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n Seo'에 해당되는 글 1761건

  1. 2010.05.14 유동하는 자리
  2. 2010.05.14 판단의 유보라는 과제 2
  3. 2010.05.12 * 2
  4. 2010.05.12 어쩌나 3
  5. 2010.05.11 사라지지 않을 희미한 조각들
Travel/Egypt2010. 5. 14. 02:36


# 실내 슬리퍼 신고 이집트의 거리에, 그것도 아주 예쁜 벽 앞에 서 있다. 나 때문에 사진이 망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이 벽은 정말 환상적이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이 퇴적된 흔적들. 결과물로서의 벽도 훌륭하지만 더 아름다워보였던 이유는 이 벽이 계속 유동하고 있는 것 처럼,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였다. 그래서 떨어져나간 벽화의 자리가 내게 '저기 한번 서봐.'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날의 냄새가 생생하다. 그리고 조금 뒤 지나가던 경찰 3명과 검은색 히잡을 쓴 여인 두명. 그리고 군데군데 씌여진, 나를 사로잡았던 아라빅의 아름다운 모양들. 아라빅은 오른쪽에서 시작해 왼쪽으로 가는 글씨체라서 그런지 한국과는 다르게 '거꾸로 된 C' 모양의 굴곡이 많다. 여기두 스티커 붙여놓고 올껄. 100장 조금 안되게 붙이고 왔는데 아무도 내 블로그를 찾지 않는 걸 보니 외면당하고 있는게 분명해. 흑흑

# 나의 망각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신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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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ext2010. 5. 14. 01:42

인생 사는거 별거냐 싶으면서도, 막상 내가 엎지른 여러가지 문제들은 해결책이 눈앞에 던저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것이 된다. 왜 일까. 이유는, 공격적이지 않은 의도의 솔직함이라 하더라도 권위적인 사회의 체제안에서의 타자에 대한 솔직함은 어쩌면 사실보다 더 부정적 인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혹은 그들이 원하는 것은 솔직함이 아니었므로.(이게 더 맞는 부분인 것 같다. 슬프지만) 그렇기때문에, 내가 왜 이제서야 솔직함이 더이상 무기가 아님을 깨닫고 있는지, 아무런 방어막 없이 그것의 유용성을 신뢰하고 있었는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내 스스로의 마음가짐 자체가 불편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권위적이지 않은 사람들과 있으면 무한한 생동감을 느끼면서 나를 내려놓게 되는데, 그 반대의 경우의 나는 항상 알고 있으면서도 반복적으로 실수를 한다. (내 말이 오해없이 잘 전달될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계속 위축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오해의 가능성이 높은 사람 앞에서는 더 더욱 위축된다.) 그렇다면 왜 위축되면서까지 솔직함이라는 것의 힘을 맹신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바보였나. 타자에 대한 절대적 오해의 순간들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데, 구태의연하게 그것들과 나를 붙잡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보 왕국의 나도 바보인거고, 그렇기때문에 결국 바보의 세상에서 뒤엉켜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많은 판단들을 유보시키고서라도 난 이 난제를 해결해보고 싶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어렵다. 그래서 외로움을 이겨내기위한 방법들을 지켜나가게 되기만을 바란다. 
 
여행을 하면 이 모든 문제들은 거뜬히 해결된다. 아니면 그저 해결되어 보이는 것일수도 있지. 그러나 확실한 건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거다. 단순히 나는 지나치는 행인일 뿐이기 때문에 삶에 녹아드는 진정한 경험을 온전히 누릴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 공간속의 나는 판단의 유보가 필요치 않은 상태로서 존재한다. 또 다른 나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이 사는 곳은 부대끼고 혼란스럽고 말과 말이 교차되면서 어지럽히고 거짓을 만들어내고 남을 할퀴고 밟고 올라가고 공격하고 방어하고 숨기고 아닌척하고 진실을 은폐하고 테두리를 만든다. 

나는 솔직함의 안쪽을 살펴보고싶다. 그곳은 텅 비어 있는지 아니면 차고 넘쳐서 아무것도 받아들일 준비조차 할 수 없는지. 그런데 그것은 내려놓음이 가능한 공간에서만 그러고싶다. 그래서 예전보다 덜 외롭고 덜 힘들어진다면 좋겠다. 그리고나서 50년 쯤 뒤에 내 스스로에게 물을 것이다. 내 안의 솔직함이 어떤 모양으로 변화되어 왔는지에 대해서. 나는 내 작업이 순환의 통로가 되기를(무엇이든지간에),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환상의 열쇠같은 모습이 아니라 친밀한 괴력처럼 뿜어져 나오는 것이기를 항상 바란다. 그건 평생의 과제가 되겠지만. 나는 오늘도 여전히 바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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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books2010. 5. 12. 20:41

