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22. 5. 15. 22:35

오늘은 밤 산책을 나갔다. 그러다 하늘을 보는데 너무 크고 예쁜 달이 떠 있었다. 내 고등학교 동창이 죽은지 2주가 넘었다. 생각해보니 며칠을 까먹고 살 때도 있었다. 그러다 가끔 설겆이 하다가, 아기 기저귀를 갈다가, 길을 걷다가 생각이 나는 것이다. 내가 죽으면 내 친구들도 어느날엔 완전히 까먹고 있다가 아주 가끔 날 떠올려주려나... 요즘은 그냥 이런것들이 궁금해진다.

강화길 소설 <화이트 호스>를 읽으면서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모르기때문에 증오하면서도 그렇기때문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에 어렴풋이 나를 대입해본다. 내 마음같지 않은 관계들의 마지막은 항상 ‘말’이 문제고, 결국 내 마음을 왜 그렇게밖에 전달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생각때문에 자괴감에 빠진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지쳐가고, 관계에서 시작된 깊은 우울감의 나락으로 깊이를 알 수 없게 빠져버리는 느낌. 실체도 없고 이유도 모르겠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는 무기력함. 자책도 그만하고 싶고, 후회도 그만하고 싶고, 관계에 대한 생각도 그만하고 싶다.

고작 80년 정도 살다 가는 짧은 인생. 더 얼마나 행복하자고 훌훌 털지 못하고 이러는지. 결국 죽음 앞에서 주변인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다는 욕심때문인가? 무엇이 나를 이렇게 괴롭히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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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