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도 내가 어떻게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까지 올라갈수 있었는지 생각하면 신기하기만 하다. 3700미터의 마차푸차레에서는 머리가 깨질 것 같았고, 패딩도, 아이젠도, 폴대도, 핫팩도 없어서 추위와 싸워야했다. 그렇게 추위에 약한 내가 어떻게 견뎌냈는지 지금도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히말라야에 대해 몰랐을 때엔 그저 산을 올라가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오르다 보니 그저 위로만 뻗어있는 산이 아니고, 어떤 날은 오른길에서 다시 내려가고, 또 다시 올라가면서 몇개의 봉우리를 넘고, 또 넘었다. 그리고 어떤 날은 다리에 감각이 없어질정도로 수천개의 계단만 올랐다. 그건 마치 삶 같았다. 쭉 뻗은 길들이 아니라 다시 오르고 내리고 오르고 내리면서 그렇게 조금씩 고도가 높아졌다. 자신은 얼만큼 올라가고 있는지 느끼지 못하면서 말이다. 어떨땐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다시 해가 떴다... 그렇게 4000미터가 넘는 베이스 캠프에 도달하자, 추운것을 싹 다 잊었다. 그리고 고산증이 심하게 오지 않아 올라갈 수 있었던 것, 뼈가 튼튼하게 버텨준 것, 그래도 후리스와 바람막이가 있어 내 체온을 유지시켜줬던 것...그런 사소한 일들에 너무 감사했다. 이제는 그 길을 신랑과 함께 걷고싶다. 다시 히말라야에 가고싶다.
올라가다가 숙소에서 바라본 뷰.
가지고 간 옷을 다 껴입어 뚱뚱이가 된 나. 대나무가 없었더라면 나의 무릎은 아작이 났을지도 모른다. 산을 내려오니 대나무는 30cm가량 짧아져 있었다. 신발 안에는 비닐을 신었다. 양말이 자꾸 젖어버려서.
눈 앞에서 보면서도 믿기지 않던 풍광. 이때가 새벽 6시 쯤이다. 주변에서 내가 불쌍했는지 옷을 빌려줘서 얻어 입은 바람막이.ㅋㅋㅋㅋㅋ 이제 다음번에는 제대로 준비하고 갈 것이여.ㅋㅋㅋㅋㅋ
이건 네팔 아니고 인도 트리운드~ 2880미터 정도인데, 시작하는 지점의 고도도 높아서 4시간이면 오를 수 있었다. 인도에 다시 간다면, 맥간에 들러 다시 트리운드에 가고 싶다. 이때처럼 맑고 따뜻한 3-4월에 가야 젤 이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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