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24.09.11 세계 사이 _최정우
  2. 2024.09.11 +
  3. 2024.09.11 맡겨진 소녀 _클레어 키건
  4. 2024.09.02 맹렬하고 우울한 자유 9
  5. 2024.09.02 연결과 단절
카테고리 없음2024. 9. 11. 17:47

최정우 선생님의 예술 에세이 <세계-사이>를 알라딘에서 펀딩했고, 한달여간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받았다. 책을 열자마자 나는 내 글이 쓰여있다는 페이지를 찾아 펼쳐보았다.^^ 책에는 선생님께서 언제 어떤 계기로 나의 작업들을 만나게 되었는지부터 쓰여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두 페이지는 내 작업을 정말 깊이 이해하고 공감해주시는 애정어린 글들로 가득했다. 감동적이었다. 작업을 하며 2024년은 정말 많은 고민과 힘듦이 기본으로 깔려있었는데, 선생님 글 덕분에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언제나 응원을 아끼지 않고 해주시는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하나 더 구매해서 선물도 하고, 아껴 읽을 예정. :)

Posted by goun
Diary2024. 9. 11. 17:39

+

리베카 솔닛 책을 읽다가... "타인의 이야기가 들어올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내 이야기의 일부를 비워 내는 것. 그렇게 타인의 어휘를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더 커진 경계 안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을 성장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는 말에 큰 공감이 드는 요즘이다. 결혼 십년 차, 아이와 함께하는 생활 속에서 우리 부부는 정말 많은 성장을 했다고 느끼고 있다. 어떤 불편한 상황, 힘든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비난하거나 말꼬리를 잡거나 과거를 소환해오거나 자기 입장만 주장하지 않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깨달은 결과다. 우리는 좀 더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기위해, 더 나은 방향으로 대화하기 위해 귀를 기울였고, 그랬더니 정말로 새로운 길이 보였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건 언제나 기다림이 아니라, 내 쪽에서 먼저 내딛는 한걸음이라고 한다. 나는 그 한걸음을, 나의 일상에서나, 작업에서나 내딛고 새로운 변화를 향해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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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books2024. 9. 11. 11:08

#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를 다 읽었다. 빈 공간이 많이 느껴지는 그런 소설이었는데, 그 ‘빔’이라는 것이 부족하고 어설퍼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작가가 그렇게 둔것 같은 느낌이었다. 덤덤하게 쓰지만 뭔가 애정이 가득하고, 여러 상황들을 고정시키는게 아니라 유추하게 만드는. 마지막 장면에서 왜 울컥했지. 정말 그저 자연스레 흘러가는 그런 느낌의 페이지였는데… 그 소녀에게 감정이 이입되었던걸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뭔가가 차오르는 것 같았다. 마지막 ‘아빠’라고 부르는 그 장면에서 더욱. ‘아무말도 하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데, 클레어 키건은 이 책에서 말을 하지 않고도 느낄 수 있는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게 아닐까. 따스함에 눈물이 날 것 같았던 그런 소설이었다.

#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 말을 하기 전의 침묵과 말을 한 후의 침묵은 같으면서도 다른 침묵이니까, 나는 계속 무언가를 쓰고 다시 지우고 쓴다.

