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Turkey2010. 6. 13. 03:34


킬림을 사려고 돌아다니다가 새끼 고양이들때문에 들어가게 된 샵. 여기서 느끼한 대머리 아저씨를 만나서 30분 가량 내 손을 잡고 깍지를 끼고(안놔주고) 자기는 여자친구가 없다면서 남자친구 있냐고 계속 물어보길래 응급 대응책으로 이 동영상을 찍었다. 그리고서 헐레벌떡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말하고 뛰쳐나왔다. 머리카락이 쭈삣쭈삣 서고 손 발이 오그라들던 느끼함이라 나오자마자 길거리를 뛰어가며 소리를 질렀다. '아~아~아~아~아악!!!!!!!!!!!!!!!!!!!' 사람들은 나를 보고 진짜 이상하다고 생각 했을지도;; 영상 찍고 있는 내 바로 왼쪽 옆에 그 느끼한 대머리 아저씨가 서 있다. 그 아저씨도 영상에 담을껄. 너무 느끼하고 쳐다보기도 싫어서 카메라는 왼쪽으로 돌리지도 않았음. 결국 난 킬림을 다른 곳에서 구입해야만 했다. 좀 덜 느끼한 아저씨들의 숍에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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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ext2010. 6. 13. 03:10
아름다운 것들의 안식처가 될 수 있다면, 하고 하늘을 바라본다. 새벽에 잠을 못자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다이어리를 새로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들떴다. 컴퓨터의 모니터 옆에 앉아있는 보송보송한 토끼인형이 우울한 내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 응. 나는 괜찮아. Because I'm free. Nothing's worring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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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books2010. 6. 12. 15:51
비가 오니까 진짜 좋다. 사랑하는 후배 한명이 프랑스에서 마종기씨의 시를 읽었다고, 너무 좋았드랬다고, 전해왔다.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알게된 에디터 자혜님도 마종기씨의 낭독회에 다녀오셨다하고. 요즘 하도 심각한 책들만 읽고 있었던터라 숨이나 돌려보자 생각하고 마종기씨와 루시드폴이 쓴 '아주 사적인 긴 만남'이라는 책을 빌렸다.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읽고있으니 그때의 그 시간이 오롯이 내게 전달되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렇게나 멀지만 가까운 이야기.

어제는 친구와 같이 강가를 걸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에게 남아 있는 여행에 대한 대부분의 기억은 결국 '사람'이라고. 어디에 갔든 기억속에 남은 여행의 이미지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그들과 나눈 것들, 그들의 표정, 몸짓, 이런것들이라고. 그래서 사람을 몸으로 만나지 않으면 여행의 많은 의미가 퇴색되는 것만 같다고. 저는 코엘료와 나는 1시간여의 대화보다 사마라와 나눈 20여분의 대화가 더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루시드폴, 조윤석 p.71

요즘들어 꽤 우울한 날들의 연속인데, 삶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요동치는 현실 속에 내가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고 나만 뚝 떨어져서 혼자 요동하고 있고 그 안에 나는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내게 해주는 위로들, 그리고 내게 전달하려하는 많은 것들은 허공에 둥둥 떠다녔고, 아름다운 풍경들은 언제나 내 눈을, 마음을 보듬어 주었지만 결코 끝나지 않을 슬픔과 함께 존재했다. 단편적인 만남은 극심한 외로움을 증폭시키고 또 다른 즐거움은 언젠가 소멸할것이라는 것. 내가 진심으로 무언가를 그리워할 때, 그것을 그리워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또한 나 임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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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Egypt2010. 6. 12. 15:12

바네사 비크로프트의 다큐멘터리 영화 '예술가와 수단 쌍둥이'를 보았다. 평소에도 바네사의 사진작업들을 꽤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수단에서의 작업을 보고나니 더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작업은 예전보다 훨씬 덜 정치적이지만 뭔가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쉽지 않은 내용들과 압축된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입양에 대한 그녀의 생각들을 추진해나가는 모습, 그리고 그 상황에서 그녀가 작업에 담으려한 메시지들, 입양이 좌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극복하고 작업으로 풀어나가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다. 갸날프고 예민해보이는 그녀의 내면에서 발동하는 본질적인 에너지. 그것은 내게 필요한 부분이요, 가장 닮고 싶은 부분중 하나다. 그리고 그녀가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게 하는 주변의 환경들도 매우 부러웠다.


