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없고 태양도 없고
달도 지구도 없고
없음 말고는 아무것도 없고
사방은 어둠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없음
비어 있음보다 더 고약한 없음
두려움을 만들어 내는 영원한 없음.
없음이 흘러갔다
얼마나 오래 흘렀는지 아무도 모른다
시간의 물길을 타고
저 강력한 강물이 흘러갔다
옛날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언제나 있는
그 어떤 시작도 목표도 없이.
하지만 그러다 어느 날-
어느 날이라니, 대체 그렇게 말할 수가 있을까?-
시간의 강은 짝이 그리웠다
살과 피로 이루어진 존재가
짝을 찾듯이
그리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시간의 강과 영원한 없음의 만남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펄럭이는 불꽃이 태어났다.
생명의 불꽃이.
출처 : theprophet.eglo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