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2022. 12. 7. 23:46

내가 정말 정말 사랑했던 이집트. 이집트에 빠져서 매일 이집트 관련 책을 보고, 람세스와 사랑에 빠졌던 때가 2010년이니 벌써 12년이나 지났다. 이집트에 대한 관심은 2009년 ‘스핑크스의 눈물’이라는 개인전을 열고 난 후 관심이 열망으로 번져 걷잡을 수 없이 이 곳에 쫙 빨려들면서 시작되었다. 이집트를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나서는 이집트 여행을 위해 일을 더 많이 하고, 돈을 모으고, 깜지가 될 정도로 A4용지에 이집트 왕조를 정리하고, 밤새 람세스 책을 읽고, 유물 유적들의 의미와 내용들을 익히곤 했다. 그 종이들은 여행의 시작과 끝까지 내 주머니에 고이 접혀 나와 함께 여행을 했다.^^ 2010년 이집트로 여행을 갈 당시에 찾아봤던 책들과 비교해보니 그때 이런 책이 나왔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ㅎㅎㅎ

그냥 훑어보기만 해도 엄청 디테일하게 많은 것들이 잘 설명되어 있다. 최초로 피라미드를 쌓은 왕인 네체리케트에 대해, 기자 피라미드를 쌓은 4왕조의 계보에 대해, 피라미드의 변천, 피라미드 분포도...이집트의 장례의식, 오벨리스크...투탕카멘...파라오들...다양한 신들과 신전들 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생활 양식들과 오락, 엔터테인먼트, 벽화를 보는 법까지! 정말 방대한 내용을 잘 압축해 정리해놓은 책이다.
특히 이집트 여행당시 200여구 넘게 미이라를 본 것 같은데, 사진 촬영이 안되서 눈으로만 담고 왔다가 이 책에서 설명해주는 미이라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을 보니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이런 디테일한 설명! 람세스 2세가 치조농루증을 앓고 있었다네. 오래 살고 죽은 미라는 피부가 까맣고, 젊은 시절 죽은 미라는 피부가 빨간 육포 같았는데 그런 느낌이 일러스트에 잘 담아진 것 같다.

미이라 박물관에 가면 미이라 만드는 순서와 그 때 썼던 도구들까지 다 전시되어있는데 도구들이 너무 얇고 견고하긴하나 마치 바늘처럼 작은 것들도 많아서 어떻게 그걸 다 해냈을까 감탄하곤 했다.

이집트는 어디를 가든 발에 채이는 것들이 유물 유적이었는데, 아쉬웠던 건 너무 관리가 안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현대 이집트인들은 매일 보는 게 다 수천년 전 유물들이어서 그런지 별 감흥이 없어보였으나 왕가의 계곡 밑 수십미터 아래에 그려진 벽화들만 보더라도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정도의 아름다움의 극치라 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호루스는 이집트를 다녀와 몇년 뒤 내 팔에 새겼고, 아누비스는 내 왼쪽 손등에 직접 새겼다. 하늘의 신과 죽음의 신을 동시에 좋아하는 나.^^ 이집트는 진짜 그러한 매력이 있다! 땅의 90퍼센트 이상이 다 사막인 그곳이 궁금한 분들은 이 책을 읽게되면 이집트로 떠나지 않을 수 없을것이다!ㅎㅎㅎ 이 책은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나 앞으로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인 것 같다. 이렇게 매력 넘치는 책을 만들어 준 더 숲 출판사에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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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카테고리 없음2022. 11. 15. 12:05

김혜순 시인님의 글을 이렇게 절절하게 읽었던 적이 있었나.
이 시집에 쓰인 시들은 눈물로 쓴 시다.
카페에서 책장을 넘기다가 참고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와 나도 모르게 줄줄줄.

엄마와 내가 잘린 심장 양쪽 심방에 살 때
엄마가 나에게 했던 말
나는 네 엄마가 아닌 네 엄마의 딸이다

엄마가 죽어도 죽지 않던 엄마의 고막

아지랑이보다 얇아서 꿰멜수도 찢을수도 없는 고막

엄마, 울고 싶어서 울지 않아
엄마, 잠들고 싶어서 잠들지 않아

내 아잇적 나보다 나를 더 많이 알고있는 엄마의 아잇적

숨을 참은 엄마가 내 귓속에 숨어있는 엄마의 숨

나는 지금 인공호흡을 해주러 양쪽 귀로 가야 합니다
p.37


안 오면 보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가면 얼른 가라고 한다. 얼른 가면 서운해한다. 더 있으면 가라고 한다. 다시 헤어지면 보고 싶다고 한다. 나는 매일 계단을 내려간다. 내려가서 엄마를 보고 또 내려간다. 그리고 또 내려간다. 엄마는 누구는 아직 한 번밖에 안 왔도 누구는 아직 안 왔다고 한다. 자주 가면 다시 돌아가라고 한다. 돌아가면 보고 싶다고 한 번만 다녀가라고 한다.
p.62

Posted by goun
Text2022. 10. 14. 16:33

생각 정리가 어렵고 머릿속이 복잡해서 글을 써야지 하고 펼쳐두고도 제대로 글을 못썼는데, 오늘 나는 내 작업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삶을 살아가며 죽음을 생각하고, 죽음을 일상에서 떠올리는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이제는 내 삶에서 사랑을 이해하는 과정도 죽음을 이해하는 것과 똑같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하나의 생명을 키우며 뼈져리게 느낀다. 이제는 사랑을 이해하는 과정이 녹아든 작품을 그려보고 싶다.

