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n Seo'에 해당되는 글 1761건

  1. 2010.07.25 잡생각 2
  2. 2010.07.22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2
  3. 2010.07.17 book 4
  4. 2010.07.16 카이로 카이로 카이로
  5. 2010.07.11 전시장에서
Text2010. 7. 25. 02:39

블랑쇼가 말한 것 처럼 죽음은 끊임없는 되풀이됨이다. 그리고 끝내기를 결국 끝내지 못하면서 한없이 계속하기이다. 황혼의 까마귀떼들처럼 그 붉은 공기가 뿜어내는 빛이 차라리 내 어깨어 툭 툭 하고 떨어지기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밤. 아니,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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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books2010. 7. 22. 00:30
"...모든 작품의 재료가 인간 존재를 대상으로 하자마자 무한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무엇이든 좋으니 어떤 감정의 탄생과 죽음을 묘사하기를 원했다(묘사할 수 있다면). 나는 거기에 내 인생을 대입시킨 뒤 결코 끝에 도달하지 못한 채, 결코 바닥에 닿지 못한 채, 결코 속으로 '나는 거기에 도달했어'라고 생각하지 못한 채 수백만 페이지를 집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우리가 결코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내가 겨우 산중턱에, 언덕 중턱에, 내가 하고 싶어했던 것의 천분의 일 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인간 존재가 신을 대신한다는 것을 혹은 대신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간 존재는 연약하고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것을, 인간은 단지 먼지일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인간의 양심은 모든 것을 포함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깨달았다. 나는 또한 깨달았다. 그 인간 존재가 내 유일한 사냥감, 내 흥미를 끄는 유일한 대상임을. 내가 결코 파악할 수 없을 유일한 존재임을. 그러나 때때로 글을 쓰는 작업이 가져다주는 위대한 행복의 순간을 가볍게 스쳤다고 생각할 것임을. 나는 또한 푸르스트를 읽으면서, 글을 쓴다는 일의 멋진 격렬함을 발견하면서, 제어할 수 없으면서도 늘 제어되는 열정을 발견했다. 나는 글을 쓴다는 것이 공허한 표현이 아님을, 그것이 쉽지 않음을, 그리고 그 시절 떠돌던 생각과는 달리, 진짜 화가나 진짜 음악가보다 진짜 작가가 더 드물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깨달았다."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프랑수와즈 사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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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books2010. 7. 17.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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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Egypt2010. 7. 16. 03:41

너무도 평범한 풍경이지만 난 이 사진이 너무 좋다. 4개월째 나의 핸드폰 배경화면이 되어주고 있는 카이로의 사닷역. (붉은색 M자가 메트로 표시다.) 고고학박물관은 카메라 반입이 금지라 숙소에 카메라를 두고 나왔다가 이 곳에서 30분쯤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핸드폰으로 찍었다. 심각한 교통난 세계 2위인 이곳에서 내가 몇번이나 무단횡단을 했었나. 정말 미친듯이 달리는 차로를 뛰어드는 스릴 만점의 목숨건 무단횡단인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절대 건널 수 없는 곳이었다. 정말 시끄럽고 정신없는 카이로의 한복판이지만 메트로에서 나와 길 건너 오른쪽 두번째 블럭 안으로 들어가면 맛있는 구아바를 파는 가게가 있고, 거기서 50m만 가면 발품팔아 무작정 찾아갔던 캐네디안 호스텔이 있다. 싱글룸이 45이집션 파운드였으니까 약 9000원 꼴이었는데, 그리 싼 편은 아니었지만 그곳에서 일하던 알바생들이 너무 어리고 착해서 마음이 갔던 곳이다. 나의 이집트 여행 마지막 날, 정말 아쉬움이 뚝뚝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 그 날, 지금도 카이로 카이로 카이로 카이로 중얼중얼거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 바로 여기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꼭 한번 더 이곳을 가고 싶다. 너무 많은 미련과 아쉬움을 남기고 온 것 같다. 병이다,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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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세상의 습도에 금방 굴복하지 마시고 언제나 보송보송하시길. 다른 곳에 있지만 당신의 동지.' 라는 편지의 마지막 글귀가 잘 잊혀지지 않는 하루. 이른 아침, 그리 창조적이지는 못하지만 나의 밥줄을 위해 일을 나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작업이 좋다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유는 내 작업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아직 태어나지 못한 작업들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때문이다.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기대감때문에 심장 주변이 사정없이 꿈틀꿈틀 거린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도 하고 갑자기 유쾌해지기도 한다.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이 낯설지 않다. 매번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려할때마다 난 종종 이렇다. 그러니까, 행복하다.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