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두두둑 하고 내 머리위로 모기떼들이 떨어질 줄 몰랐지. 아침이 되면 모기장 위에 떨어진 모기들을 털어내기 바빴다. 이곳에선 밤이되면 달빛도 보이지 않고 그저 고요한 침묵만 나와 동행하곤했다. 새벽 4시가 되면 일어나 어둑어둑한 길에 렌턴을 비추고 절로 걸어갔다. 5일간 빠짐없이. 스님이 조용히 읊조리는 불경을 들어야했으니까. 나는 두손을 합장하고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해가 뜨자 그곳에서 만난 소란스럽고 조금은 치기어렸던 그 녀석이 스님께 대들듯이 물었지. 왜 한국절인데 한국어로 불경을 외지 않느냐고. 스님이 어떻게 말했었는지 난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 녀석은 스님의 대답에 실망했다했다. 절을 많이 하고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고나면 아침이 되었고, 아침을 먹기 전 보리수 나무를 보았다. 나는 그 보리수 나무를 그렸고, 왠지 모르게 나의 미래에 대해 초연해지기도 했다. 아무런 위협도 없고 너무나 평화로웠던 그곳. 단지 힘든것을 꼽으라면 40도가 넘는 낮 기온이었을 것이다.
혼자 이렇게 우두커니 앉아 멍때리면서 뜨거운 해가 지기만을 기다리는 나날들이었다. 그러다가 방글라데시에서 온 한국 아주머니 여행자를 만났다. 아주머니는 너무 말이 많았어... 정말이지 너무 많았다고. 왜 혼자 여기에 있어? 심심하지 않아? 뭐 재미있는거라도 해야지...뭐하는 애야? 새벽에 절에는 다녀왔어? 나는 안가. 밥이 너무 맛없어... 이런건 시작에 불과했고, 모기떼와 딱딱한 바닥, 더운 날씨에 대한 불평과 불만도 쉴새없이 늘어놓기 시작했지. 아주머니가 언제쯤 떠날까 하고 기다렸는데 하루만에 방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무도 없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방. 아, 좋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다가 밤이되면 반딧불이를 보러갔다. 절 뒷편에 있는 길을 따라서 쭈욱 가다보면 반딧불을 만날 수 있었다.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그 불빛들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인기척이 나면 자꾸 나와 멀어지니까 조심 조심하면서. 예쁘고 예뻤던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나는 절대로 같은 추억을 경험할 순 없을거야. 배가 허기진게 아니고 정신이 허기질때마다 그날의 보리수를 떠올리면 된다. 조금은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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