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여러모로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한번은 목디스크가 탈출 직전이어서 넘 힘들었던 시기 (2018년도)였고, 두번째는 허리 디스크가 찢어진 지금이라는 생각이 든다. 20-30대에 너무 불필요한 에너지들을 많이 소모하며 살아서인가? 그저 기초체력 하나 믿고 자주 야작하고,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구부정한 자세로 그림을 그렸던 나. 내 자신을 너무 돌보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던터라 40을 코앞에 두고 몸이 이렇게 되었나 싶은 것이다.
사실 타투를 배우고 시작하면서 일자목이 역C자가 되었고, 등받침이 없는 의자에 앉아 4-5시간이고 주구장창 눈알 빠지게 작업하다보면 등, 허리, 팔, 어깨, 목 다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내 개인 작업을 할때보다 훨씬 더 강도가 세게 아팠던 것 같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와중에 전시 준비도 계속 했고, 아기도 낳고, 육아도 했다. 아주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냈다. 아기가 안아달라고 하면 계속 안아줬고, 목이나 어깨가 부서질 것 같아도 15개월간 모유 수유한다고 낑낑댔다. 이제는 두돌이 다 되어가는데 유모차를 안타고 안아달라고 해서 사이드 힙시트까지 구매해 12킬로 아가를 등원 + 하원할 때 안고 다녔다. 내 몸은 그렇게 서서히 무너지다가 결국 허리 디스크는 찢어졌고, 엉치뼈 통증에서 엉덩이 아래 허벅지까지 통증이 내려와 걷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아기 기저귀를 갈아야하는데 허리가 구부러지지 않았고, 기어다니면서 화장실을 다녔다. 발바닥을 땅에 딛으면 아파서 일상생활이 무너지던 그때, 큰 병원으로 갔고 뼈주사 6대를 맞았다. 통증은 순간적으로 완화되어 다시 걷고 앉는데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아졌다. 그치만 통증만 완화이고 상처는 그대로 있는거라서 꾸준히 재활을 해야한다고 했다.
나는 지금 코르셋 복대를 차고 걸어다닌다. 얼마전 오픈한 전시장에는 한번도 방문하지 못했고, 작업실도 못가고 침대에 누워있다. 작업실에 가서 서서 그림을 조금 그리고 오면 그 다음날에는 다시 엉덩이쪽으로 통증이 내려오는게 느껴졌다. 난 지금 개인전이 두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렇게 거동도 어려우니 어떻게해야하나 싶다. 한달 뒤에는 촬영을 해야하는데 말이다. 걱정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되는게 없으니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디스크가 탈출되지 않은게 어디야 라며. 몸이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해줘서 더 마니 안좋아지지 않은게 어디야 라며.
주변에서는 다 휴식을 해야한다고 하는데, 나는 아기 엄마고 아기를 케어해야한다. 밥도 줘야하고, 옷도 입히고, 씻기고, 놀아주어야 한다. 영하의 날씨였던 며칠 전 아침, 아기가 안아달라고 했는데 계속 못 안는다고 하니 20분을 울었다. 그 추운 날... 아기 얼굴은 콧물 눈물 범벅이 되어 결국 나는 못버티고 다시 아기를 안아주었다. 근데 최근에는 아기가 내가 아픈걸 아는지 안아달라고 떼쓰지 않는다. 유모차 태우려고 하면 발버둥치던 아기가 요즘 얌전히 잘 앉는다. 이제 곧 두살이 되는 내 아기. 아기를 위해서 허리 재활 잘 하고, 빨리 낳아서 맘껏 우리 아기 안아줄 날이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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