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뭐 볼게 있다고들 그러는지? 어느 쪽을 바라봐야 하는 건지…… 죽으면 어차피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을. 죽으면 그만인 것을. 땅에 묻어버리면 끝이라고요. 하지만 아무리 불행한 삶이더라도 살아만 있으면 바람도 쏘이고 정원도 거닐 수 있잖아요. 영혼이 빠지나간 육신은 더이상 인간이 아니라 흙덩이인 거예요. 영혼은 영이고 나머지는 흙, 흙일 뿐이니까. 어떤 사람은 요람에서 죽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머리가 다 셀 때까지 살다가 죽기도 하지요. 행복한 사람들도 그렇고 사랑받는 사람들도 그렇고, 그런 사람들은 죽고 싶어하질 않아요. 어떻게든 모면하려고 하죠. 그런데 도대체 그 행복한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 건가요?”
p.112
<붉은 인간의 최후> 중에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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