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n Seo'에 해당되는 글 1760건

  1. 2010.03.26 파노라마
  2. 2010.03.26 꿈의 권태에 대하여
  3. 2010.03.26 영원한 없음-줄루족 전승에 따라
  4. 2010.03.25 nujabes +
  5. 2010.03.25 내가 가장 사랑한 도시, 룩소르
Travel/Egypt2010. 3. 26. 01:37

동화책에서 보면 이렇게 이쁜 오렌지 깃털을 가진 백마들은 하늘을 날던데.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내 앞에 뿅 하고 나타났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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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ext2010. 3. 26. 01:23

오늘 한강대교를 건너면서 나는 대교의 끝 너머에 있는 오밀조밀한 아파트단지들을 보며 이스탄불 신시가지를 떠올렸다. 마치 대교위를 건너는 나는 트램을 타고 갈라타교를 건너는 것 같았고.


***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악몽을 꾸었다. 귀신들의 바자회였는데 나는 막대기로 그들의 옷과 물건들을 골랐지만 얼굴에 핏기없는 두 여자는 내게 총을 겨누었다. 축축하고 약간 회색의 분위기가 나는 한옥집의 방과 방 사이에는 장난감 기찻길이 있었는데 그 주위로 또 총알들과 무기들이 잔뜩 널부러져있었다. 남자 귀신들도 나를 주시하고 있었고.

내게 꿈은 더이상 크리스탈처럼 반짝이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그것들의 윤곽만을 더듬을 뿐 더 이상 깊이 침식해들어가지 못한다. 아니, 그러지 않는다. 탁하고 어두운 꿈의 미로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나는 마지막 윤곽만을 주시하고 더듬기만한다. 꿈이 드러내는 내면은 이전의 것처럼 이미지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며, 바닥에 떨어진 낙엽처럼 스쳐지나갈 뿐이다. 나는 꿈에서 권태를 느낀다.
나는 괴상한 수수께끼 그림을 마음속에만 구겨넣고 엉클어뜨린다. 오로지 자기애로만 뒤범벅된 말과 이미지일 뿐인 그것들을 구겨넣는다. 그리고 다시 해독하려하고 헤집어내고 (그러나 답은 없고) 다시 구겨넣고 해독하고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하고...
숲 같은 내장속에서 작업은 점점 내게 말문을 닫으려한다. 그 말문이 트일때까지 나는 그 내장속에서 끊임없이 반복하게 될 것이다. 해독은 불필요해질것이며 점점 더 명료해질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것 자체가 권태로운 일이라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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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books2010. 3. 26. 00:59

별도 없고 태양도 없고

달도 지구도 없고

없음 말고는 아무것도 없고

사방은 어둠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없음

비어 있음보다 더 고약한 없음

두려움을 만들어 내는 영원한 없음.

 

없음이 흘러갔다

얼마나 오래 흘렀는지 아무도 모른다

시간의 물길을 타고

저 강력한 강물이 흘러갔다

옛날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언제나 있는

그 어떤 시작도 목표도 없이.

 

하지만 그러다 어느 날-

어느 날이라니, 대체 그렇게 말할 수가 있을까?-

시간의 강은 짝이 그리웠다

살과 피로 이루어진 존재가

짝을 찾듯이

그리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시간의 강과 영원한 없음의 만남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펄럭이는 불꽃이 태어났다.

생명의 불꽃이.

 



출처 : theprophet.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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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Music2010. 3. 25. 05:57

내가 여행을 다녀온 사이에 누자베스 죽었구나. 교통사고로. 후. 누자베스 음악 참 좋아했는데 이렇게 뜬금없는 소식에 마음이 아프네. 아. 이런 소식 들으면 그냥 마음 한구석이 피식..하고 바람빠진 풍선처럼 되어버린다. 요즘 난 내가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점점 커져가는데, 이상하게도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뭔지모를 외적인 상황이 계속 푸쉬하는 느낌. 어쩔 수 없이 생각지못한 만큼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중이다.
내일은 철학스터디하러 간다. 벤야민 책 읽어야지 얼른. 그리고 오늘 잠깐 문래동 다녀왔는데, 그림 그리고 싶어서 갔다가 논문 준비할 책만 6권 들고나왔다. 이런. 하긴 펼쳐놓을 공간도 마땅치 않아서 진짜로 슬프고 또 슬프다. 언제쯤 번듯한 작업실이 생길려나. 나는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막막함이 앞선다. 일단 저질러서 여행은 다녀왔고, 아끼고 아껴서 돈도 남겨왔다. 같이 여행한 친구들도 놀라는 액수. 어떻게 그렇게 썼냐고 해도 나는 먹을 것 다 먹고 하고싶은 것 다 했다. 이제 다시 내 생활로 돌아가는건가. 스트레스 받지 말지어다.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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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Egypt2010. 3. 25. 04:58
룩소르를 생각하면 마냥 즐겁다. 어느 장소를 떠올릴 때, 그립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건 그 장소에서 만났던 사람이 내게 진하게 다가왔기 때문인 것 같다. 룩소르에서 나는 밤까지 도시 곳곳을 걸어다녔다. 인도의 바라나시 같은 수많은 블럭을 이루고 있는 동네. 혼자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길에서 축구하고 있는 꼬마들을 만나면 함께 축구를 하고, 오토바이 정비소를 구경하다가 그 할아버지 손녀와 친해져 집에 초대받아 가기도 하고, 숙소에서 일하던 아이에게 그림을 그려주었더니 너무 고맙다며 사탕수수 음료도 선물로 받고. 소소하게, 그러나 짙게. '너를 절대 잊지못할꺼야.' 그 한마디가 내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그 아이의 목소리. 행복했던 룩소르에서의 하루하루. 여유가 더 있었다면 이곳에서 오래토록 지냈을텐데. 이집트를 다시 가게된다면 나는 고민하지 않고 룩소르로 갈것이다. 정든 이곳. 아름다운 이곳.


보람이와 훈이와 나는 룩소르에서 헤어졌다. 이 둘은 다이빙을 위해 홍해로 향했고, 나는 다시 시와 사막으로 가기위해 2등석 기차를 타고 카이로로 가야했기 때문에. 룩소르에서의 마지막 이들과의 밤은, 참 즐거웠다. 맥주 마시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나누고 마지막 밤을 축하하고 편지를 썼다. 카이로에서 맥주트럭 아저씨한테 사정사정해서 3병을 공수해온 사건, 버스안에서의 체인지 사건, 헤나헤나 압두르기봐 사건...모두 이들이 있었기에 더욱 더 행복할 수 있었다. 잊지못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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