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2010. 6. 30. 03:25

고파서 손이 가는 것이 있지요
사랑이지요
담을 데 없어 봉지에 담지요
담아도 종일 불안을 들고 다니는 것 같지요

눌리면 터지고
비우지 않으면 시금시금 변해버리는
이래저래 안쓰러운 형편이지요

밥풀을 떼어 먹느라 뒤집은 봉지
그 안쪽을 받치고 있는 손바닥은
사랑을 다 발라낸 뼈처럼
도무지 알 길 없다는 표정이지요

더 비우거나 채워야 할 부피를
폭설이 닥치더라도 고프게 받으라는 이 요구를
마지막까지 봉지는 담고 있는지요

바람이 빈 봉지를 채간다고
마음 하나 치웠다 할 수 있는지요

밥을 채운 듯 부풀려
봉지를 들고 가는
저 바람은 누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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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