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24. 4. 25. 12:12

# 4월에 한개의 전시가 오픈했고, 다음달에는 서울클럽 행사가 있고, 9월에는 3번의 릴레이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올해에 신작을 많이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올해 상반기대로라면 나는 신작을 한점도 하지 못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병원도 바꾸고 담당의도 바꾸었는데, 배에 주사를 맞으면서 여러 번 현타가 왔다. 예전에는 배주사 그까짓꺼 아무것도 아니다 하며 잘 놨는데, 이번에는 약 용량도 최고로 많아지고, 주사도 가루약 물약을 막 섞어서 놔야하는 것도 있고, 주사 바늘이 굵은 것도 있고, 놓고 나면 피도 나고 멍도 들고 정말이지 다시는 하고싶지 않다는 생각을 반복하면서 주사를 놨다. 채취 전날에는 하루에 6대를 맞았다. 채취를 하는 날도 완전 긴장했고, 전신마취가 깨고 나서의 통증도 예전과 달랐다. 하루종일 배 전체가 얼얼하고 하체가 다 쑤시고 아팠다. 누워서 몸을 좌우로 돌리는것도 어렵고 계속 혈뇨가 나왔다. 하루 이틀 계속 집에 머무르면서 겨우 아기 등원과 하원을 하고 아기밥만 먹였다. 나는 밥을 차릴 기운이 없어서 배달을 시켰다. 채취는 정말이지 몸을 엄청 상하게 하는 과정인 것 같다. 내가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할까? 생각하다가 낸 결론은, 유전자 검사, 염색체 검사, 반복 착상 실패 검사 등등 현대 의학으로 할 수 있는 모든걸 다 했으니 정말 이번에 안되면 포기를 하고 작업에 전념하자는 것. 포기를 결심하는 시간까지 너무 많은 기다림의 시간들이 있고, 내 몸은 계속 아작이 나는 것 같고, 작업이고 뭐고 일단 건강부터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 이 모든 과정들을 오롯이 여자가 감내해야 한다는 현실이 슬프다. 나는 만일 성공이 된다해도 임신의 과정이 너무 지옥같았기 때문에 무서워서 눈물이 날 것 같다. 열 달 내내 토를 했던 과거의 내가 너무도 안쓰럽기 때문에. 그걸 알면서도 하고 있는 건 정말 미친짓 같기도 하고, 마지막 동앗줄이라도 잡아봐야겠다는 심정 같기도 하고, 나도 내 자신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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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Works2024. 4. 18. 11:37

기간 : 2024. 4. 12 Fri ~ 5. 18 Sat

공간: 플랫폼 에이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래로5길 37-13)

유구한 세월 속에서 인간의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현상과 불가사의한 힘, 막연한 불안과 두려 움, 경외의 대상은 천상의 신(神)이나 서수(瑞獸), 귀물, 정령 등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삶과 동고동락해왔습니다. 이번 <요괴사회>展에서는 김민주, 서고운, 류제윤, 오제어전, 우자이, 유혜경, 이피, 임현정, 정민기, 하명구 총 10명의 참여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인간의 상식적인 세계와 초자연적 미지의 세계 사이에서 흥미로운 사연을 들려주는 다양한 존재들을 ‘요괴’라 통칭하여 소개합니다. 여기에서는 옛 기록이나 구전으로만 남겨진 채 그 존재가 잊혀졌던 요괴들을 재해석하거나, 저마다의 삶 가운데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이나 개인적 욕망의 이면, 혹은 운명의 변덕 등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새롭게 만든 요괴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기획 : 이지영, 최아름, 김현경 @jyleeplatforma @sisterhood_seoul @hello_monstersociety
참여작가 : 김민주 @minjoo_gram 류제윤 @ryu_je_works 서고운 @gouns. 오제어전 @ozze.am 유혜경 @yu_hae_kyung 우자이 @woojai 이피 @torches4dayz_fi 임현정 @hyunjeonglim 정민기 @meankey 하명구 @ha_myounggoo

아기 하원을 남편에게 맡기고 오랜만에 전시 오프닝장으로 출발! (병원에 들렀다가 가느라 늦어서 택시까지 탔다.ㅋㅋㅋ) 오프닝 파티에 참석하는게 작년 갤러리 박영 전시 이후로 너무 오랜만인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이번 전시는 2007년에 KIAF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알게되었던 최아름 선생님과의 인연에서 시작되었다. 2007년이라니...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이다!!! 그때 나는 대학원생이었는데, 아름샘은 KIAF 신진작가 포트폴리오 프로그램을 진행하셨더랬다. 그때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쪼무래기였는데... 그때 이후로 간간히 전시 소식을 들으시고는 내 전시에 와주시곤 했다. 그 긴 세월동안 나도, 선생님도 다 아기를 낳아 키우고, 또 작업도, 일도, 손에서 놓지 않으려 고군분투한 시간이었을거라 생각한다. 작가님들 작품 모두 다 재밌고 좋아서 밤 10시까지 수다떨며 작업 이야기도 나누고,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이런 기회로 좋은 전시에 참여하게 되어 넘 감사하고 뿌듯했다.^^

