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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0.09.05 셀축
  5. 2010.09.01 보고싶은 친구
Text2010. 9. 8. 00:27
나의 내부에는 생 날것같은 것들이 낡아있다. 점점 낡아버려서 시간이 지나 부서질까봐 겁이난다. 생 날것같은 그것들은 내가 아주 오래전부터 품었던 것들인데, 나는 이 곳에서 그것들을 항상 바라고 생각하면서 가슴 한켠에 고이 묵혀두었던거다. 한편으로는 그냥 그렇게 녹아버리게 될까봐 항상 초조하게 꺼내보고, 슬프지만 다시 제자리에 갖다놓는다.

***

1년전 여름에 썼던 글을 우연히 읽었다. 또 잠이 오질 않는다. 백남준 저서 읽다가 인풋타임, 아웃풋타임에 관해 계속 생각하게되었다. 시간에 대한 강박을 조금만 줄일 수 있다면 좋을텐데. 부자들은 넓은 방에 고가의 미술품을 채워넣을 수는 있지만 자신의 삶에 단 1초도 보탤수는 없는것이다. 그러니까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죽음 앞에서는 똑같은것이고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계속 흘러가고. 나는 마흔의 생일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스물여덟의 생일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생각해야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생일따윈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기때문에 미역국을 끓여줄 수 없는 엄마만 생일날의 나를 안타까워한다. 오늘도 작업실에서 너무 더워 낮에는 퍼질러있다가 저녁에 다시 들어가 구조를 싹 다 바꾸었다. 가장 크게 변화를 준 것은 큰 책상의 위치다. 드로잉을 하면서도 페인팅을 한눈에 다 볼 수 있는 자리로 옮기고, 가방걸이도 벽에 붙이고, 스피커 테이블의 위치도 바꾸었다. 계속 몸을 움직이면 그나마 불안이 감소하니까. 나는 1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것이 없는가보다. 슬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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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9월은 내가 1년 중 가장 좋아하는 달이다. 왠지 9라는 숫자도 좋고, 가을이 오기를 기다리는 느낌도 좋고. 옥상 작업실은 현관을 열자마자 방이 나오는 구조다. 나는 바깥에 신을 벗어놓고 차가운 문지방을 넘어 작업실로 들어간다. 창밖에선 아직도 햇살이 너무 뜨겁고, 그래서 나는 바닥에 누워 하늘을 본다. 어떨땐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것도 잊은 채 아예 현관문을 다 열어제끼고 바깥의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다. 바람이 춤춘다. 이렇게 낭만적이어도 괜찮은걸까. 이 상투적인 문장들과 나는 오늘도 시간을 접고 접어서 바깥에 휙- 하고 내던졌다. 비가 안오나...비가 오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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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books2010. 9. 5. 22:25


새여
물길 거슬러
멀리 이 도회의 강가에까지 이른
갈매기여
네 몸짓은 이미 평화로워
이승의 것이 아니구나
머리 풀고 깃 접을 아무데도
여기는 없다
우아한 날개짓너머 시간은 멎어있고
죽음과 같은 고요만 깊고 깊다

누가 알리
허공에 몸을 띄운
근육의 내밀한 긴장과 핏발 선 두눈

아무도 이곳에 없고
그토록 의연했구나

돌아가 쉬라 새여
훗날의 아름다운 하늘  속으로

네 지나간 자리엔
감꽃 하나 지지 않았으니

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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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Turkey2010. 9. 5. 21:20


아기자기하던 터키의 작은 도시.
Posted by goun
Text2010. 9. 1. 23:23
 
바람이 차다. 그렇게 기다렸던 가을이 오려나 싶은데, 한편으론 여름이 너무 일찍 지나가버리는 게 아쉬워지기도 한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여름의 햇살과 탱탱하게 물오른 초록 잎들이 아쉬운걸까, 아니면 어느 해보다도 빨랐던 올해의 시간들이 아쉬운걸까. 올해 여름의 나는 고독을 원할때 그 고독을 몸소 느낄 수 있었고, 스스로 담담해질 수 있는 경로들을 찾았고, 누구에게나 절망과 슬픔이 온다는 당연한 이치를 곱씹었다. 친구가 내게 남긴 글에는 인생에 힘든일이 다가온다면 자랑스럽게 생각하라고. 그만큼 너는 최선을 다해 살고있는거라고 적혀있었다. 그리고 나의 모든 고생길까지도 사랑한다고. 내 고생길까지 사랑한다는 친구가 있으니 그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싶었다. 목이 메었다. 그저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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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