나는 여행 중 수단 사람들을 몇몇 만났다. 아스완에서 정착해 살고 있는 사람들의 60~70% 이상이 수단 사람들인데, 그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잠시나마 이집션이라는 말을 듣는다치면 의례 얼굴이 구겨지고 '나는 이집션이 아닌 수단 사람이다. 누비안이다.'라고 말한다. 그건 그들에게 남은 마지막 자존심의 표현같았다. 수단에서는 젊은 이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많이 떠난다. 수단이라는 나라에는 국민들을 위한 국가적 안보도, 그들의 희망도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여자들과 어린아이들은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위해 애쓴다.

내가 만난 수단 사람들 중에는 아스완에 있는 필레섬으로 가기위해 펠루카를 운전하며 돈을버는 누비안이 있었는데, 그들은 그렇게 일해도 고작 일인당 이집트 파운드로 10~20파운드(약 2000원에서 4000원)를 번다. 바람이 반대방향으로 불때는 아무리 노를 저어도 제자리다. 30분~1시간을 꼬박 저어야 힘겹게 나일강을 건널 수 있다. 날도 더워서 이들의 이마에는 땀이 금방 뚝뚝 떨어졌다. 처음에는 이렇게 우리랑 잘 놀다가 나중에는 팁을 좀 무리하게 강요하기도 해서 아주 밝은 모습으로 헤어지지는 못했다. 이들에게 5파운드..10파운드...(500원..1000원)의 팁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고 있었다. 그 돈을 아끼기 위해 이들과 언쟁을 하거나 얼굴을 구기고 싶지 않았다. 팁을 많이 줄수는 없었지만, 노를 젓는 캡틴이 내 눈빛을 읽었으리라고 믿고 싶다.
이들이 우리에게 알려준 노래는 "압두르기봐~ 헤나헤나~" 인데, 이 노래의 뜻이 "너무 좋아~ 가자가자~" 라며 내게 알려주어서 이 노래를 알게 된 후에 누군가가 음식점에서 이 음식어때? 라고 묻거나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면 나는 '압두르기봐~"라고 말하면서 좋다는 시늉을 했다. 그때마다 사람들의 반응은 갸우뚱?이었다. 나와 내 친구를 이상하게 쳐다보거나. 나중에 알고보니, 압두르기봐는 아스완의 또라이 중에 상 또라이!!! 의 이름이고, 헤나는 내 팔에 있는 문신을 보고 이들이 즉흥적으로 지어낸 가사였다!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냐면, 에드푸로 가는 펠루카를 탔을 때, 내가 밤에 압두르기봐 노래를 불렀더니 그 펠루카 캡틴이 배를 잡고 뒤로 꼬꾸라지면서 그 노래 어디서 배웠냐고 배꼽을 잡는거다. 그래서 이 동영상을 보여주었는데, 이 둘은 그 캡틴의 친구였고 그때 압두르기봐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게됬다. 우리에게 귀여운 사기를 친 이 두명의 수단인들. 압두르기봐 사건이라고, 우리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웃긴 일이었다. 그리고 압두르기봐 때문에 두번째 펠루카 캡틴은 이틀동안 나만보면 두시간동안 배꼽을 잡고 쓰러지기도 했다. 나는 '저사람 웃다 죽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나중에는 얼굴만 봐도 웃음이 터져서 내 배꼽도 사라질 뻔 했다!ㅋㅋㅋ 아 웃긴다 진짜. 요리하면서도 낄낄..아침에 배에서 자고 일어나서도 낄낄..아무튼 나와 캡틴은 진짜 끊임없이 웃었다. 자, 그럼 그 압두르기봐 음악을 즐겨볼까나. 흐흐


잊지못할 압두르기봐 사건을 만들어준 두 수단인들. 이들의 노래는 진짜 잊지 못할꺼다. 그리고
나중에 내가 압두르기봐가 누군지 알게되었다는 것도 이들은 모르겠지? 풉. 난 다 알고있다구!



계속 웃던 캡틴. 그렇게 깔깔거리고 오랫동안 웃다가 숨도 못쉬고 말이지..그렇게 웃는 수단인의 모습은 진짜 코믹 그 자체였다.
이들은 내게 있어서 이집트에서 만난 가장 특별한 수단인들이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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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Egypt2010. 6. 11. 21:35


사막에서 하룻밤 자고, 다시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러 지프를 타고 가는 중이다.


"아나 베흐벱 만수..."
"아나 베흐벱 만수..."
"아나 베흐벱 만수..." "나는 만수를 사랑해."

사막에서 돌아오는데 나도모르게 눈물이 났다.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