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2010. 5. 11. 20:58
긴 하루, 그리고 긴 인생. 내 인생의 꿈. 그리고 오늘. 어제와 오늘은 내가 얼마나 기도했던 순간들이었나? 내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큰 기쁨일 수 있는지를 깨달았을 때,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라는 것이, 얼마만큼의 깊이로 얼마만큼의 시간으로 내게 다가왔었는지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부모님을 오랫만에 뵈었고, 시골에서 4일간 지냈고, 시간이 날때마다 부모님과 산에 올라가 더덕과 두릅, 취나물, 고사리, 쑥, 영지버섯 등을 캐고, 심어놓았던 부추를 따고, 고추와 옥수수를 심었다. 그저 평소와 똑같은 일상이었는데 유난히 마음이 편해졌고 나와 우리 가족이 건강하다는 사실이 눈물날 정도로 감사하다는 생각이들었다.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것을 취하고 어떤 것을 버릴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대해야 하는지, 어둡고 힘든 시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산을 오르던 걸음 걸음과 차가운 새벽의 공기와 엄마의 조금 더 발랄해진 목소리와 따뜻하게 나를 맞아주던,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던 아빠의 눈빛때문에 가슴 속 깊은 고민들이 순간 잊혀지는 경험을 했다. 따스히 나를 안아주던 기운들. 그래서 나는 다시 우울하지 않게되고,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더 명확해졌다. 그런 경험은 시간이 지나도 끝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라지지 않을 하루, 사라지지 않을 희미한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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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