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사에 있는 문화센터에서 저녁8시에 세마의식을 한다기에 사실, 별 생각없이 따라나섰다. 부르사에서의 마지막 날 저녁이었다. 비는 추적추적 내렸지만 사람들은 계속 이곳으로 몰려왔고 잠시 기다리다보니 세마젠(세마를 행하는 사람들)과 쉐이흐(세마젠들을 이끄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1. 나트 쉐리프 : 하프즈라는 이슬람 학자가 만물을 창조한 신과 예언자 무하마드를 찬양하는 기도를 올린다.
2. 쿤베 : 작은 북을 두드리는 것으로 신이 만물을 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의 음악은 정말 경건했고 소름끼치도록 아름다운 선율과 목소리로 기도를 올렸다. '무하마드.어쩌구 저쩌구...' 북소리도 좋았으나 피리음색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진짜로.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피리 소리 중 가장 아름다웠다고 느꼈다.
3. 네이 : 갈대로 만든 피리인 네이를 부는 대목으로 창조된 세계에 처음으로 생명을 불어넣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쉐이흐는 세마젠들을 이끌고 중앙으로 나간다.
4. 데브리 벨레디 : 세마젠들이 서로 인사를 하는 대목으로 전부 3회에 걸쳐서 한다. 이는 영혼의 교감을 상징한다.
데브리 벨레디는 사진을 찍지 못했다. 쉐이흐가 세마젠들의 목에 키스를 해준다. 그러면 세마젠들은 입고있던 검은 망토(후르카-무덤을 의미)를 벗고 원을 그리면서 회전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다섯번째 셀람이다. 안에 입은 흰옷은 텐두레라고 하는데 이것은 상복을 의미한다.
5. 셀람 : 세마젠들은 인사가 끝나면 검은 망토를 벗는데 그것은 세속적인 허위와 욕망에서 해방된다는 의미이다. 처음에는 천천히 돌다가 점차 빠르게 회전하며 같은 속도를 유지한다. 회전하면서 오른손은 위로, 왼손은 아래로 향하는데 이것은 위로 신의 축복을 받아 아래로 지상의 사람들에게 전한다는 의미다. 회전하면서 추는 춤은 세속적인 욕망을 포기하고 신과의 합일로 새로 태어남을 상징한다고 한다.
6. 기도 : 처음에 코란을 암송했던 하프즈가 다시 한번 코란을 암송하며 세마젠과 쉐이흐들은 신에게 기도를 올린다.
나는 이들의 춤에 금방 매료되었고 또 이들의 춤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를 보았다. 세마젠들은 1시간 넘게 계속 돌고 돌고 돌고 돌고 돈다. 그러나 음악이 끝나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흐트러짐 없이 멈춘다. 아무런 미동도 없이.
눈을 감고 신과 교감을 하는, 자신을 놓아버린 경지에 이른 사람 같은 표정을 하고서 1시간 넘게 같은 자세로 돌고 있는거다. 정말 소름이 끼치도록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1시간이 넘는 시간은 이들에게는 보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일텐데, 어떤 마음가짐과 얼마만큼의 수행과정이 있어야 세마의식이 가능할까. 나이가 정말 어린 꼬마도 있었는데 그 꼬마가 이 의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참 궁금해져왔다.
7. 테페퀴르 : 예언자 무하마드와 모든 신자들의 영혼의 평화를 위한 기도를 올리며 막을 내린다. 쉐이흐를 따라 모든 세마젠이 퇴장한다.
부르사에서의 세마의식을 보고난 뒤, 나는 바로 루트를 바꾸어 메블라나 교단의 선무인 세마를 한번 더 보기위해 창시된 도시 "콘야"로 가기로 결정했다. 터키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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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피즘 Sufism은 이슬람 신비주의를 지칭하는 것으로 자신을 낮추고 신에게 가까이 다가려는 운동이다. 고전 이슬람이 성법의 준수를 통해 신과 교제하는 공동체적인 성격인데 반해 수피즘은 각자가 내면에서 직접 신과 소통하는 개인적인 성격이다. 8세기경 이슬람 세계의 세속화에 대한 반동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수피즘은 일반적으로 검소와 청빈, 금욕적인 성격을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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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블라나 교단은 수피즘을 토대로 생겨난 것으로 참선을 중시하고 선한 삶을 강조하였다. 수피즘이 개인적이고 내면적 성격을 띠는데 메블라나는 거기에다 약자에게 다가서는 공동체적인 성격도 갖고 있었다. 만인은 신 앞에 평등하다는 사상을 내세워 누구든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무하마드가 이슬람교를 창시하던 본래 취지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라, 오너라. 네가 누구든지 오라. 이교도건 무신론자건 배화교도건 그 누구든 상관없이 오라. 우리에게 절망이란 없다. 신과의 맹약을 수만 번 어겼다 하더라도 내게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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