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2022. 7. 2. 01:54

# 얼마나 시간이 흘렀나 보니 전시가 끝나고 3개월이나 훌쩍 지났다. 2022년도 이제 후반기로 접어들고 있구나. 6월엔 운전 연수를 받았다. 10년 간 운전대 한번도 안잡은 장롱면허였는데, 진짜 용기내어 해봤다. 역시나 운전은 나에겐 여전히 공포스러운 것... 그 공포를 이겨내보려고 노력했는데 잘 되지 않아 또 다시 자책감이 들었다.

# 올해의 개인전은 11번의 개인전 중에서 가장 준비가 어려웠던 전시였다. 돌된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겨두고 짬짬히 시간을 쪼개어 작업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다. 그래서였는지 끝나고 나서의 허무함은 예전보다 몇배나 더 컸다. 한점도 판매되지 않는 전시들이 수두룩빽빽이었지만 심리적으로 그리 힘들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조그만 그림들이 여러점 판매됐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그 이유가 뭐였는지를 계속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다시 붓을 들어야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캔버스 앞에서 붓을 손에 들기가 어려웠다. 뭔가를 계속 만들어야한다는 강박에 손가락을 계속 움직이는 일을 하고, 생각을 비우는 연습도 하고, 독서모임도 열심히 했다. 그러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 아가를 키우는데에 있어 체력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 정말 실감한다. 요즘은 하루 중 낮시간에 특히 미친듯이 피곤과 졸음이 쏟아진다. 그걸 이겨내고 육아를 하면 밤에는 완전히 기절인데, 나는 꿋꿋하게 새벽까지 버틴다. 밤에 왜 정신이 또렷해지는지 나도 이유를 모르겠고. 힘든 건 사실이지만 아가는 너무도 반짝이고 예쁘다. 아기 얼굴을 바라보는 그 순간에는 작업이고 일이고 시간관리고 내 체력이고는 별로 중요하게 느껴지지도 않음. 너덜거리는 육체를 정신력으로 질질 끌고 버티면서 아기에게 사랑을 주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정신력이란 정말 대단해서, 그 많은 일을 하고도 또 잘 버텨진다. 이런게 사랑의 힘일런지…

'Text'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온을 구하는 기도  (0) 2022.08.04
작가와 돌봄의 사이  (0) 2022.07.25
그릇의 크기  (0) 2022.06.16
미술평단 2021, 겨울호에 실린 <태반의 무게> 평론 _김성호 미술평론가  (0) 2022.05.19
.  (0) 2021.04.14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