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2010. 4. 9. 11:05
아침 7시에 일어나 밥을 올리고 어제 밤에 끓여놓은 찌개와 반찬과 함께 한상 올린다. 언니의 약을 데우고 아침 설겆이를 하고 빨래를 돌린 후에 슬슬 움직일 채비를 하고 문을 활짝 열면, 요즘은 왜 이리도 햇살이 따가운지 눈이 부시고 그냥 길거리에 가지런히 누워있고만 싶다. 등산을 할까. 자전거를 타고 멀리 나가볼까.
친구들을 만나고 스물여덟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떤 이의 불온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제대로 살고 있는건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을 이야기하고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일 줄 모르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말이 많은 나에대해 이야기하고 지치고 따분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간.
그냥 빨리 서른이 되면 좋겠다고, 지금 당장 내가 서른이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동네에 핀 개나리는 조금도 아니고 활짝 피었다. 언제 이렇게 핀거지. 왜 나는 한번도 피기 전의 모습을 보지 못했을까.

내일은 8시간동안 조소과 모델 알바를 하러 간다. 8시간이 80시간처럼 느껴질까봐 오늘부터 무서워진다. 작업을 해야하는데.  논문을 써야하는데. 책을 읽어야하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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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