때도 있었고 여럿일때도 있었고 다시 혼자가 된 때도 아주 많았다. 고독의 두려움같은 건 떨쳐버리기 쉬웠는데(인도나 네팔은 날 가만히 두지 않았기때문에) 네팔 룸비니 절에 갔을땐 한국인들을 만나긴 했지만 참 외로운 느낌이 컸던 것 같다. 긴 여행을 계획하고 장소에서 장소로 이동할때마다 미련 없을때 떠나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사실 마음을 너무 여기 저기 두고왔던 탓일까. 그 감정을 느끼려면 다시 그 장소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엄습할때마다 아쉬움이 커져서, 결국 인도를 떠나면서는 그 기간이 너무 짧게만 느껴졌다.

여행을 다니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내 자신에 대한 질문들이 점점 줄어들게되었다. 뭔가 복잡했던 생각들이 아주 급격하게 단순화되면서 '내가 지금 살아있구나. 살아있으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만 생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이 들면, 아무것도, 내 자신 조차도, 내 삶을 컨트롤 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그저 시간에 순응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모르는 타인과 지키지 못하는 텅 빈 약속을 하는 것과 같았다. 나는 그렇게 나를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단단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순식간에 뒤바뀌기도 했고, 지식이라는 것이 쓰잘데기 없는 종이조각이 되어버리기도 했고, 인식하지 못하다가 갑자기 변하기도 했으니까. 무엇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매우 자연스럽게 내게 다가왔기 때문이고, 그 어떤 드라마틱한 요소는 없었다. 난 그 조용한 떨림들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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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