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에 있었던 지우고 싶은 기억 중 하나를 떠올리면 아직까지도 숨이 막혀온다. 그건 애써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 거친 상흔처럼 여전히 남아있다. 그래도 오래된 친구랍시고 나는 좋은 기억들만 떠올리며 살아가고 있었다.(나라고 좋은 기억들만 가지고 있었던것은 아니었으나.) 그런데 아주 오랜만에 만나 자신의 트라우마에 대한 상처를 나의 한마디에 다 뒤집어씌우는 상황이 있었다.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 몇해 전에도, 그보다 더 몇해 전에도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가스라이팅 당한 사람처럼 그 아이의 앞에 석고대죄를 할 정도로 사과를 해야했다. 내가 한 말과 행동은 너의 상처에 생체기를 내려던게 아니었음을 끊임없이 증명해야만 했다. 난 그 어떤 디테일한 상황도 잘 알지 못했고,(그걸 제대로 말해주지도 않았고) 짐작만 하는 상태로 혹시나 내 한마디에 또 다시 상처를 받을까 노심초사 하며 1분 1초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기를 바랐다.
얼마전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연예프로 나는 솔로를 낄낄거리며 보고있는데, 그때의 그 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잊고 싶은 기억이었는데. 상처가 많은 어떤 사람이 그 한마디에 꽂혀 모든걸 다 상대방 탓으로 몰고가던 순간. 아차! 이거다!싶었다. 내가 그때 그 사람에게 느꼈던 치욕스럽고 불편한 감정. 내가 가해자인 것처럼 행동하던 모습, 그 상황을 모면하고 싶어 대충 이야기하다가 다시 또 한 단어에 꽂혀 감정적으로 대하던 그 태도.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알게된 건 나를 정말 이상한 사람처럼 주변에 말하고 다녔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말한 것들을 왜곡했고, 앞 뒤 상황은 다 자르고 자신이 유리하게끔 이야기했고, 자신이 나를 미워하는 데에 있어 당위성을 가질 수 있도록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나는 그 상황에 대해 어떤 변명(?)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러면서 깨닫게 된 점. 그 친구가 원하던 그 논점은 애초부터 내가 잡을 수 없는 논점이었다는 것. 그런 상황들이 여러번 반복되며 나는 엄청 경직되어 있었고, 나는 그 불편한 공기 속에서 아무것도 벗어나기 어려웠다. 아직도 그때의 그 공기가 생각나기 때문에 나는 왜 그때 더 빨리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했을까하는 후회는 있다. 내 자신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가끔은 그런 생각들때문에 좀 괴롭다. 그리고 그건 소화되지 않은 질긴 고깃덩어리처럼 썩고 썩어서 구린 냄새를 풍긴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신의 상처에 누가 뭐라고 하든, 크게 노여워 말고 본인의 앞날을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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