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10. 6. 15. 23:19

아버지라는 이름 속에 가득한 깊은 상처 한아름. 그 의미를 어느 누가 다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앞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무작정 달렸지만 결국 허망함의 끝에서 내게 보인 쳐진 어깨와 힘 없는 뒷걸음을 그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요. 아버지는 걱정어린 딸의 이야기에 못다한 말들을 늘어놓으며 꼬깃꼬깃 접어둔 종이를 펼쳐 눈앞에 보여줍니다. 나는 그제서야 아버지의 영혼 앞에 눈물을 떨구었어요. 지옥같았겠지요. 너무 많은 회한과 슬픔과 추락의 언덕 아래서 어두운 사면을 지그시 쳐다만 보았겠지요. 아버지. 나는 항상 아버지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아버지의 피곤한 어깨를 만져드리면서 마음속으로 '심약해지시면 안되요.' 라고 매번 말하곤 했어요. 아버지가 잠깐 나간 사이 참지 못하고 터져버려 쿳션에 얼굴을 파묻고 말았습니다. 나의 들썩이는 어깨가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했을까요. 긴 긴 세월 한결같이 나에게 작업 얘기를 해주시던 아버지. 그 언젠가 당신이 이 세상에 없을 때를 이야기하며 작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세심하게 전해주시던 아버지. '너무 걱정하지마라, 아빠는 괜찮아. 이제 시작인걸 뭐.' 라고 말하며, 내가 잠잘 때 깨끗한 베개를 베고 자야 한다면서 내 베갯닢을 손빨래하시던 아버지. 정확히 기억나는 아버지의 따뜻한 위안, 그리고 많은 사연들. 그 안에 아버지의 슬픔이 담겨 있었어요. 나는 어제야 비로소 이제껏 숨겨져있던 아버지의 슬픔을 내 마음속에 인화하였어요. 그러니까 이제는 외로워말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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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