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오늘을 잊을 수 없는 하루로 기억할 것 같다. 지금껏 별탈 없이 아주 씩씩하게 시험관 과정을 겪어낸 나였다. 그 어떤 감정기복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이까짓꺼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그러나 오늘의 결과는 나를 처참히 무너뜨렸다. 지금껏 맞은 배주사들과는 달리 이번 차수에서는 고용량 최고치로 맞았던터라 이상하게 감정 컨트롤이 어려웠다. 내가 무탈하게 다져놓았던 일상은 시험관이라는 하나의 프로세스로인해 차츰 차츰 무질서해졌고, 어긋났고, 무기력까지 동반되었다. 멘탈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작은 일에도 바로 화가 치밀었고, 억울했고, 분했다.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완전히 물거품이 되었고, 아예 이식조차 할 수 없다는 말을 듣자 눈물이 쏟아졌다. 그래, 그냥 나에게 이것들은 다 욕심이었구나 싶으면서, 한편으로는 이제 아이에게 내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후련했다.
# 오늘도 아이는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아주 간절하게 했지만…확실하게 말해주었다. 엄마가 노력을 해도 안되는건 안되는거라고. 그 얘기를 듣고나서도 아이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절대 포기하지 않을거라고 했다. 아이의 포기가 언제가 되었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한다. 타투 일도 하고, 유화 수업도 하고, 내 작업도 해야하니까. 뭔가 가슴의 응어리같은게 쑥 내려가는 것 같았다. 나는 2024년 새로운 작업을 꼭 하고야 말 것이다! 이런 생각이 막 가슴 깊은곳에서 올라왔다. 그리고 이식이 완전히 취소가 되면서 당일 날 바로 새로운 전시 프로젝트를 하자는 연락을 받았고, 타투 예약이 4개나 들어왔다. 이것은...나를 위한 결정이었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하늘이 하는 일을 내가 무슨 수로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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