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2.01.18 Heavy Sun Heavy Moon
  2. 2010.12.29 새해를 위한
  3. 2010.04.02 우리의 봄은 소중한 봄이다.
  4. 2010.03.26 꿈의 권태에 대하여
  5. 2010.03.23 무거운 것 2
Diary2012. 1. 18. 14:20

느즈막히 일어나 페퍼톤즈의 음악을 틀었다. 그들의 음악은 정말 신이나서 들으면서 작업을 하면 하늘로 붕붕 날아갈 것만 같다. 나도모르게 입가가 스물스물 올라간다. 갑자기, 카이로의 대로변을 혼자 걷다가 사람들이 줄서있는 케밥집에 들어가서 아무거나 막 시켜먹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때의 냄새와 그때의 시선이 느껴진다. 자전거를 타고 시와의 동네를 돌다가 가이드북이 떨어져서 자전거를 세우려다 그만 넘어지고 말았는데, 그때 날 구경하던 아가들과 눈이 마주치자 헐레벌떡 도망가던 기억이 난다. 자전거를 세우고 그 아이들한테 다가가자 한 아이가 박스를 입에 물고서 집 대문 앞으로 나와 빼꼼 나를 쳐다보던 모습. 그런 기억들. 가까스로 그 기억에서 빠져나왔을때야 다시 붓을 든다.

나는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얻고 무엇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저 이 텅빈 공간 안에서 나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비록 나의 것이지만 너의 것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것이 전부는 아닐거라 생각하면서.

오늘따라 이 공간 안의 기운들이 무겁다. 그래서 페퍼톤스. 그리고 또 새로운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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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ext2010. 12. 29. 00:15
마음가짐.
이틀 남았다.

내 마음이 평온해진만큼 많은 것들이 안정되고 기쁠 수 있으면 좋겠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발산하는 사람이 되면 더더욱 좋겠네. 별 다르게 많은것을 바라는 건 없고, 단지 올해보다는 더 나은 새해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 뿐이다. 올해가 아무리 최악이었다한들 작년보다는 훨씬 나았으니까. 점점 나아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두려울 것은 없다.

작업에 에너지를 모두 몰입시키는 것도, 그 외의 것으로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도 둘다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른 경험의 폭과 방향들이 꼭 일정하지는 않을테니까. 그 경우의 수들에서 나는 더 많은것들을 취할수도 있을테니까.
그래도 결국, 나는 작업에 너무 몰입하거나 하지 않거나 어찌되었든 좋은 작업들을 만들어낼 의지가 있고, 그것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으니 새해를 기대해보아도 좋겠지. 오늘은 <나날들>이라는 독일영화를 보았는데 젊고 혈기 넘치는, 조금은 외로운 한 여자아이의 행보를 쫓는 영화였다. 마지막 장면이 좀 충격적이어서, 삶의 의지에 대한, 혹은 삶의 역동성에 대한, 인생의 끝, 참담함, 아이러니함, 고통, 욕망, 자유 같은 추상적이고 멀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30대가 되면 인생의 무기력함에 적응해야할 나이라고 누군가 얘기한 것 같은데, 어찌어찌해서라도 무기력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보자고 다짐하게 되는 것이다. 새해부터는 나와 내 안의 것들, 언어, 이미지, 정신, 집념, 욕망, 발산되는 것들 모두가 자연스럽게 순환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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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Works2010. 4. 2. 11:27

Hable con ella의 음악을 들으며 깊은 첼로소리에 귀를 던져버린다. 나는 신속하게 잠든 나의 망막을 자유롭게 풀어놓는다. 지금의 권태로움은 소중한 권태이다. 나선형의 곡선끝을 따라가면 공격적인 뾰족한 끝이 보일지도 모른다.

바람이 하늘에서 불어올 때
종잡을 수 없는 교차로에서
자신들의 포로들을 교환하는 삶과 죽음의
발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쉬페르비엘

내게 불어오는 미풍을 손끝으로 느껴본다. 고요한 고독의 뒷편에 숨어있는 그 미풍을. 해는 뜨고 지고 빈 자리는 여전한데, 나는 계속 그림생각뿐이다. 나의 그림. 나의 작업. 나는 내 마음속 장작들을 못태워서 조금씩 조금씩 놓아두기만 하고, 그 사이는 텅비어 고요하다. 불보다 강한 물이 몸을 적실 때, 봄의 에너지와 기운은 점점 증폭된다. 안녕 봄. 영광스러운 2010년의 봄이 되어줘. 그래서 내 그림도 태양처럼 훨훨 타오를 수 있게.
Posted by goun
Text2010. 3. 26. 01:23

오늘 한강대교를 건너면서 나는 대교의 끝 너머에 있는 오밀조밀한 아파트단지들을 보며 이스탄불 신시가지를 떠올렸다. 마치 대교위를 건너는 나는 트램을 타고 갈라타교를 건너는 것 같았고.


***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악몽을 꾸었다. 귀신들의 바자회였는데 나는 막대기로 그들의 옷과 물건들을 골랐지만 얼굴에 핏기없는 두 여자는 내게 총을 겨누었다. 축축하고 약간 회색의 분위기가 나는 한옥집의 방과 방 사이에는 장난감 기찻길이 있었는데 그 주위로 또 총알들과 무기들이 잔뜩 널부러져있었다. 남자 귀신들도 나를 주시하고 있었고.

내게 꿈은 더이상 크리스탈처럼 반짝이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그것들의 윤곽만을 더듬을 뿐 더 이상 깊이 침식해들어가지 못한다. 아니, 그러지 않는다. 탁하고 어두운 꿈의 미로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나는 마지막 윤곽만을 주시하고 더듬기만한다. 꿈이 드러내는 내면은 이전의 것처럼 이미지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며, 바닥에 떨어진 낙엽처럼 스쳐지나갈 뿐이다. 나는 꿈에서 권태를 느낀다.
나는 괴상한 수수께끼 그림을 마음속에만 구겨넣고 엉클어뜨린다. 오로지 자기애로만 뒤범벅된 말과 이미지일 뿐인 그것들을 구겨넣는다. 그리고 다시 해독하려하고 헤집어내고 (그러나 답은 없고) 다시 구겨넣고 해독하고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하고...
숲 같은 내장속에서 작업은 점점 내게 말문을 닫으려한다. 그 말문이 트일때까지 나는 그 내장속에서 끊임없이 반복하게 될 것이다. 해독은 불필요해질것이며 점점 더 명료해질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것 자체가 권태로운 일이라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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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ext2010. 3. 23. 04:22
한해 한해가 지나면서 점점 생각이 가벼워지는 나를 느낀다.
이게 정말 좋은 징조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내게만 집중되는 순간들을 분산시킨다고 생각하니 무엇이든 가벼워지는것도 긍정적으로 다가오는거다. 특히 나의 마음에 관해서. 그리고 사람들, 사랑, 연애, 그리움, 계획, 고민, 시간...까지. 그래도 '순간'이라는 단어 만큼은 가벼울 수 없는 존재인 듯하다. 그래서 더더욱 그 순간에 씨름하고 훌훌 털어버릴 수 있게된다.

너무 가볍지만 않게. 그리고 사랑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자. 그러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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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