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즈막히 일어나 페퍼톤즈의 음악을 틀었다. 그들의 음악은 정말 신이나서 들으면서 작업을 하면 하늘로 붕붕 날아갈 것만 같다. 나도모르게 입가가 스물스물 올라간다. 갑자기, 카이로의 대로변을 혼자 걷다가 사람들이 줄서있는 케밥집에 들어가서 아무거나 막 시켜먹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때의 냄새와 그때의 시선이 느껴진다. 자전거를 타고 시와의 동네를 돌다가 가이드북이 떨어져서 자전거를 세우려다 그만 넘어지고 말았는데, 그때 날 구경하던 아가들과 눈이 마주치자 헐레벌떡 도망가던 기억이 난다. 자전거를 세우고 그 아이들한테 다가가자 한 아이가 박스를 입에 물고서 집 대문 앞으로 나와 빼꼼 나를 쳐다보던 모습. 그런 기억들. 가까스로 그 기억에서 빠져나왔을때야 다시 붓을 든다.
나는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얻고 무엇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저 이 텅빈 공간 안에서 나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비록 나의 것이지만 너의 것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것이 전부는 아닐거라 생각하면서.
오늘따라 이 공간 안의 기운들이 무겁다. 그래서 페퍼톤스. 그리고 또 새로운 다짐.
Diary2012. 1. 1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