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n Seo'에 해당되는 글 1761건

  1. 2010.06.28 찰리헤이든, 네팔
  2. 2010.06.26 프란시스 베이컨이 생각나는 풍경 10
  3. 2010.06.26 주말르크즉 마을의 개들 2
  4. 2010.06.26 하모니카 할아버지
  5. 2010.06.26 독서 취향
books2010. 6. 28. 13:28
# 얼마전까지만 해도 내 상태가 좀 나아진 것 같았는데, 엊그제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찰리 헤이든을 듣다가 버스 안에서 완전 울컥해서 눈물콧물 찔찔. 헉. 왜 이러냐 감정들아...다그쳐도 나도 이유를 모르겠어서 더 망연자실. 줄줄 흐르는 눈물과 콧물이 내 뇌까지 시큼하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아서 누군가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내 뇌를 진정시켜 준다면 좀 나아질텐데 하는 생각과 동시에 눈물의 원인을 모두 찰리 헤이든에게 돌려버렸다. 

# 네팔 관련 서적들을 읽다가 발견한 책. '잘 있나요? 내 첫사랑들(외로움도 안나푸르나에서는 사랑이다)' _이종국 지음


이 책. 그냥 보통 여행서적과 별반 다르지 않겠지 하고서 읽었던 건데, 완전 실망했던 '네팔예찬'과는 정반대로 이 사람 진짜 사랑하고 왔구나 싶어서,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마음이 헛헛하고 따땃해져왔다. 그렇다고 감동을 주려고 일부러 감정을 짜낸 글도 아니고 정말 솔직 담백하면서도 잔잔하게 써내려가던 글에 이 사람이 느꼈던 기운들이 전해졌다. 처음에는 네팔에 봉사를 간 부부를 취재차 방문했지만 그 이후 1년에 4번이나 네팔을 오고가며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아이들과 함께 사진전을 열고, 한 가정의 일원이 될 뻔(?)했던 사연들이 소박하게 적혀있다. 겉멋부리지 않은 글들이라 읽으면서 많이 이입이 되었던 모양. 인생에 이런 진한 경험을, 추억을 가지고 산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 그만큼 많이 외롭고 그리울테지만.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과 논문  (7) 2010.07.06
봉지밥  (0) 2010.06.30
독서 취향  (0) 2010.06.26
  (0) 2010.06.25
아주 사적인, 긴 만남  (0) 2010.06.12
Posted by goun
Travel/Egypt2010. 6. 26. 23:06

이집트 서쪽 리비아 사막과 맞닿아 있는 시와. 시와의 사막 근처 시내에서 고기는 참 귀할 법. 풍경은 제 몫의 나르시즘을 챙겨 멀리 달아날 것 같았고, 그 틈을 타 재빨리 사진에 담는다. 저 무슬림 아저씨가 베이컨이 그린 교황처럼 잠시 스쳐보였던 건 나뿐만은 아니겠지? 벽에 새겨진 글씨들과 정갈해보이는 저울, 검은 비닐봉지 3개가 놓여진 위치들이 어쩌면 하나같이 아름다운 구도를 위해 놓여져 있는것 처럼 보이는 것이냐. 이런 풍경은 단지 풍경으로서만 존재하지 않는, 욕동하는 풍경처럼 보인다. 이것들이 내 자신을 탈육화 하게 하고 부동의 순간으로 대체하는 것 같다. 마치 꿈틀거리는 갓 잘린 탯줄을 담은 것마냥 가슴 설레던 순간. 아. 이런 느낌은 역시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며, 단지 한장의 사진에 이렇게도 많은 의미들을 채우고 있는 거다.

'Travel > Egypt'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억, 발걸음  (4) 2010.07.02
알렉산드리아의 밤  (0) 2010.06.28
예술가와 수단 쌍둥이 + 압두르기봐 사건 (with누비안)  (0) 2010.06.12
아나 베흐벱 만수  (2) 2010.06.11
카르낙 신전의 여기저기  (1) 2010.06.09
Posted by goun
Travel/Turkey2010. 6. 26. 22:39



요 동네 개들은 다 멍청하게 생겨서 완전 내 타입. 거기다가 따분하고 지루하고 졸린 표정과 행동들까지 갖출 건 다 갖췄다.

'Travel > Turke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셀축  (0) 2010.09.05
코란을 읽어주는 할아버지  (4) 2010.08.07
터키 고고학박물관 + 이집트 미이라  (0) 2010.06.21
이스탄불 구제샵  (2) 2010.06.20
이스탄불의 새끼 고양이들  (0) 2010.06.13
Posted by goun
Text2010. 6. 26. 22:15
어젠 보라매 공원에 자전거를 끌고 가서 그늘에서 책 한권을 다 읽고 왔다. 벤치에 앉아 있는데 살랑 살랑 부는 바람때문에 낙엽 그림자가 나의 몸과 얼굴 위에서 한들한들거렸다. 손바닥을 위로 펴고 나뭇잎 그림자들이 만들어낸 모양들을 관찰하고 있으니 참 귀여웠드랬다. 내가 앉은 벤치의 건너편 왼쪽에는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 30대 중반 정도의 남자가 우울한 얼굴로 꾸벅꾸벅 앉아 졸고 있었다. 가죽 크로스 백을 매고 반바지에 샌들을 신었는데, 근처 병원의 간병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심신이 많이 지쳐보였다. 건너편의 오른쪽(그 아저씨의 옆 벤치)에는 앉아서 계속 발구르기를 하는 할아버지가 앉아계셨는데, 하도 발을 쿵쿵 구르시길래 신경이 쓰여 책을 못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슴팍에서 '하모니카'를 꺼내시더니 부는 것이었다. 나는 귀에 꼽고 있던 음악을 잠시 줄이고서 고개를 푹 숙이고 하모니카 연주를 들었다. 할아버지의 연주는 마치 구슬픈 아코디언을 연상케했고, 연주는 거의 수준급이었다. 내가 들어본 하모니카 중에 가장 뛰어난 테크닉과 구슬픔...그렇게 깊이 감정을 끌어올려 연주하는 건 처음봤다. 나도 모르게 발을 위아래로 흔들며 장단을 맞추었는데, 힐끔 자던 아저씨를 보니까 그 아저씨도 발을 까딱까딱하며 음악을 듣고 있었다. 자다가 무의식중에 흔드시는 건지, 아니면 진짜 음악을 감상하고 계셨던건지. 나는 그렇게 삼각형으로 앉아있는 졸던 아저씨와 하모니카 할아버지와 내가 참 재미있는 구도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까딱까딱 거리며 박자를 맞추던 발들.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가 떠오른건 왜 였지? 아무튼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순간이여 영원하라.

