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리 디스크가 찢어진 이후로 거동이 불편해 괴롭던 과거의 나는 이제 없어졌다.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더니 요즘은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뛰기도 하고! 그러나 아직도 앉아있으면 허리와 꼬리뼈 통증이 있고, 앞으로 구부리는 건 무리가 되서 최대한 허리에 무리없이 생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책벌레인 울 아기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시간만 나면 책을 들고와 읽어달라고 하기 때문에 바닥에 앉아있는게 너무 곤욕이라 누워서 읽어주는 일상이긴 하다.ㅎㅎㅎ)
우여곡절끝에 사진 촬영날이 다가왔고, 작가분이 출장을 오셨는데 협소한 공간인지라 애를 많이 써 주셨다. 사진 촬영도 허리땜에 못하면 어떡하나 하고 전전긍긍 걱정하고 있었지만 하게되어 다행이었다. 19컷을 찍어주셨고, 또 미완성으로 못찍은 나머지 4점과 페인팅 3점, 드로잉 3점은 한달 안에 내가 다 찍어야 한다.
# 아기를 돌보며 전시를 준비하는게 너무 힘들어서 그냥 1년간을 로봇처럼 살아온 내가 떠올랐다. 일상이 잔잔해야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 일상의 잔잔함과 단순함을 위해서 내가 애써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내 그림들은 빠르게 그려낼 수도 없고 쉬운 그림들도 아니라서 한 작품을 몇달씩 붙들고서 계속 지우고 채우고 지우고 채우며 수 많은 고민들이 쌓인 결과물이었다. ‘이제는 완성이구나!’ 했던 작품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열심히 작업했어~ 토닥토닥 잘했다~!’ 라는 말을 건네고 싶다.
# 내 메모장에는 오늘의 꿈, 요상한 꿈, 이상한 꿈, 잔인한 꿈 같은 제목으로 꿈이 엄청 길게 적혀있다. 꿈을 너무 많이 꿔서 아침에 눈뜨자마자 적는 패턴이다. 엊그제도 어제도 꾼 꿈이 지금도 생각이 나는 건 내가 디테일하게 적어둔 그 글들 때문이다. (글을 읽으면 이미지가 다 떠오르는데 글이 없으면 너무 금방 까먹는다.) 전시를 오픈하면 아마도 꿈을 꾸는 횟수가 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무래도 스트레스와 불안도가 올라가면 갈수록 내 꿈은 더 더 복잡하고 이상하게 변해가는 것 같다.
메모장 새글에 ‘전시가 끝나면 하고싶은 일’이라는 제목으로 몇글자 끄적여봤는데 내가 원하는 것들은 참 하찮기도 하고 단순하기도 해서 웃음이 났다. 난 좋아하는 책을 읽고 사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그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인 것 같다. 아기를 키우면서 그렇게 변해갔는지도 모르겠고.
#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이 전시가 끝나면 다음에 뭘 할지 구상했다.ㅋㅋㅋ 다음번에는 완전 다른 스케일과 다른 스타일과 다른 형상들을 그려야지! 넘 재밌겠다! 일단은 한달 뒤 개인전 오픈을 잘 해야한다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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