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2019. 4. 9. 18:02

​루미 시집이 원어 번역본으로 나왔다길래 부랴부랴 구입. 시공사 정말 열일한다! 짝짝! 마스나비 완권으로 다 번역해주시면 안되나요... 플리즈... 정말 책도 너무 예뻐서 아껴서 읽고싶은 마음이 든다. (디자이너님 혹시 콘야에 다녀오신거 아닌가욤, 컬러가 콘야에서 많이 봤던 컬러인데.ㅋㅋㅋ) 2010년에 터키 부르사에서 수피의식 보고나서 메블라나교가 궁금해졌었고, 그때 현지에서 만난 일행들과 다 빠이빠이하고 나 혼자 콘야로 갔었다. 콘야는 메블라나교 발생지이자 매년 순례자들이 루미의 묘를 보기위해 가는 곳이었고, 메블라나 박물관에는 꼭 꼭 들러봐야지 했다.

콘야에 도착하자마자 여행안내소 같은곳을 찾아갔었는데, 거기서 메블라나교의 교리가 써져있는 종이랑, 수피즘 음악 씨디랑 디비디랑 막 주셔가지고 지금도 가지고 있다. 근데 그 교리를 읽어보면서...역시 종교는 하나다. 신은 하나다. 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메블라나 박물관에는 루미의 묘 뿐만 아니라 메블라나 영묘와 그의 가족들 묘도 있었고, 예쁘게 장식된 관 앞에서 정말 슬프게 우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는 루미에 대해 잘 몰랐고, 수피교에 대해서도 잘 몰랐지만 그냥 그때 그 엄숙하고 경건하던 느낌때문에 나도 같이 따라 울뻔했다. 한국에 와서 이쪽에 계속 관심이 있었기때문이었는지 페르시아어를 말하고 읽을 줄 아는 나의 까탁 스승님을 만나게되었고, 누리샘은 이란에서 수피 공부를 하고 오신 분이었다. 콘야도 갔다 왔다고 했고. 그래서 한국에서 이렇게 비슷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기도 참 어려운데 신기하다고 생각했을 때, 생일을 여쭤보았고 나와 생일이 똑.같.았.다. 나는 그 샘께 꼭 루미 시집을 번역해보셨음 좋겠다고 이야기하곤 했는데(그 샘 블로그에 루미의 시들이 많이 번역되어있다) 아직은 출판까지는 생각을 안하시는 것 같아 좀 아쉬웠었다. 시공사에서 이렇게 루미 시집을 번역해주시니, 나는 누리샘의 번역본 책도 너무 궁금해진다.(번역자에 따른 표현 방식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루미의 시는 정말 아름답게 번역을 한다해도 그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기 어려울 것 같은데말이다. 그래서 책 첫장에 쓰여진 번역가의 말에 너무 깊이 공감한다. 힘들어서 많이 우셨다고...ㅠㅠ

이제 아껴서 읽어야겠다. 고맙습니다 시공사~ 

한나아렌트 책을 사고 출판사 페북 이벤트에 슬쩍 댓글을 달았는데 에코텀블러 당첨이됬다. ㅋㅋㅋㅋㅋ 나는 책 관련 당첨이 진짜 너무 잘돼! 신났다! 무라카미하루키의 에세이도 너무 읽어보고 싶어서 구매. 그리고 아니 에르노 신간도 넘 기대된다. 아으 책들은 왜케 다 이쁜건지! 책만 읽고 영화만 보고 살면 나는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가끔해본다. 책과 영화는 내 개인작업과 타투에 미안할정도로 미치게 좋아하는 일들이다. :)

Posted by goun
Text2010. 4. 22. 13:26
늦잠을 잤다. 요즘 계속 격일로 퍼진다. 꿈에서는 어떤 여자가 '넌 광대뼈가 참 많이 튀어나왔구나!'라고 말했다. (-_-?;;) 일어나자마자 2006년 데이빗린치오마주퍼포먼스 동영상을 틀어놓고 보았다. 벌써 4년전의 일이다. 그리고 붙여놓은 세계지도로 가서 리비아를 찾고보니, 내가 갔던 알렉산드리아에서 조금만 왼쪽으로 더 가면 리비아 국경이라는 걸 알게됬다. 그리고 시와사막이랑 리비아 사막은 진짜 가까웠다! 바로 코 옆이더라. 갑자기 메블라나가 생각이나서 수피즘 음악을 틀어놨더니, 집안에 쩡쩡 울리는 피리소리가 마냥 신비로웠다. 책상 위에 붙어있는 가족사진의 엄마아빠 얼굴은 너무나도 젊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공허한데, 자꾸만 쓸쓸해져서 이런기분 정말 별로야라며 내가 더이상 밑구덩이로 빠지지 않게 붙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인데. 아. 논문은 예전부터 기대하고 있어선지 쓰면 쓸수록 재밌다. 요런것도 행복인데 왜 자꾸만 기분이 가라앉지. 얼른 날이 화창해지면 좋겠다. 수피즘 음악이 끝나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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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Turkey2010. 4. 4. 16:04


