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2024. 5. 24. 14:06

정말 오랜만에 내 작업을 전반적으로 정리하고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다 작년에 전시했던 갤러리 박영의 대표님 덕분이다. 내 작업을 이해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것도 모자라 이런 좋은 자리에 초대까지 해주셔서 서울클럽이라는 곳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발표하게 된 것이다. 이곳은 1904년에 고종이 만든 사교클럽이고, 엄청 화려하진 않지만 역사가 굉장히 깊은 곳이었다. 이런 역사깊은 곳에서 내 전반적인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다니 감개무량하였다. 스폐셜 지인으로 현우님도 함께 했다.^^

간추린다고 간추렸는데도 작품 페이지가 120이 넘어갔고, 20분 PT시간이 약간 초과되었다. 할말을 다 하지는 못했지만 꼭 해야하는 말들은 하고 왔다. 작품에 대한 설명은 항상 어렵고 힘들지만, 그 당시에 왜 이런 작업을 하게 되었는지, 왜 이것을 작업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이걸 하지 않으면 안됐던 이유들을 이야기했고, 약간 걱정을 하긴 했지만 좋은 피드백들을 엄청 받고 왔다. 항상 티비로만 뵈었던 유별남 사진 작가님과도 인사를 나눴고,(알고보니 시아버님과 같은 미술대학 선후배 사이) 두 아이의 엄마인 이한정작가님도 이번 기회로 알게되어 좋았다. 좋은 에너지들을 얻었으니 작업을 위한 시간들을 단단히 다져야지!^^

Posted by goun
Diary2024. 5. 19.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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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Works2024. 5. 16. 10:59

9월에 있을 전시를 위해 작가님들과 기획자님과 정암사에서 만나서 국보 <수마노탑>에 올랐다. 정선은 처음이었는데, 정암사도 너무 멋지고 그곳에 계신 스님분들도 엄청난 포스가 느껴졌다. 4회째를 맞은 문화예술 기획전시를 준비하고 계셨는데,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신 것 같았다. 뭔가 멋짐이 뿜뿜.^^

정암사는 우리 나라에 있는 5개의 적멸보궁 중 하나로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있는 불교 건축물이다. 석가모니의 진짜 몸에서 나온 사리가 있기 때문에 불상을 봉안하지 않은 특징이 있다. 이곳 단청이 매우 아름다웠는데...이 곳 단청을 보면서 12년 전에 갔던 네팔 룸비니의 한국절이 생각났다. 그곳이 도네이션으로만 운영되었기에 그 당시에는 단청을 그릴 예산이 없다고 아쉬워하셨는데, 목조도 아닌 콘크리트 절이 덩그러니 있으니 마음이 좀 그랬다. 그래도 전 세계 룸비니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모두 한국절에 왔었는데 그건 스테이를 할 수 있고 밥이 맛있었기 때문.^^ 김치가 너무 그리웠었는데 한국절에는 김치만 무려 3종류나 되었다. 매일 매일 밥을 맛있게 먹으면서 일주일간 그곳에서 먹고 자고 했었다. 지금은 단청이 그려진 것 같더라...그걸 꼭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데, 다시 네팔 룸비니에 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너무 그리웠네. 그곳을 떠날때는 스님께서 한국 누룽지를 손에 꼭 쥐어주셨다는. 흑흑 덕분에 다른 도시로 이동해서 든든히 아침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보고싶은 룸비니, 보고싶은 한국절이다.

정암사에서 나와 다 같이 함백산을 올랐다. 아기가 있어서 차로 올라갈 수 있는 만큼 올라갔다가 정상으로 걸어서 올라갔는데, 아기는 씩씩하게도 정상까지 아주 잘 올라갔다. 대근육 운동 아주 열심히 한날. 이렇게 함백산 정상을 오를 수 있다니 너무 좋고 감격스러웠다. 이런 일이 아니었다면 내가 언제 여기를 와보겠나... 알프스나 히말라야만 올라갔지 국내 산들은 정말 잘 안갔는데, 이 풍경을 바라보며 정말 한국은 아름답다는 걸 다시 느꼈다. 이번 워크샵은 나에게 넘 힐링이었네.