Posted by goun
Text2024. 9. 2. 15:41

# 프리다의 책을 읽었다. 프리다는 내가 알던 것 보다 더 자유분방한 사람이었네...어디보자,,, 프리다와 관계를 맺은 사람은 10대 때 첫사랑 알렉스(알레한드로 고메스 아리아스)부터 시작해 여자 사서, 인쇄소를 하던 아빠의 친구 페르난데스, 티나(디에고 리베라를 소개시켜준 여자), 디에고 리베라, 니콜라스 머레이, 이사무 노구치, 레온 트로츠키, 그의 비서 장, 조지아 오키프, 쥘리앙 레비, 독일인 하인츠...알려진 것만 이 정도. 성적으로도 너무 자유로웠고, 자신의 사상도 자유로웠을 뿐만아니라 작업에 있어서도 자유로웠다. 그는 팬 섹슈얼리스트에다가 폴리아모리스트였던 것. 엄청난 다자연애 끝에 리베라와 재결합을 할 때 성관계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 것도 재미있다. 그녀는 처음부터 폴리아모리스트였을까 아니면 리베라의 계속되는 성적 외도때문에 복수심에 불타 시작된걸까? 아마도 나는 그녀가 태어났을때부터 폴리아모리스트였을거라 생각한다. 모든 부분에서 욕망이 강렬하고 솔직했던 그녀였으니까. 우리나라에서 그랬다면 나혜석에게 돌을 던진 많은 사람들처럼 똑같이 프리다도 돌을 맞았으려나? 프리다보다도 어쩌면 더 강렬하게 여성주의 예술, 민주주의 예술, 자유주의 예술을 하고자했던 나혜석이었는데, 자신의 서사를 그림으로 표현하기까지 그 당시 서양화라는 것은 나혜석에게 너무 큰 장벽이지 않았을까. 보고 듣고 배우는 것들 자체가 달랐기때문에 그림보다 글이 어쩌면 더 편한 매개체였을수도 있다. 나혜석의 작품을 평가하기 이전에 전쟁을 겪은 비운의 여성으로서의 삶을 먼저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간 나혜석을 프리다처럼 똑같이 이해하고 싶고 그래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비록 나혜석이 프리다보다 10년은 먼저 태어났지만 말이다.

# 나혜석이 살던 그 당시, 일본 유학이나 여행을 갈 수 있었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부유한 집안의 사람들이었고, 그들은 여성이지만 정말 약자로서의 여성의 처지는 잘 몰랐던, 그런 사람이었을 것이다. 아마 나혜석도 그러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녀는 자신의 처지가 어떠한지 잘 알았고, 그 앞이 어떠할지 알면서도 자신의 선택에 후회없이 살다 간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자신이 하고자하는 이야기들을 남기기 위해 끝까지 글을 썼고 작업을 했으니까. 글이 소실되고 그림들이 불타 사라져 남아있지 않다고해도 그가 보낸 그 시간들의 흔적은 남아있으니까. 그런 그녀의 삶은 반쪽 페미니스트로서의 삶이 아니었다. 만일 그가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다면 어떨까? 많은 것들이 달라졌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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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4. 9. 2. 15:25

# 몸이 아프고 무기력할때는 왠지 모를 평온함도 있어서, 뭔가를 계속 해야한다는 마음이 사라지고 그저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데 몸이 아프지 않은데 무기력할때는 정말 다른 의미로 좀 괴로운 것 같다. 없던 불안감이 샘솟고, 해야할 일에 대한 생각이 점점 더 커진다. 내 몸은 고요함을 가장하지만 마음속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것 같고, 에너지가 고갈된 것 같은데 움직여야할 것 같고, 책을 읽고 또 읽어도 계속 더 채워야만 할 것 같고, 점점 더 무기력과 우울에 빠져버리는 상태. 그럴때일수록 나는 내가 가진 에너지들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작업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었는데, 이제는 그런 내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저 비어있고, 무기력하고, 누군가가 나에게 내려줄 벌을 받기만 하면 되는 사람처럼 알 수 없는 그 긴 시간들을 기다린다. 그런데 이런 시간들을 통과하더라도 새 작업이 잘 나오기만 한다면 다 해결될것이라는 걸 안다. 나는 지겹게도 이런 단절과 그것들을 잇는 시간들을 꾸준히 반복해왔다. 어쩌면 지금도 지금까지 살아온 그 방식 그대로 나는 살아갈 것이다. 계속 반복해가면서. 새로운 작업이 나올때까지 나는 불안할 것이지만 그걸 견뎌내면 되는 것이다.

 
# 삶을 초월한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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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