부르사에 있는 문화센터에서 저녁8시에 세마의식을 한다기에 사실, 별 생각없이 따라나섰다. 부르사에서의 마지막 날 저녁이었다. 비는 추적추적 내렸지만 사람들은 계속 이곳으로 몰려왔고 잠시 기다리다보니 세마젠(세마를 행하는 사람들)과 쉐이흐(세마젠들을 이끄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1. 나트 쉐리프 : 하프즈라는 이슬람 학자가 만물을 창조한 신과 예언자 무하마드를 찬양하는 기도를 올린다.
2. 쿤베 : 작은 북을 두드리는 것으로 신이 만물을 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의 음악은 정말 경건했고 소름끼치도록 아름다운 선율과 목소리로 기도를 올렸다. '무하마드.어쩌구 저쩌구...' 북소리도 좋았으나 피리음색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진짜로.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피리 소리 중 가장 아름다웠다고 느꼈다.


3. 네이 : 갈대로 만든 피리인 네이를 부는 대목으로 창조된 세계에 처음으로 생명을 불어넣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쉐이흐는 세마젠들을 이끌고 중앙으로 나간다.
4. 데브리 벨레디 : 세마젠들이 서로 인사를 하는 대목으로 전부 3회에 걸쳐서 한다. 이는 영혼의 교감을 상징한다.

데브리 벨레디는 사진을 찍지 못했다. 쉐이흐가 세마젠들의 목에 키스를 해준다. 그러면 세마젠들은 입고있던 검은 망토(후르카-무덤을 의미)를 벗고 원을 그리면서 회전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다섯번째 셀람이다. 안에 입은 흰옷은 텐두레라고 하는데 이것은 상복을 의미한다.

5. 셀람 : 세마젠들은 인사가 끝나면 검은 망토를 벗는데 그것은 세속적인 허위와 욕망에서 해방된다는 의미이다. 처음에는 천천히 돌다가 점차 빠르게 회전하며 같은 속도를 유지한다. 회전하면서 오른손은 위로, 왼손은 아래로 향하는데 이것은 위로 신의 축복을 받아 아래로 지상의 사람들에게 전한다는 의미다. 회전하면서 추는 춤은 세속적인 욕망을 포기하고 신과의 합일로 새로 태어남을 상징한다고 한다.
 

6. 기도 : 처음에 코란을 암송했던 하프즈가 다시 한번 코란을 암송하며 세마젠과 쉐이흐들은 신에게 기도를 올린다.

나는 이들의 춤에 금방 매료되었고 또 이들의 춤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를 보았다. 세마젠들은 1시간 넘게 계속 돌고 돌고 돌고 돌고 돈다. 그러나 음악이 끝나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흐트러짐 없이 멈춘다. 아무런 미동도 없이.
눈을 감고 신과 교감을 하는, 자신을 놓아버린 경지에 이른 사람 같은 표정을 하고서 1시간 넘게 같은 자세로 돌고 있는거다. 정말 소름이 끼치도록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1시간이 넘는 시간은 이들에게는 보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일텐데, 어떤 마음가짐과 얼마만큼의 수행과정이 있어야 세마의식이 가능할까. 나이가 정말 어린 꼬마도 있었는데 그 꼬마가 이 의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참 궁금해져왔다.

7. 테페퀴르 : 예언자 무하마드와 모든 신자들의 영혼의 평화를 위한 기도를 올리며 막을 내린다. 쉐이흐를 따라 모든 세마젠이 퇴장한다.

