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이들의 음악을 접하게 된 건 웹사이트 렉앤플레이에서였다. 난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을 할때마다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신기루를 귀로 경험하곤 했다. 이들의 음악 사이사이에는 정리되지 않은 '균열' 같은 것이 존재하는 것 같았는데, 이것들은 사실 경험이라기보다는 체험에 가까웠다.
그들의 삶을 관통하는 알 수 없는 그 무엇, 그저 파도처럼 넘실거리면서 흐르는 것, 내면의 고독을 가만가만 더듬는 행위가 한데 어우러져 음악에 녹아있다. 계속 음악을 듣고 있다보면 어깨춤을 들썩 거리다가도 잔잔한 바다에 몸을 맡기고 싶게 된다.
나는 스비타르 오마르와 미나롬, 정현 이들 셋이 만들어 내는 수리수리 마하수리 음악이 음악을 통해 무엇인가를 전달하고 보여주고자 하지 않는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마치 결말을 미리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쓴 영화같은 것이 아니고, 보여지는 이미지들이, 읽혀지는 생각들이, 어디에서부터 오는지 말하지 못하는 한 폭의 그림 같은 것이라는 것을. 이들의 음악 안에 내재하는 힘이 나의 작업을 관통하는 에너지의 일부 였다고 하면 조금 과장인가?
어쨋든, 나는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세상의 끝에 있는 무한한 것들을 염원하게 되고,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지만 알 수 없는 것들을 상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집트 남쪽의 아스완이라는 도시에서 만났던 누비아인들의 노래를 떠올렸다. 누비아인들은 수단 사람들인데 대부분이 돈을 벌기위해 이집트로 올라와 생계를 위한 삶을 살고 있었다. 작년 이집트 여행에서 바람의 방향을 타야 갈 수 있는 작은 펠루카를 타고 새벽에 나일강을 건넜다. 나는 펠루카의 지하 다락 안에서 누비아인 캡틴(선장이지만 나이는 나보다 훨씬 어린)과 함께 그들의 애환이 담긴 누비아인들의 노래를 함께 불렀다. 새벽, 차가운 바람, 작고 하얀 돛단배, 캡틴이 사랑하는 밥말리 사진이 붙은 다락의 벽과 사진들, 그리고 작은 북....... 캡틴의 떨리던 목소리와 멜로디, 그 장소를 떠올릴만큼의 아련한 향수가 수리수리마하수리의 음악안에 있었다. 난 수리수리 마하수리의 음악을 들으면서 다시금 아름다운 중동과 아프리카를 떠올린다. 너무 아름다운 체험이다.
-서고운(미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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