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보고싶었던 영화 <공작새>를 드디어 보았다. 보고 나왔는데 계속 여운이 남아 가던 길을 멈추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영화는 올해 나의 최고의 영화다... 나는 퀴어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고, 가끔은 퀴어 영화에 반감이 있는 사람들에게 그게 왜 반감이 드는지 묻고 싶은 심정일때가 많다. 그리고 그냥 그들의 삶을, 내가 잘 모르는 삶을 바라보고, 쉽게 판단하려는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가끔 퀴어 영화들을 보면 저예산 독립 영화일 경우가 많아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연기가 매우 어색한 경우나 연출에 있어 아쉬움이 클때가 많았다.
그래서 였을까? 공작새는 내가 지금껏 본 그 어떤 퀴어 영화보다도, 아니, 그냥 퀴어라는 단어를 빼고도 참 좋은 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난 가끔 유투브로 왁킹 댄서들 배틀 영상을 볼 때마다 감탄을 하고 침을 흘리며 보곤 했는데, 이 영화에는 실제로 왁킹댄서로 활동하고 계시는 해준님이 배우로 나온다. 얼굴, 표정, 연기… 다 빠지는거 없이 멋졌고, 특히 춤 추실때… 피지컬 장난아닌데 그 긴 팔과 다리로 진심을 다해 추는 모습에 정말 전율이 일었다.
내가 뽑은 최고의 씬은 고향으로 내려가서 조깅을 하다가 추는 즉흥 춤 장면 아닐까. 그 춤 장면이 두번 나왔는데 둘 다 너무 아름다웠다. 카메라 무빙과 연출의 힘도 대단하다고 느꼈다.
영화 보면서 잘 우는 타입 아닌데 이 영화 보고 3번이나 눈물이...ㅠㅠ 아. 아름다운 미장센에 빠져들다가, 배우들의 연기에 또 빠지고, 해준님의 춤에 빠지고, 마지막 용서와 화해를 통해 연대하는 장면에서 빠지고… 뻔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뻔하지 않게, 진심으로 다가온 그런 영화였다고 고백해본다. 결국은 사랑이고 연대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 영화를 다들 많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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