부르사에서의 세마의식을 보고난 뒤, 나는 바로 루트를 바꾸어 메블라나 교단의 선무인 세마를 한번 더 보기위해 창시된 도시 "콘야"로 가기로 결정했다. 터키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
수피즘 Sufism은 이슬람 신비주의를 지칭하는 것으로 자신을 낮추고 신에게 가까이 다가려는 운동이다. 고전 이슬람이 성법의 준수를 통해 신과 교제하는 공동체적인 성격인데 반해 수피즘은 각자가 내면에서 직접 신과 소통하는 개인적인 성격이다. 8세기경 이슬람 세계의 세속화에 대한 반동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수피즘은 일반적으로 검소와 청빈, 금욕적인 성격을 띈다.
**
메블라나 교단은 수피즘을 토대로 생겨난 것으로 참선을 중시하고 선한 삶을 강조하였다. 수피즘이 개인적이고 내면적 성격을 띠는데 메블라나는 거기에다 약자에게 다가서는 공동체적인 성격도 갖고 있었다. 만인은 신 앞에 평등하다는 사상을 내세워 누구든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무하마드가 이슬람교를 창시하던 본래 취지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라, 오너라. 네가 누구든지 오라. 이교도건 무신론자건 배화교도건 그 누구든 상관없이 오라. 우리에게 절망이란 없다. 신과의 맹약을 수만 번 어겼다 하더라도 내게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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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Turkey2010. 4. 4. 03:30

부르사에서 본 세마의식-메블라나교(수피즘)에 빠져 원래 내 루트에도 없던 콘야라는 도시로 무작정 떠나기로 했다. 지중해를 포기하고 떠난 콘야는 이슬람 신비주의 종파인  메블라나 교단의 발생지이다. 종교색이 강한 도시인데다 학문과 예술이 꽃피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여행의 주된 목적은 이 도시에 있는 자미들, 박물관, 종교적 색채 등을 많이 느껴보아야 겠다는 것이었다. 부르사에서 만난 아흐멧이 친절하게도 미술전공자라면 꼭 들러야 할 곳 다섯곳을 적어주어서 그곳부터 방문하기로 했다. 콘야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스노우 마운틴. 날은 따뜻한데 저렇게 눈이 녹지 않는다. 365일 녹지않는 산이 아닐까?


드디어! 내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에머랄드 색 원추형 탑이 아름다운 메블라나 박물관이다. 터키에서 본 박물관들 중 유일하게 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곳이었고, 또 감동적이었고, 가장 오랜시간을 머물게했다. 이곳에서는 내부가 촬영이 금지여서 아무것도 찍지 못했지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메블라나의 영묘가 보이고, 그 관 앞에서 사람들을 기도를 하며 눈물을 흘린다. 박물관의 곳곳에서 사람들이 기도하며 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경건하게 음악이 울려퍼지고 사람들은 코란을 읽는다. 이 박물관에는 무하마드의 턱수염을 담은 상자도 볼 수 있다. 안에도 열어서 공개해주면 좋을것을. 턱수염이 확인이 안되잖아!
기도할 때 쓰던 양탄자들은 얼마나 기도를 많이 했는지 대부분이 너덜거린다. 나는 유령신자지만 이곳 사람들의 눈물 앞에서 다시한번 종교에 대해, 아니, 신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동네의 아이들은 정말로 귀엽고 착했다. 부르사와 이스탄불의 아이들은 정말 발라당 까지고 못된 애들 참 많았는데. 나에게 쪼르륵 달려와서는 "이름이 뭐야? 어디에서 왔어?"라고 묻고는 쑥쓰럽게 도망치듯 가버린다.ㅎㅎ 동양인이라고는 나뿐이고 여행객도 그리 많지 않은 소박하고 조용한 동네여서였는지 마냥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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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Music2010. 3. 23. 19:14


이스탄불의 신시가지인 탁심의 '이스틱클랄 거리'에서 들리던 그녀의 목소리. 나는 요즘 세젠 아쿠스(Fatma Sezen Yildirim)의 Dugun ve cenaze 음반을 들으며 지낸다. 이 여자의 음악이 거리에서 들렸을때, 내가 집시의 시간이라는 영화를 보았을때, 홍대의 작업실 LP에서 흘러나오던 그 노래가 터키의 세젠 아쿠스 육성으로 울려퍼졌을 때, 나는 알았다. 

터키 음반가게 매장직원은 이 음반을 사는 나를 보고 너무 좋은 선택이라며 엄지를 확~치켜올렸다. 그렇지 터키의 국민가수니깐.
아. 이 여자의 목소리 정말 좋다. 다른 앨범들도 다 사올 껄하고 아쉬워하는 중이다.


* 이건 한달 여행하면서 공수해온 씨디들. 이집트 4장, 터키 6장. 그 중에 메블라나(수피즘) 관련씨디가 5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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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