*


"우리의 괴로움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괴로움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의 불행이 타인을 완전히 감동시키지는 못한다. 우리의 고통이 직접 타인에게 가 닿을 수는 없다. 우리의 손은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러나 힘은 내벽을 통과하고, 사고는 두개의 동공을, 눈물은 눈을 통과한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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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books2010. 5. 12. 19:54

데리다의 책을 읽고있는뒈...처음에는 이게 한글인가? 싶더니, 두번째 읽을땐 쪼금 알아듣겠는데 절반은 막혔다. 다시 세번째. 네번째 읽으면 좀 이해가되려나. 논문 본 심사가 코앞인데 데리다 책을 파고 있으려니(그것도 내공이 약한 상태에서), 좀이 쑤시고 집중안되서 큰일났다. 폭력이나 법, 정치나 경제문제에 무관심한 내가(자랑은 아님;;), 법의 힘이라는 논문을 파고 있다. 이번 발제를 통해 나는 정말 심하게 내가 좋아하는 부분만, 내가 관심있는 분야만 찾아보는 인간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책뿐만 아니라 음악, 영화, 공연 조차도. 특히 영화쪽에서는 미국 '액션'물-절대 안본다. 나는 인도, 터키, 스페인 영화를 무진장 사랑하는데 퐌타지적 요소가 있거나, 색채가 아름답거나 앵글이 자유롭거나, 사람들이 잘 안 찾아보는 제3세계 영화들 위주로. 아무리 내러티브를 기억해내려고 해도 한 장면, 색채, 공간분할 따위들만 머릿속에 각인된다. 나라는 사람이 그런가봐. 그렇다고 나를 좀 어떻게 바꿔야하는건 아니지않나. 아무튼, 힘들다.-_-(결론은?) 그래도 언제 이런 책을 읽어볼까 싶은 마음에 열심히 하련다. 시간이 얼마없다. 아이고. 옴마야. 적응하자, 적응...육식성-팔루스-로고스 중심주의..차연..아포리아의 경험...해체 가능성의 명제..파스칼, 몽테뉴......


왠만큼 느낌으로 와닿는데 이건 정말 모르겠다!
-법의 해체 가능성과 정의 자체의 해체 불가능성, 그리고 해체 자체의 해체 불가능성과 관련된 세 개의 명제

1)법의 해체 가능성은 해체를 가능하게 한다.

2)정의의 해체 불가능성 역시 해체를 가능하게 하며, 심지어 그것과 혼합된다.

3)그 결과, 해체는 정의의 해체 불가능성과 법의 해체 가능성을 분리시키는 간극에서 발생한다. 이는 불가능성의 경험으로서 가능하며, 이러한 경험이 실존하지 않는 경우에도, 이러한 경험이 현전하지 않는 경우에도, 아직 또는 결코 현전하지 않는 경우에도, 정의는 존재한다. 우리가 정의의 X를 대체하고 번역하고 규정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곧 (해체 불가능한)X가 존재하는 (그 경우에) 한에서, 따라서 (해체 불가능한 것이)존재하는 (그 경우에) 한에서, 해체는 불가능으로서 가능하다.


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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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ext2010. 5. 11. 20:58
긴 하루, 그리고 긴 인생. 내 인생의 꿈. 그리고 오늘. 어제와 오늘은 내가 얼마나 기도했던 순간들이었나? 내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큰 기쁨일 수 있는지를 깨달았을 때,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라는 것이, 얼마만큼의 깊이로 얼마만큼의 시간으로 내게 다가왔었는지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부모님을 오랫만에 뵈었고, 시골에서 4일간 지냈고, 시간이 날때마다 부모님과 산에 올라가 더덕과 두릅, 취나물, 고사리, 쑥, 영지버섯 등을 캐고, 심어놓았던 부추를 따고, 고추와 옥수수를 심었다. 그저 평소와 똑같은 일상이었는데 유난히 마음이 편해졌고 나와 우리 가족이 건강하다는 사실이 눈물날 정도로 감사하다는 생각이들었다.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것을 취하고 어떤 것을 버릴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대해야 하는지, 어둡고 힘든 시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산을 오르던 걸음 걸음과 차가운 새벽의 공기와 엄마의 조금 더 발랄해진 목소리와 따뜻하게 나를 맞아주던,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던 아빠의 눈빛때문에 가슴 속 깊은 고민들이 순간 잊혀지는 경험을 했다. 따스히 나를 안아주던 기운들. 그래서 나는 다시 우울하지 않게되고,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더 명확해졌다. 그런 경험은 시간이 지나도 끝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라지지 않을 하루, 사라지지 않을 희미한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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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