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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5.05.13 빛과 희망
  2. 2025.05.11 나무를 대신해 말하기 1
  3. 2025.02.18 붉은 인간의 최후
  4. 2024.11.08 경찰관 속으로 _원도
  5. 2024.11.06 법의학자의 서재 _나주영 1
books2025. 5. 1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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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books2025. 5. 11. 00:14

# 8년째 이어오고 있는 독서모임에서 최근 읽은 책들 -세계 끝의 버섯, 숲은 생각한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나무를 대신해 말하기 등등- 중에서 가장 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 건 식물학자 다이애나 베리스퍼드 크로거의 <나무를 대신해 말하기> 였다. 10대 초반 갑자기 아버지를 잃고, 얼마 안되어 사고로 또 엄마를 잃게 된 저자가 고대 켈트문화의 유산들을 배워나가는 마지막 후견인으로 살다가 결국 식물학과 의학생화학을 전공하면서 자연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자신을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수용소에 들어갈뻔한 어린 여자아이가 친척의 집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남아 자신의 트라우마와 상실을 견뎌내고 성장해서 연구해가는 그 모습이 정말 경이롭고 아름답다. 그냥 지식으로서의 자연 탐구가 아니고, 고대 켈트문화와 연관지어 이야기를 해주니까 진심으로 나무가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대신 말해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난 어릴적부터 주변의 자연 보다는 나라는 인간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은데, 나의 아이는 자연에 너무 너무 관심이 많아서 지나가는 이끼, 나뭇잎, 그루터기 조차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나무를 매번 껴안고 나무가 좋다고 말하는 아이를 낳게 되어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걸을때마다 주변의 나무들을 기웃거리게 되었던 것 같다. 아이를 보며 '내가 나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건 아닐까?', '유년 시절의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게 아닐까?'하는 합리적인 의심도 생겼다. 나도 나무를 좋아하는 아이였을까 하고.ㅎㅎㅎ 어쨋거나 나는 이 저자가 자연을 대변하는 일을 하면서 자신을 치유하고 타인을 돕고자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글을 읽고 내가 치유되는 것 같았다. 너무 좋은 책이었다. 최근에 나온 <세계숲>도 읽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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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books2025. 2. 18. 13:29

“…….대체 뭐 볼게 있다고들 그러는지? 어느 쪽을 바라봐야 하는 건지…… 죽으면 어차피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을. 죽으면 그만인 것을. 땅에 묻어버리면 끝이라고요. 하지만 아무리 불행한 삶이더라도 살아만 있으면 바람도 쏘이고 정원도 거닐 수 있잖아요. 영혼이 빠지나간 육신은 더이상 인간이 아니라 흙덩이인 거예요. 영혼은 영이고 나머지는 흙, 흙일 뿐이니까. 어떤 사람은 요람에서 죽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머리가 다 셀 때까지 살다가 죽기도 하지요. 행복한 사람들도 그렇고 사랑받는 사람들도 그렇고, 그런 사람들은 죽고 싶어하질 않아요. 어떻게든 모면하려고 하죠. 그런데 도대체 그 행복한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 건가요?”
p.112

<붉은 인간의 최후> 중에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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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books2024. 11. 8. 10:31

그 순간 내 삶은 생과 사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삶과 죽음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큰 바다를 향해 작은 강물들이 모이는 듯 해. 그리고 나는 망망대해에 돛단배 하나 타고 하릴없이 흐느적거리는 존재처럼 느껴져. 살아간다는 건, 죽는다는 건 도대체 뭘까.

나는 삶과 죽음이 한 단어로 불리는 것을 들으며, 이제 막 백일을 넘긴 내 조카를 보며, 오늘도 생의 의미를 반추하며 길을 나서. 엄마 손을 잡고 소아과에 진료를 받으러 가는 유아를 보고, 반세기 전에는 엄마 손을 잡았을지도 모르나 지금은 바싹 마른 나무처럼 늙어버린 손으로 폐지를 줍고 있는 노인을 봐.

결국 인생이란 것도 그런게 아닐까. 나에게 주어진 것은 무엇이든, 그게 돈이든 나의 인연이든, 심지어 내가 차곡차곡 쌓아온 기억이든. 세월이 흐르면서 민들레 홀씨가 날아가듯 서서히 하나 둘씩 바람을 타고 사라져가고 나중에 홀로 남은 나 자신만이 눈을 감게 되는 것.
적지 못한 감정, 담지 못한 마음, 쓰지 못한 기억, 하지 못한 노래. 그리고 잊지 못한 사람에 관한 모든 기억을 하나씩 잃어간다는 건 어떤 비극일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다 부질없이 느껴지는데, 나는 뭐가 아쉬워서 모든 것을 꽉 붙잡기 위해 아등바등 현재을 보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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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books2024. 11. 6. 11:20

"우리는 자신의 탄생을 선택하지 않았다. 우리는 다만 낳아진 존재다. 이것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기에 내가 어떻게 할 수도 없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감사할 일이다. 만약 나쁜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더 나쁜 상황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을 감사할일이다."

"바다를 보지 못한 사람은 바다를 상상할 수 없다. 우리는 죽음을 경험하지 못한다. 바다를 보지 못한 사람이 바다의 광활함과 깊음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처럼 죽음을 경험하지 못하는 우리가 어떻게 죽음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다만 죽은 자들로부터 배워 지금 우리 삶에 도움이 되길 바랄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죽은 자들로부터 무언의 말을 들어야하고 그들에게서 배워야한다."

나주영 법의학자님의 책은 그 전에도 읽었어서 쉽게 쉽게 쓰신다는 거 알고 가볍게 골랐다. 그런데 이번에도 꼭 필요했던 이야기들, 콕콕 찝어서 이야기해주셔서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책읽기를 끝냈다. 사전 연명의료의향서도 매번 써야지 써야지 하고는 잊어버리고...이번에 이 책 읽고 빨리 써놔야겠다고 다짐. 죽음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끝내는 것은 아니니 현실에 충실하고 죽음을 기억하며 잘 살자는 큰 이야기들인데 죽음과 관련된 책과 그림 영화들을 추천해주셔서 좋았다. <제 7일>, <죽음의 에티켓>,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곧 읽어볼 예정이다.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