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Nepal'에 해당되는 글 31건

  1. 2016.06.15 히말라야를 생각하며
  2. 2015.09.16 네팔간즈에서의 하루
  3. 2015.03.18 룸비니에서의 만남들
  4. 2015.03.17 네팔의 봄
  5. 2014.05.21 카트만두
Travel/Nepal2016. 6. 15. 21:43

난 지금도 내가 어떻게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까지 올라갈수 있었는지 생각하면 신기하기만 하다. 3700미터의 마차푸차레에서는 머리가 깨질 것 같았고, 패딩도, 아이젠도, 폴대도, 핫팩도 없어서 추위와 싸워야했다. 그렇게 추위에 약한 내가 어떻게 견뎌냈는지 지금도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히말라야에 대해 몰랐을 때엔 그저 산을 올라가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오르다 보니 그저 위로만 뻗어있는 산이 아니고, 어떤 날은 오른길에서 다시 내려가고, 또 다시 올라가면서 몇개의 봉우리를 넘고, 또 넘었다. 그리고 어떤 날은 다리에 감각이 없어질정도로 수천개의 계단만 올랐다. 그건 마치 삶 같았다. 쭉 뻗은 길들이 아니라 다시 오르고 내리고 오르고 내리면서 그렇게 조금씩 고도가 높아졌다. 자신은 얼만큼 올라가고 있는지 느끼지 못하면서 말이다. 어떨땐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다시 해가 떴다... 그렇게 4000미터가 넘는 베이스 캠프에 도달하자, 추운것을 싹 다 잊었다. 그리고 고산증이 심하게 오지 않아 올라갈 수 있었던 것, 뼈가 튼튼하게 버텨준 것, 그래도 후리스와 바람막이가 있어 내 체온을 유지시켜줬던 것...그런 사소한 일들에 너무 감사했다. 이제는 그 길을 신랑과 함께 걷고싶다. 다시 히말라야에 가고싶다.

올라가다가 숙소에서 바라본 뷰. 

가지고 간 옷을 다 껴입어 뚱뚱이가 된 나. 대나무가 없었더라면 나의 무릎은 아작이 났을지도 모른다. 산을 내려오니 대나무는 30cm가량 짧아져 있었다. 신발 안에는 비닐을 신었다. 양말이 자꾸 젖어버려서.

눈 앞에서 보면서도 믿기지 않던 풍광. 이때가 새벽 6시 쯤이다. 주변에서 내가 불쌍했는지 옷을 빌려줘서 얻어 입은 바람막이.ㅋㅋㅋㅋㅋ 이제 다음번에는 제대로 준비하고 갈 것이여.ㅋㅋㅋㅋㅋ

이건 네팔 아니고 인도 트리운드~ 2880미터 정도인데, 시작하는 지점의 고도도 높아서 4시간이면 오를 수 있었다. 인도에 다시 간다면, 맥간에 들러 다시 트리운드에 가고 싶다. 이때처럼 맑고 따뜻한 3-4월에 가야 젤 이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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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Nepal2015. 9. 16. 00:20


국경을 넘는데에만 버스로 10시간, 웨이팅 2시간, 자전거릭샤로 30분이 걸렸고, 네팔국경에서 네팔간즈까지 가는데 엄청 다양한 교통수단이 필요했다. 3시간이면 간다던 버스 차장은 1분에 1번씩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사람들을 태웠고, 빤(마약성분 껌 같은것)을 계속 씹으면서 쓰레기를 차창으로 내던졌다. 그러다보니 8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네팔간즈에 내릴 수 있었는데, 그 곳은 정말 도로와 먼지, 네팔어로 써있는 상점밖엔 없었다. 몸이 너무 힘들어 아무런 힘도 나지 않아서 먹을 곳을 찾았지만 그곳엔 식당조차 없었다. 호텔같은곳이 하나 보였는데, 그곳 리셉션에 있던 아이가 내 몰골을 보고 놀라더니 계속 먹을 것을 가져다줄까?했지만 난 잠을 자겠다고 말하고 뿌리치고 들어왔다. 자고 일어나보니 정말 그곳은 식당이 없는 동네였다. 호텔 옆 식당사진이 바로 위의 사진. 음식을 만든다기보다는 짜이를 만들어준다고 해야 맞다. 그 호텔가이에게 밥을 어떻게 먹어야 하냐고 묻자, 본인들이 해서 주는것 밖엔 없다길래 초우면을 한그릇 주문했고, 그게 이틀만에 먹은 첫끼니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내 몸상태는 완전 최악에 가까웠고, 얼굴도 꼬질꼬질 초췌했고, 호텔이라고 말하기 힘든 여인숙 같은 그 곳엔 엄지손가락만한 바퀴벌레가 5마리 정도 있었다. 찬물만 나왔고 매트리스는 삐걱댔다. 나는 이렇게 있다간 객사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살기위해 음식도 먹고 이곳에서 짜이도 먹었다. 