삼탄 아트마인은 폐탄광을 문화 예술공간으로 만든 곳인데, 여기의 하이라이트는 저 높게 올라가있는 수직갱도였다. 기획전시도 하고 있고, 관장님이 여러나라에서 수집한 물건들을 구경하는 것도, 원시 미술관(탄광에 공기를 주입하는 기계들이 그대로 있는) 전시를 보는것도 다 좋았지만 탄광이 그대로 보존되어있는 탄광의 레일과 수직갱도를 안들어가면 이곳은 크게 의미가 없을지도. 처음에 그냥 전시장인가? 하고 지하로 내려갔다가 정말 놀랐다. 너무 무서웠기때문. 무서워서 그곳에서 찍은 사진이 별로 없다. 설치 작품들도 있고, 조각이나 부조 작품도 있지만 그것들 조차도 음산한 기운에 잠식된 것 같이 느껴졌다. 그곳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많기도 하고, 아직도 석탄 냄새가 엄청나게 진동하는 장소였다. 

Posted by goun
Diary2024. 5. 10. 23:25

# 나는 오늘을 잊을 수 없는 하루로 기억할 것 같다. 지금껏 별탈 없이 아주 씩씩하게 시험관 과정을 겪어낸 나였다. 그 어떤 감정기복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이까짓꺼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그러나 오늘의 결과는 나를 처참히 무너뜨렸다. 지금껏 맞은 배주사들과는 달리 이번 차수에서는 고용량 최고치로 맞았던터라 이상하게 감정 컨트롤이 어려웠다. 내가 무탈하게 다져놓았던 일상은 시험관이라는 하나의 프로세스로인해 차츰 차츰 무질서해졌고, 어긋났고, 무기력까지 동반되었다. 멘탈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작은 일에도 바로 화가 치밀었고, 억울했고, 분했다.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완전히 물거품이 되었고, 아예 이식조차 할 수 없다는 말을 듣자 눈물이 쏟아졌다. 그래, 그냥 나에게 이것들은 다 욕심이었구나 싶으면서, 한편으로는 이제 아이에게 내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후련했다. 
# 오늘도 아이는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아주 간절하게 했지만…확실하게 말해주었다. 엄마가 노력을 해도 안되는건 안되는거라고. 그 얘기를 듣고나서도 아이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절대 포기하지 않을거라고 했다. 아이의 포기가 언제가 되었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한다. 타투 일도 하고, 유화 수업도 하고, 내 작업도 해야하니까. 뭔가 가슴의 응어리같은게 쑥 내려가는 것 같았다. 나는 2024년 새로운 작업을 꼭 하고야 말 것이다! 이런 생각이 막 가슴 깊은곳에서 올라왔다. 그리고 이식이 완전히 취소가 되면서 당일 날 바로 새로운 전시 프로젝트를 하자는 연락을 받았고, 타투 예약이 4개나 들어왔다. 이것은...나를 위한 결정이었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하늘이 하는 일을 내가 무슨 수로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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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Works2024. 5. 10. 23:20

전시는 벌써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 5월 18일까지! :)

열심히 작품 설명을 해주고 계시는 기획자 아름쌤. 아름다우십니당...ㅎㅎㅎ

해맑으신 성미 선생님...하핫

곧 에세이가 출간되는 윤영샘과 심리학 책을 꾸준히 내고 계시는 성미샘과 스스로 기록노동자라고 말씀하시는 희정샘. 얼마 전 출간 북토크 다녀왔는데, 또 다른 책까지 선물로 주셨다. 다들 너무 감사합니다... 6년간의 독서모임에서 저는 그다지 열심회원이 아니지만 그래도 전시때마다 오셔서 응원해주시고 다음 작품 기대한다고 말씀해주신다. 정말 감사드려요.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