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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28 아스테리오스 폴립 2
  2. 2011.06.22 포근한 비
  3. 2011.06.22 작업 statement
  4. 2011.06.21 <음반 리뷰> 수리수리마하수리 - 지구 음악
  5. 2011.06.17 좋은 사진 2
books2011. 6. 28. 14:45

비가오는 새벽, 꿉꿉한 몸으로 침대에 누웠다. 피로감 때문인지 눈꺼풀은 너무 무겁고 온몸은 돌덩이같았지만 책을 펼쳤다. 아스테리오스 폴립. 아까워서 아껴읽던 책이었고, 지금까지는 아주 천천히 그림과 글씨를 음미하면서 읽어내려갔는데, 어제는 왠지 이책을 꼭 다 읽어야겠다는 결심이 서버렸다.
난 정말 만화를 별로 읽지 않는 타입에다가 읽는다해도 깊은 감명을 받은 적이 없는데, 이 만화는 페르세폴리스 이후로 내게 큰 감흥을 안겨줬다. 어제는 새벽에 이 책의 끝 페이지를 넘기다가.....'아..............!'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응. 만화를 읽고 이렇게 마음 속 깊이 감탄을 한건 정말 오랫만인 것 같다. 

산다는 것은(내가 이해한 바로는)
결국 시간의 개념 안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억한다는 것은
시간의 개념 자체를
무효로 하는 것이다.

모든 기억은, 제 아무리 그 대상과 멀리 떨어져있다 하더라도, 그 기억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바로 그 순간,
'지금'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그건 다만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느냐의 문제일 뿐이야."
"그건 다만 얼마나 관심을 더 기울이느냐의 문제일 뿐이야."
"당신은 다만 관심을 더 기울이기만 하면 되는거야."
"당신은 다만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어."


나 자신의 이야기에선 내가 바로 주인공이지.
아스테리오스는 사람들이 왜 유일하고도 전능한 하느님을 믿는지를 자기가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우주의 창조주가 항상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는 결국 우리가 사랑받고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형제는 항상 우리 조상인 그리스인의 신들을 오히려 선호하는 편이었다.
그들에게 인간의 성격을 부여함으로써,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인간에게 벌어지는 즐거움과 비극의 무작위적인 사건들은 오로지 일군의 쩨쩨하고도 말다툼하는
신들의 변덕으로만 설명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난받을 만한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항상 좋은 일이었으니까.
그토록 강력하고 변덕스러운 힘이 작용함에 따라
압력이 사라지면, 누구든지 더 큰 이야기의 조연이 될 수 있다.
제 아무리 짧은 또는 부차적인 역할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발바닥에 잡힌 물집 때문에 아스테리오스가 떠올리는 컷들. 자신이 사랑했던 하나의 행동을 순간순간 50여컷으로 그렸는데 난 그 컷들이 왜 그렇게 감동적이었는지 모르겠다. 진심으로. 내가 제일로 사랑하는 페이지.
그리고 마지막 둘이 나란히 앉아서 여행했던 순간을 떠올리고. 그냥 가만히 앉아있자고 하던 모습. 색도 예쁘고 그림도 독특하고 좋았다. 정말이지 아름다운 만화다.


이 김에 에식스 카운티도 읽어봐야겠다. 같은 미메시스 출판사 책인데 이 만화도 무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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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11. 6. 22. 17:27

작업실 방과 거실의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바깥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는다. 오늘은 너무 시원한 바람이 불고 또 예쁘게 생긴 비가 온다. 거의 반년 전 그림을 다시 꺼내어 그리고 있고, 음악 덕분에 마음이 덩실덩실 보송보송 해졌다. 비가 이렇게 이쁜거였나. 새삼스레 계속 보고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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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나의 작업은 쪼가리들, 우연들, 수수께끼들, 불가능한 것들의 가능성 등을 한데모아 구성한다. 구성된 장소는 의식의 흐름도 직선이 아니고 시간의 경계도 없는 장소이다. 다시말하면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는 삶에 죽음이 끼어들지만 그곳에서는 죽음에 삶이 끼어든다. 죽음은 두렵고 거부하고자 하는 대상이 아니며, 언제든 그 장소의 틈에 있다. 나는 작고, 연약하고, 쓸모없어 버려지고, 가난하고, 소외받고, 무력한자들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그들을 위한 제단을 만든다.

나의 작업은 애도의 과정이며, 버려진 의식, 버려진 상념, 버려진 물건, 버려진 감정에 대한 애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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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Music2011. 6. 21. 22:47
 



http://vimeo.com/14018934 (물레나 _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노래.)
http://vimeo.com/14018659 (알타이 산맥의 소녀)


내가 처음 이들의 음악을 접하게 된 건 웹사이트 렉앤플레이에서였다. 난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을 할때마다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신기루를 귀로 경험하곤 했다. 이들의 음악 사이사이에는 정리되지 않은 '균열' 같은 것이 존재하는 것 같았는데, 이것들은 사실 경험이라기보다는 체험에 가까웠다.
그들의 삶을 관통하는 알 수 없는 그 무엇, 그저 파도처럼 넘실거리면서 흐르는 것, 내면의 고독을 가만가만 더듬는 행위가 한데 어우러져 음악에 녹아있다. 계속 음악을 듣고 있다보면 어깨춤을 들썩 거리다가도 잔잔한 바다에 몸을 맡기고 싶게 된다.
나는 스비타르 오마르와 미나롬, 정현 이들 셋이 만들어 내는 수리수리 마하수리 음악이 음악을 통해 무엇인가를 전달하고 보여주고자 하지 않는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마치 결말을 미리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쓴 영화같은 것이 아니고, 보여지는 이미지들이, 읽혀지는 생각들이, 어디에서부터 오는지 말하지 못하는 한 폭의 그림 같은 것이라는 것을. 이들의 음악 안에 내재하는 힘이 나의 작업을 관통하는 에너지의 일부 였다고 하면 조금 과장인가?
어쨋든, 나는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세상의 끝에 있는 무한한 것들을 염원하게 되고,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지만 알 수 없는 것들을 상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집트 남쪽의 아스완이라는 도시에서 만났던 누비아인들의 노래를 떠올렸다. 누비아인들은 수단 사람들인데 대부분이 돈을 벌기위해 이집트로 올라와 생계를 위한 삶을 살고 있었다. 작년 이집트 여행에서 바람의 방향을 타야 갈 수 있는 작은 펠루카를 타고 새벽에 나일강을 건넜다. 나는 펠루카의 지하 다락 안에서 누비아인 캡틴(선장이지만 나이는 나보다 훨씬 어린)과 함께 그들의 애환이 담긴 누비아인들의 노래를 함께 불렀다. 새벽, 차가운 바람, 작고 하얀 돛단배, 캡틴이 사랑하는 밥말리 사진이 붙은 다락의 벽과 사진들, 그리고 작은 북....... 캡틴의 떨리던 목소리와 멜로디, 그 장소를 떠올릴만큼의 아련한 향수가 수리수리마하수리의 음악안에 있었다. 난 수리수리 마하수리의 음악을 들으면서 다시금 아름다운 중동과 아프리카를 떠올린다. 너무 아름다운 체험이다.


-서고운(미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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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Works2011. 6. 17. 00:43


그냥. 오랫만에 언니를 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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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