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Nepal2012. 11. 28. 23:22

 

 

 

네팔의 국경 근처 도시 카카르비타로 가는 버스안에서 본 창밖은 금빛 햇살과 노을때문에 그리움도 짙어지던 날이었다. 밤이 다가오고있었다. 그러나 나의 목적지에는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루의 낮이 잊혀지고 별이 보일때쯤, 난 길모퉁이 한가운데에 내려졌다. 어떤 인도 군인 두명과 함께. 그때 나는 정신을 차리려고 엄청 애를 썼고, 자칫 사고라도 날까봐 온몸이 경직되어있었던 것 같다. 너무 무섭고 힘들고 지친데다 나만 외국인이어서. 버스 차장도 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그 군인들에게 내가 숙소찾는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한 모양이었는데, 나는 깜깜한 밤에 어찌 선택할 도리가 없어 그들을 믿고 따라 가다가 (다행히도) 괜찮은 숙소를 찾게 되었다. 어두워서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군인 두명은 꽤 선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더이상의 호의는 없었다. 그들도 방을 구했고, 나도 구했다. 차가운 방. 낯선 냄새...그리고 덜커덩거리는 창문. 밖을 내다보니 문을 닫은 상점만 가득했다. 침대에 앉아 생각했다. '어제가 끝이 나고 또 오늘이 끝이 난다. 오늘 하루 그래도 잘 버티고 여기까지 왔으니, 내일은 아침 일찍 국경을 넘자. 그리고 새로운 날들을 기다리자. 그러면 오늘이 끝이 나고 또 내일이 올테니' 그리고는 무서워서 밤새 잠도 못자고 내일을 맞았다.

 

 

 

 

국경으로 가는 길의 풍경. 버스 파업때문에 힘들었던 시간들이었고 이런 풍경도 지겨워졌었지만, 돌아와서 꺼내보니 생소하게 느껴지는 건 왜인지. 그만큼의 오늘은 갔고, 또 엄청난 내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여행 사진을 보며 또 다시 생각한다. 사십년 뒤에 나는 무엇을 하고있을까. 어디에 정착해서 살고 있을까. 나는 그동안 인도를 몇번이나 더 가게될까. 입버릇처럼 '열번 채울꺼야!' 라고 말하지만 지금 마음같아선 한번이라도 더 갈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올해 인도에서 8년전의 인도를 추억한 것 처럼, 다음해에도 올해의 인도를 떠올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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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