Posted by goun
Works2024. 4. 18. 11:09

2024. 4. 12. Fri ~ 5. 18. Sat
플랫폼에이 (서울시 서초구 서래로5길 37-13)

Posted by goun
Diary2024. 2. 15. 12:52

# 새해가 밝았지만 게으름에 늘어져 하루하루 시간을 축내는 느낌으로 살고 있다. 겨울은 정말 내게 힘든 계절이지만 그래도 전시 미팅도 하고, 책도 읽고, 나름 미래 계획도 세우긴 했지. 그런데도 붓을 들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붓을 든다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하루하루가 무료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나에게 이런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시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잡생각만 늘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그간 못만났던 친구들도 만나고 안부도 묻고 그렇게 주변을 돌보며 지냈다. 그러나 머릿속은 엄청 복잡했다. 작년에 겨우 낸 두개의 공모는 다 떨어져버렸고, 언제까지 공모를 내고 앉아있어야 하는가에 대해, 그리고 다른이들이 버는 한달 수입 정도도 못미치는 벌이가 나의 연봉이라는 것과 한달 벌이 조차 못벌때도 많다는 사실에 대해. 예전같으면 끔찍이도 덜덜거렸을 내가, 아이를 돌보며 무엇에 홀린듯이 -그 무엇이 행복이라 말해도될런지-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 형부가 세상을 떠난 후, 언니는 매일 매일 형부 생각이 난다고 했다. 요즘 보는 드라마 내남결에 남주가 너무 멋져서 수다를 떨다가도 언니는 '어깨' 이야기가 나오자 형부 얘기를 하며 웃는다. 형부가 사라진 이 세상에서 평범하고 평범한 이 도시의 삶은 그저 흘러가고, 하늘이 무너지는 일을 겪어도 그저 세상은 멈추는 일 없이 굴러간다. 고통의 얼굴을 한 언니를 보면서도 우리 가족은 이기적이게도 최대한 빨리 언니가 현실로 돌아오길 바랐는데, 그 바람을 언니도 알았는지 정신없이 현실을 살아냈고, 그 와중에 깊었던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이렇게 긴 시간이 흘러서야 자신의 상처를 직면했다. 그래도 언니에게는 언니만을 바라보는 아이가 있고, 가끔 언니를 걱정하며 와주는 친구들이 있고, 현실을 살아낼 힘이 있었던 것 같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거기에는 내가 있었나? 내가 무슨 도움이 되었을까? 가끔은 나만 생각하며 사는 내가 진절머리날때가 있다. 각자도생이 익숙한 우리 가족은 그저 각자 자기만의 슬픔을 안고 나아가며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건 아닐까? 그렇게 힘들고 아픈 와중에 한부모 청약을 내고, 새 집으로 이사를 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는 나의 언니를 진심으로 존경한다. 내면을 단단하게 하며 자신의 마음을 잘 가꾸고 살아가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나이들며 새삼 느낀다. 무탈하게 늙어가는 것, 그리고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잘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잘 사는 것이겠지?

# 나의 아버지가 삶을 살아내는 방식은 고행으로 시작해 고행에서 끝난다. 시골에서 그 수만점의 돌들을 끌어안고서, 물질을 경계하면서, 가난하고 외롭고 고통스럽게. 무엇을 위해 그러시냐 묻는다면 그게 그냥 나의 아버지인 것이다. 스님이나 순례자같은 삶을 지향하시는걸까, 나의 아버지는 왜 그런 삶을 선택하셨을까? 아버지를 닮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내 아버지의 딸인 것이다. 콩콩 팥팥. 그리고 나는 이제야 조금은 달라져야 겠다고 생각한다. 잘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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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books2024. 2. 1. 11:25

우연히 신간도서 라인에서 발견한 책인데, 빌려놓고도 앞에 첫 페이지를 넘기기가 무서워 며칠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손을 댔다. 손을 대자마자 나는 김초롱씨의 트라우마들과 고통의 민낯에 완전히 침몰할 지경이었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다가도 대견하고, 함께 울고 싶다가도 다시 일어나라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으로 그렇게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곱씹으며 읽었다. 결코 그런 고통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는, 바로 그 지점에서 나의 무지함에 너무 창피함을 느끼기도 했고, 과거에 되도 않는 위로를 한답시고 쉽게 내뱉었던 말들(특히 나의 가족에게)이 내 마음에 비수처럼 꽃혀서 너무 미안했다. '특히 우리 언니한테...제일. 난 정말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는 동생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도 나를 사랑해주어서 고맙다.'

끊임없이 슬프다가 마지막 즈음에 초롱씨가 그 고통의 시간들을 견뎌내면서 했던 일들 중에서 다리미질과 게스트하우스 청소를 선택한 것에 정말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될 수 있기까지 초롱씨와 초롱씨의 주변 인들의 노력에 정말 감동했다. 그녀가 수천번 마음속으로 되내어야만 했던 것들을 함께 호흡하며 읽어내려갔고, 이 책을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했다. 꼭 읽어봐야만 한다고, 그러지 않으면 잘 모를거라고. 우리는 알아야된다고. 정말 좋은 책을 새해에 읽게 되어 정말 좋았다. 그리고 초롱씨에게 너무 고마웠다. 앞으로의 그녀의 삶을 정말 많이 응원한다.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