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상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고, 내일은 무엇을 해야할지, 이번달 목표는 무엇인지, 올해 이뤄내야하는 계획은 무엇인지...효율적인 것들을 따지며 중시하던 시간들이 있었다. 현재의 나와는 정말 다른 그때의 나. 지금의 나는 시간과 돈이 아까워서, 비효율적이어서, 도태되는것 같아 두려워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한다. 금전적으로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더라도 내 마음의 평온함을 위해 기꺼이 선택한다.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일지라도 나에게 더 편안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매일을 열심히 사는 것. 그것에서 바로 자기 효능감을 느끼고, 고되고 힘들어도 견디면 된다는 마음으로 지내곤 했는데, 이제는 조금 더 나의 건강과 안정을 위해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아기는 매일 매일 자라면서 내게 많은 사랑과 신비로움을 안겨주고 있고,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기때문에 효율을 따지는 것 자체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것이다. 부모의 희생을 전제로 한 관계는 건강하지 못하다 생각하는데, 적어도 그런 희생 없이 생명을 키워내는건 말도 안되고 쉽지 않은 일인 건 분명하다.
# 무엇이 나를 이렇게 여기까지 이끌었을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그것들은 다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아기를 키우면서 아기와 나누게되는 상호작용과 다양한 감정들이 나의 삶에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바꾸었는지, 내가 무엇을 알게되었고, 그간 무엇을 전혀 모르고 살았었는지.
# 얼마 전 게릴라로 만난 오래된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들은 열정적이었던 나의 20-30대를 떠올리게 했다. 옛날 이야기를 해주는 지인들을 만나고 있다보면 왜 자꾸 그때 생각이 나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지 모르겠다. 뭔가 엄청난 것들이 바뀌었는데, 그 변화가 새롭고 좋으면서도 이상하게 그리워지는 기분. 그러나 다시 돌아가고 싶냐고 물으면 나는 절대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무엇이든 얻으면 내어주어야 하는 것이 삶인지도. 그 친구 덕분에 나는 오늘도 힘을 내고 정신을 차려본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나는 여기에 있고, 가능성은 열려있고, 나는 그대로 나고, 언제나 꿈을 꿀 수 있는 내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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