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2025. 5. 11. 00:14

# 8년째 이어오고 있는 독서모임에서 최근 읽은 책들 -세계 끝의 버섯, 숲은 생각한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나무를 대신해 말하기 등등- 중에서 가장 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 건 식물학자 다이애나 베리스퍼드 크로거의 <나무를 대신해 말하기> 였다. 10대 초반 갑자기 아버지를 잃고, 얼마 안되어 사고로 또 엄마를 잃게 된 저자가 고대 켈트문화의 유산들을 배워나가는 마지막 후견인으로 살다가 결국 식물학과 의학생화학을 전공하면서 자연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자신을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수용소에 들어갈뻔한 어린 여자아이가 친척의 집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남아 자신의 트라우마와 상실을 견뎌내고 성장해서 연구해가는 그 모습이 정말 경이롭고 아름답다. 그냥 지식으로서의 자연 탐구가 아니고, 고대 켈트문화와 연관지어 이야기를 해주니까 진심으로 나무가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대신 말해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난 어릴적부터 주변의 자연 보다는 나라는 인간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은데, 나의 아이는 자연에 너무 너무 관심이 많아서 지나가는 이끼, 나뭇잎, 그루터기 조차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나무를 매번 껴안고 나무가 좋다고 말하는 아이를 낳게 되어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걸을때마다 주변의 나무들을 기웃거리게 되었던 것 같다. 아이를 보며 '내가 나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건 아닐까?', '유년 시절의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게 아닐까?'하는 합리적인 의심도 생겼다. 나도 나무를 좋아하는 아이였을까 하고.ㅎㅎㅎ 어쨋거나 나는 이 저자가 자연을 대변하는 일을 하면서 자신을 치유하고 타인을 돕고자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글을 읽고 내가 치유되는 것 같았다. 너무 좋은 책이었다. 최근에 나온 <세계숲>도 읽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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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