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습도에 금방 굴복하지 마시고 언제나 보송보송하시길. 다른 곳에 있지만 당신의 동지.' 라는 편지의 마지막 글귀가 잘 잊혀지지 않는 하루. 이른 아침, 그리 창조적이지는 못하지만 나의 밥줄을 위해 일을 나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작업이 좋다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유는 내 작업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아직 태어나지 못한 작업들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때문이다.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기대감때문에 심장 주변이 사정없이 꿈틀꿈틀 거린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도 하고 갑자기 유쾌해지기도 한다.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이 낯설지 않다. 매번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려할때마다 난 종종 이렇다. 그러니까, 행복하다.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