네팔간즈에서 하루를 보내고, 그 착하던 호텔가이는 룸비니까지 가는 버스노선을 일일이 힌디어로 써주며 손에 그 종이쪽지를 쥐어주었다. 그리고 버스 차장에게도 내가 룸비니에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네팔에서 만났던 첫 네팔인은 그렇게 내게 친절했다. 다시는 겪기 싫을정도로 힘든 국경넘기였지만 나는 다시 반대편 카카르비타로 육로 국경을 또 넘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니깐.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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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Nepal2015. 3. 18. 00:22



후두두둑 하고 내 머리위로 모기떼들이 떨어질 줄 몰랐지. 아침이 되면 모기장 위에 떨어진 모기들을 털어내기 바빴다. 이곳에선 밤이되면 달빛도 보이지 않고 그저 고요한 침묵만 나와 동행하곤했다. 새벽 4시가 되면 일어나 어둑어둑한 길에 렌턴을 비추고 절로 걸어갔다. 5일간 빠짐없이. 스님이 조용히 읊조리는 불경을 들어야했으니까. 나는 두손을 합장하고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해가 뜨자 그곳에서 만난 소란스럽고 조금은 치기어렸던 그 녀석이 스님께 대들듯이 물었지. 왜 한국절인데 한국어로 불경을 외지 않느냐고. 스님이 어떻게 말했었는지 난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 녀석은 스님의 대답에 실망했다했다. 절을 많이 하고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고나면 아침이 되었고, 아침을 먹기 전 보리수 나무를 보았다. 나는 그 보리수 나무를 그렸고, 왠지 모르게 나의 미래에 대해 초연해지기도 했다. 아무런 위협도 없고 너무나 평화로웠던 그곳. 단지 힘든것을 꼽으라면 40도가 넘는 낮 기온이었을 것이다. 



혼자 이렇게 우두커니 앉아 멍때리면서 뜨거운 해가 지기만을 기다리는 나날들이었다. 그러다가 방글라데시에서 온 한국 아주머니 여행자를 만났다. 아주머니는 너무 말이 많았어... 정말이지 너무 많았다고. 왜 혼자 여기에 있어? 심심하지 않아? 뭐 재미있는거라도 해야지...뭐하는 애야? 새벽에 절에는 다녀왔어? 나는 안가. 밥이 너무 맛없어... 이런건 시작에 불과했고, 모기떼와 딱딱한 바닥, 더운 날씨에 대한 불평과 불만도 쉴새없이 늘어놓기 시작했지. 아주머니가 언제쯤 떠날까 하고 기다렸는데 하루만에 방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무도 없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방. 아, 좋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다가 밤이되면 반딧불이를 보러갔다. 절 뒷편에 있는 길을 따라서 쭈욱 가다보면 반딧불을 만날 수 있었다.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그 불빛들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인기척이 나면 자꾸 나와 멀어지니까 조심 조심하면서. 예쁘고 예뻤던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나는 절대로 같은 추억을 경험할 순 없을거야. 배가 허기진게 아니고 정신이 허기질때마다 그날의 보리수를 떠올리면 된다. 조금은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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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Nepal2015. 3. 17. 22:32

봄이 되니, 네팔의 봄이 생각난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마치고 홀로 갔던 카트만두. 이곳에선 매일 파업이 있었고 레스토랑은 거의 문을 닫았으며 버스도 다니지 않았다. 그래서 릭샤를 타고 근방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게 일주일이나 되었다. 희한하게도 그 일주일은 크게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서 많은것을 했었던 시간이었다. 카트만두의 곳곳에서 팔던 감자튀김와 양고기 모모가 가끔 그립다.




마음씨 좋게 생긴 릭샤아저씨. 이 나라에선 매번 흥정을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인도에서보단 네팔이 상대적으로 루피가 싸서 그랬는지, 아니면 사람들이 더 선해서 그랬던건지 거의 흥정을 하지 않고 탔던 것 같다. 알고보니 매우 가까운 거리였는데 내가 길을 잘 몰라서 탔던 거. 그래도 아저씨 미소 때문에 기분은 좋았다.^^





라일락 향기에 취해 길가던 네팔분께 촬영을 부탁했다. 물푸레나무과인 연보라색 꽃들은 아카시아처럼 강한 향을 내뿜지도 않으면서 은은하게 내 시선을 빼앗아버렸다. 라일락의 꽃말을 찾아보니 '젊은날의 추억'이란다. 흐으.ㅎㅎㅎ 종종 이때의 향기, 이날의 날씨와 바람 같은 게 기억난다. 어딘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걸어다녔던 네팔의 봄. 그리고 나. 


이곳에도 봄이 오고있다. 이미 와 있는것도 같다. 오늘은 집안의 커튼도 녹색과 레이스로 싹 바꾸고, 봄 나뭇잎이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이불도 샀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참 예쁜 것 같다. 내가 네팔에서 느꼈던 그런 평온한 느낌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바닥에 깔아둔 털러그는 걷어두고, 소파위의 패브릭도 접어두었다. 방은 그새 환해졌고 마음도 차분해졌다. 5월에는 베트남에 가게될 것 같다. 그때까지 난 또 설레어하며 5월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얼른와라,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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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Nepal2014. 5. 21. 01:28

 

 

 

 

 

 

 

다양한 색이 많은 카트만두.

얼마전에 세계테마기행에 네팔이 나와서 급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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