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2011. 1. 8. 01:58
일을 마치고 밤 10시 반쯤 2호선 교대역에서는 사람들이 정말 쏟아져나왔다가 밀치고 떼거지로 쑤욱- 들어가는데 그 광경이 마치 쓰나미를 연상케한다. 가방하나 제대로 움직일 공간 없는, 숨을 곧게 쉬기 어려울 정도의 그런 콩나물시루같은 네모상자안에 꼼짝없이 갇혀서 뜨듯하고 텁텁한 공기를 맡고 있으면 가끔 나라는 인간이 슬프게 느껴진다. 음. 요지는, 내가 그 상황때문에 슬픈것이 아니고...요즘에 이유없이 자주 슬퍼지는데, 사람들의 어깨와 어깨의 틈 사이에 끼어 눈을 감고 있으면 내 슬픔의 원인을 알수도 있을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다. 뜨듯하고 암울한 공기, 무표정한 사람들의 숨소리, 입냄새, 머리냄새, 고기와 술이 베인 옷의 냄새가 덜컹거리는 좁은 공간에 빽빽하게 차 있고, 나는 오른쪽 어깨와 팔이 너무 욱신거려서 아무생각도 할 수 없다. 그 순간, 눈을 감고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라는 인간이 점점 너무 재미없고 심심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는데에서 슬픔의 원인 중 아주 작은 원인 한개를 찾을 수 있는 거다. 그냥 그렇다. 사는게 점점 재미가 없어져서 정말 큰일이다. 나라는 인간도 점점 재미없고. 이렇게 한국은, 나의 주변은 매우 암울하고, 무기력하고, 모든것에 지쳐있고, 나도 점점 어두운 기운에 둘러쌓이게 될까봐 겁을 먹은 채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다. 종종 왜 슬퍼지는 것인지 이유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그렇게 그냥 사는것이다. 이건 잘 사는 건 아닌 것 같다. 나는 정말로 잘 살고 싶다. 정말로 잘. 잘 사는 것이 무엇이냐. 응? 내게 누군가가 해답을 던져줄 수는 없을테지. 아무런 기대도 없지만, 왜 내가 이곳에, 여기에, 이것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내 스스로에게 대답을 해주어야 할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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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