'Text' 카테고리의 다른 글

터닝 포인트  (2) 2010.07.01
그림의 진리와 불충  (1) 2010.07.01
Jazz와 여담  (2) 2010.06.25
좋아해  (3) 2010.06.24
작업  (0) 2010.06.19
Posted by goun
books2010. 6. 26. 00:08


평론가의 까탈, "북방침엽수림" 독서 취향
보르헤스 같은 잘 짜여진, 지적이고 심오한 문학 좋아함
온정적인, 평범하고 엉성한 베스트셀러 싫어함




"타이가"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북방침엽수림 지대는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등지에 가장 넓게 분포한다. 길고 혹독한 겨울과, 짧고 온화한 여름이 특징. 가혹한 기후 조건이지만 년중 고른 강수량을 유지해 북방 동식물들을 위한 최상의 환경을 제공. 전체 지구 식물군의 15%를 차지하는 타이가 수풀림은 워낙 많은 양의 기체를 생산해 지구 대기의 상태를 좌지우지함.

혹독한 추위, 거대한 영향력, 치밀한 생명력. 이런 환경은 당신의 책 취향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 완벽주의 침엽수림:
    잘 짜여진, 정확한, 완벽한 내용의 책을 선호. 기술적으로 깊은 내공을 지닌 작가의 글을 선호.

  • 거만한 알래스카 동절기:
    책의 인기도, 판매량 순위 등에 거의 관심이 없음. 뻔한, 똑같은, 평범한 내용을 경멸함. 진실된, 심오한, 정교한 내용을 선호.

  • 이중적 순록떼:
    의외로 극단적이고 무례한 내용에 너그러운 편. 나름 감정적이고 열정적이며 자유로운 '여성적' 콘텐트에도 관심을 보이기도 함. 

당신 취향은 출판 업계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소비계층입니다. 책을 많이 소비하는 취향 그룹이기도 하거니와, 실제로 책을 비평하는 평론가들은 대부분 이 취향에 속하기 때문이죠.

당신의 취향을 만족시킬만한 책에는 다음과 같은 이들이 있습니다.

몰리의 전 남자친구들이 교회의 화장장 밖에서 2월의 한기를 등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미 다 얘기된 것들이지만 이들은 또다시 말을 꺼냈다.
"걔는 무슨 병인지도 몰랐다는구만."
"나중에 알긴 했는데 이미 늦어버렸지."
"병이 워낙 빨리 진행됐어."
"불쌍한 몰리."
"으음."
불쌍한 몰리. 병은 그녀가 도체스터 그릴 앞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팔을 들었을 때 따끔거리는 느낌에서 시작됐다. 따끔거림은 그 이후로 없어지질 않았다. 그리고 몇주 만에 그녀는 단어들을 잊기 시작했다. 국회의사당, 화학물질, 프로펠러... 이 정도는 그럴 수도 있다 생각했다. 그러나 침대, 크림, 거울... 이런 단어들은 절망적이었다. 그녀가 병원을 찾은 것은 자기 이름마저 잊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병원을 찾은 건 순전히 근거없는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함이었지만, 그녀는 병원에서 몇가지 테스트를 받은 뒤, 사실상,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 Amsterdam: A Novel, Ian McEwan


프루스트의 작품에 어떤 장점이 있든지 간에, 열정적인 팬들조차도 그의 작품이 끔찍하게 길다는 난처한 특징을 부인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프루스트의 남동생인 로베르가 썼듯이, "슬픈 일은, 사람들이 매우 아프거나 다리가 부러지지 않고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을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지 중 하나에 새롭게 깁스를 하거나 결핵균이 발견되어 침대에 눕게 된다 하더라도, 그들은 프루스트의 끔찍하게 긴 문장의 도전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다음에 인용된 문장 하나는 표준적인 크기의 글자 한줄로 배열한다면 4미터가 조금 안되며 포도주병 바닥을 17번 감을 수 있다...
-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알랭 드 보통





이거 아주 예전에 한번 했을 때는 안맞아서, 이번에 다시 할때는 모르겠는건 통과시키고 했더니 완전 맞는것 같다. 신기하네.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봉지밥  (0) 2010.06.30
찰리헤이든, 네팔  (0) 2010.06.28
  (0) 2010.06.25
아주 사적인, 긴 만남  (0) 2010.06.12
여름, Albert camus  (2) 2010.05.30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