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n Seo'에 해당되는 글 1761건

  1. 2010.07.11 핑크색 원피스를 입은 아이
  2. 2010.07.09
  3. 2010.07.08 외부
  4. 2010.07.06 책과 논문 7
  5. 2010.07.02 기억, 발걸음 4
Travel/Egypt2010. 7. 11. 02:16


고요한 골목길에서 너덜해진 핑크색 원피스를 입은 아이가 나타났다. 자신을 찍고 있는 내 눈을 전혀 바라보지 않은 채, 계단을 손으로 쓸거나 허공을 바라보거나 빨래가 널어져 있는 담 너머를 응시하곤 했다.

난 혼자하는 여행이 좋았다. 지독한 외로움 끝에서 나는 무념무상의 상태가 되곤 했으니까.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는 상태의 나는 눈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본능적으로 받아들였으니까. 밤이되면 큰 그림자들이 나를 덮쳤고, 타인들은 거대한 담장을 이루었다. 그것도 장미꽃 향기 폴폴나는 가시 덩쿨로 만들어진 담장. 오래된 벽 안에 둥지를 튼 새들이 내 머리위를 날아다니고, 나무들은 집 한채를 삼켜버리기도 했다. 사람보다 열배정도는 커 보이던 초코송이 모양의 짚풀더미, 거리의 인부들, 골목 어귀에서 차이를 들고 돌아다니는 꼬마 차이왈라들, 나일강 위의 까마귀 떼들... 나만 그 골목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그곳을 버티고 있었다.

'Travel > Egypt'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감  (0) 2010.08.01
카이로 카이로 카이로  (0) 2010.07.16
기억, 발걸음  (4) 2010.07.02
알렉산드리아의 밤  (0) 2010.06.28
프란시스 베이컨이 생각나는 풍경  (10) 2010.06.26
Posted by goun
books2010. 7. 9. 12:09

최윤필 <어느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 프란츠 카프카 <소송>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로르카 시 선집> / 야샤르 케말 <바람부족의 연대기> / 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 / 김사인 <가만히 좋아하는>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2) 2010.07.22
book  (4) 2010.07.17
책과 논문  (7) 2010.07.06
봉지밥  (0) 2010.06.30
찰리헤이든, 네팔  (0) 2010.06.28
Posted by goun
Text2010. 7. 8. 23:27



'...그래서 모든 것에는 자기가 아닌 것 속에서 자신의 진실을 드러내는 잃어버린 조각, 혹은 구멍이 존재 한다.'

'Text'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0.07.27
잡생각  (2) 2010.07.25
터닝 포인트  (2) 2010.07.01
그림의 진리와 불충  (1) 2010.07.01
하모니카 할아버지  (0) 2010.06.26
Posted by goun
books2010. 7. 6. 20:49
오늘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선집 <끝과 시작> / 김경주 시인의 <펄프 키드> / 토니 마이어스의 <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 / 레이멘드 카버의 소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빌렸다. 동네의 반디앤루니스에는 지젝 관련 책이 딱 2권뿐이어서 왜 이렇게 철학책이 없는건가요?라고 물었을 때, 찾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책을 가져다놓지 않았다는 대답을 들어야했다. 정말 철학 관련 서적코너는 달랑 폭 1M 남짓한 6칸이 전부였다.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 그렇게 다들 철학에 관심이 없는건지 아니면 그냥 둘러댄건지.-_- 언제쯤 광화문 교보의 공사가 끝이나는걸까. 서점에서 내가 찾는 책들의 약 60%가 재고 : 0 일 때의 그 좌절감이란. 난 그냥 이유없이 광화문 교보를 좋아한다. 어릴적부터 계속 다녀서인가. 멀지만 항상 그곳으로 발이 향하는 것이 어째 신기하기만 하다.
나의 논문 제목은 "무의식적 욕망과 Chiamse(키아즘)의 논리를 통한 초현실적 회화연구"이고, 초록과 목차포함하여 98페이지로 오늘로 끝을 냈다. 이제야 뭔가 막힌 체증이 쑥 내려가는 것 같고, 속이 아주 후련한것이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다. 이제 또 웹에 올려야하고, 인쇄를 맡기고, 하드커버 제본까지 다 되고, 틀린 부분이 없는지 인쇄본 확인을 해야 100% 끝나는 것이지만, 왠지 기쁘다. 오늘은 자축을 해야겠다. 아! 신난다! 방방!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book  (4) 2010.07.17
  (0) 2010.07.09
봉지밥  (0) 2010.06.30
찰리헤이든, 네팔  (0) 2010.06.28
독서 취향  (0) 2010.06.26
Posted by goun
Travel/Egypt2010. 7. 2. 11:00

다음 날 아침에도 이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아. 비릿한 침을 삼키며 이 한산한 거리를 활보해. 이 거친 땅 위에서 자신의 체온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숲에 나는 그저 차가운 이방인. 나의 뜨거운 체온을 알아주던 이가 나를 데리고 숙소 옆 구아바 가게로 나를 데려가. 달달한 구아바 음료를 목구멍으로 넘길 때, 내 주위는 온통 눈 녹듯 녹아버리고 그 자리엔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가 익어. 내가 살아온 길. 내가 밟아온 그 길.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아왔나요? 사랑하며 살아왔나요?' 아무런 대답도 없는 그 길 위에서, 왁자지껄하던 그 길 위에서, 허름하던 그 길 위에서 나는 내가 움켜쥐고 살아왔던 빛을 잠깐 놔주었어. 그래도 나는 괜찮어. 부풀어버린 빛 조차 이곳에서는 반쯤 허물어진 집 같아서. 그 많은 희열과 고된 시간들 속에도 어쩌면 그 반쯤 허물어진 빛이 존재해. 차곡차곡 그 빛을 개어 가슴속에 포개어 둔 뒤에 배부른 그 길을 걸어.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아왔나요?' 다시 되물을 때, 그제서야 숲 안에서 조용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어.
이곳은 묶지 않은채로 엉켜버린 마음 같아서 애써 보이지 않는 것은 덮어버리고 생각들은 허공에 흩어져버리고 순간의 기억들만 남아. 지겹도록 이야기하는 푸르스트의 마들렌 같은 기억이 아니야. 시간에 금을 내고 벌어진 사이로 빠져나오는 능동적인 기억들이야. 체득될 수 밖에 없는 나의 피부와 뼈의 기억이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져버려서, 이제는 애써 짓지 않아도 될 온기의 기억이야.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