최근에 운동을 시작했고, 두달만에 6킬로 정도 감량했다. 살이 빠지니까 허리도 덜 아프고, 이전에 버리려고 했던 옷들이 다 들어가서 돈이 굳었다. 허리 디스크 재활치료와 건강을 위해 좀 더 천천히 나를 돌봐가며 작업을 하려고 한다. 재단 기금 공모가 곧 끝나는데, 그걸 썼다 지웠다 하는 나. 이걸 지금 작성하는게 좋을지 아니면 조금 더 나를 돌보고 나중에 하는게 좋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파일을 다 삭제해버렸다. 급하게 하지 말자... 기금 공모는 언제든 있는거니까. 나의 삶이 변화 된 만큼 자연스럽게 나의 작업이 변화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작업을 계속 하기 위해서 그간 좋아하던 일도 포기해야만 했다. 아무래도 타투는 시작을 하는 순간부터 몸이 너무 힘이들고, 앞이 안보인다. 이걸 하면 끝-특히 내 몸상태-이 어떻게 될지 알기에 그걸 알면서 내 몸을 망치는게 너무 두려웠다. 일단 많은 고민끝에 그것을 접기로 결정했고 마음에서도, 환경적으로도 덜어내고 정리하는 중이다. 뭐든지 참 쉽지 않다. 그래도 나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것을 한다. 내 마음에 사랑이 가득해서 아가를 볼때마다 행복하니까 그 행복의 순간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 내 삶에, 내 작업에 그 생명의 온기가 너무 가득해져서 이제는 이전과 똑같이 작업할 수 없게 되버린 것이다. 이 차곡 차곡 쌓여가는 무수한 감정들을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도 되고, 내 인생이 어떻게 변해갈지도 궁금하다. 후회는 없다. 온전한 사랑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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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2. 10. 11. 14:40

# 얼마전 **지역 삼남매 살인사건에 대한 기사와 관련 영상을 봤다... 육아를 하면서 이전에는 단 한번의 폭행도 없이 사랑으로만 키웠었는데, 타인에 의해 가스라이팅을 당하게되면서 그런 자식들을 매질로 죽이고 부활할것이라 믿으며 시체와 함께 있었다가 발견된 사건이었다. 아이들의 부패 정도는 심각했다. 혈액과 내장들이 다 썩어 검게 된 표피층... (사진을 보니 마치 불에 탄 발 같았다.) 근데 그렇게 되려면 몸 안에서 부패액이 많이 나왔을거라 하는데, 그 부모들은 아이들의 부패액을 닦아가며 다시 살아날것을 기대했을까? 정말이지 그 행위들을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순간적으로 눈물이 났다. 아무리 가스라이팅을 당했다해도 눈 앞에 아이들이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데, 어떻게 그 생각들-아이들 몸속에 마귀가 들었다는-을 온전히 밀고나갈 수 있는걸까? 그들의 마음이 지옥이고, 잔인한 행동을 이끄는 생각들이 지옥이고, 그런 상황을 만들게 된 이유가 바로 지옥이다. 그런 그들이 지옥 자체고, 그걸 바라보아야 하는 지금 여기가 지옥이다. 그 지옥속에서 사랑하던 부모의 손에 맞아 죽던 아가들의 명복을 빌고 또 빈다. 가엾은 아가들... 하늘에서는 맘 편히 쉬었으면 좋겠어.

# 요즘 우리 아가는 "엄마 힘들어? 내가 도와줄까?"라는 말을 많이 한다. 기특+기특하다. 아직 만 3살도 안된 아기가 남을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정말이지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아가들은 너무나도 소중하고 반짝거리지. 이런 아가들이 모두 행복한 세상이 만들어져야 할텐데 아동 사건사고는 나날이 늘어만가네. 그리고  내가 사는 지역에는 대규모 소각장이 생긴다고 한다. 안그래도 소각장이 있었는데 거기에 더 추가로 1700톤이 넘는 서울의 모든 쓰레기가 이 동네로 온다는 말. 시도때도 없이 소각할텐데, 기후 안전 둘째치고 당장 내 눈앞의 건강부터 신경써야하는 상황이 온거다.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안전하지 않는 땅, 안전하지 않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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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