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24. 5. 29. 15:50

# 생각해보면 8년이라는 시간을 대학에서 보낸 나는 그 시간들을 정말 내 작품에 대한 연구를 위해서만 쓰려고 무진장 노력했다. 시간이 없으면 잠을 줄여서라도 그렇게 했다. 휴학을 하고 일을 하면서도 청강수업을 계속 들었고, 어떻게든 아까운 학비에서 조금이라도 내것을 많이 만들자 싶어서 내 삶의 모든 포커스를 '나의 작업 연구'에만 맞추었다. 그리고 재난 포럼이라던지 철학, 인문학 관련 강의들을 찾아 다녔고, 중앙대 자유인문 캠프에도, 사간동에 있던 철학 아카데미에도 주구장창 다녔다. 읽어야 하는 책들을 쌓아두고 읽으면서 좋은 글귀를 매일 매일 노트에 적었고, 내 다이어리는 항상 빼곡히 채워졌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무조건이라도 내 바운더리 안에서 바깥으로 시선을 계속 돌렸다. 내 주변 환경을 바꿔보고자 노력했고, 그때마다 떠난 여행은 내게 큰 자산(보물)처럼 남았다. 그 모든게 작업을 위한 시간들이었는데, 그런 연구의 시간들이 지금까지 내가 작업을 손에서 놓지 않고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었는데, 지금은 너무 다르다. 작업을 하는 시간 외의 시간들을 연구의 시간으로 남겨놔야 하는데, 그러기엔 마음이 바쁘고, 작업을 제대로 할 시간도 충분히 내기 어렵다. 아이를 돌보며 내 책을 보는 것 보다 아이의 책을 더 많이 읽어주게 되고, 도서관을 가도 어린이 도서관부터 먼저 가게 되는것이 현실이다. 나도 내가 지금 연구를 더 깊이 해야함을 알고 있지만, 그 앎이 이 현실에서 나를 끄집어내어 줄 수는 없다. 그러니까 나는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급히 생각하지는 말자고 날 다독일 수 밖에. 새로운 작업에 대해 너무 부담을 가지지 말자, 진심으로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만 생각하자, 시간이 들더라도 충분히 연구를 하고 작업을 하자, 필요함을 알면서도 눈을 감고 외면하지 말자... 

#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차에 현우님이 나에게 지금 정말로 필요한 조언을 해주었다. 새로운 작업을 위한 공부에 대한 나름의 개인적인 의견 제시였으나 나에겐 정말로 필요했던 찌름이었다. 아주 정곡이 찔린 나는 며칠간 그것에 대해 생각했다. 여러가지 회로들 속에서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남겨야 좋을지, 지금 어디에 포커스를 맞추어야 하는지. 얼마나 더 깊이있는 연구를 해야하는지. 내가 나중에도 혹여 더 나아가지 못한다면 또 이렇게 찔러주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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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